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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전공의 모집…"피·안·성은 몰라도 '바이탈'은 안 가"

보건/의료

    9월 전공의 모집…"피·안·성은 몰라도 '바이탈'은 안 가"

    '수련 특례' 마련했지만 사직 전공의 여전히 '절레절레'
    "돈 잘 버는 피부과·안과·성형외과는 갈 수도"
    지역 응시 제한 없어…"지역 전공의 당겨 서울서 쓰기"
    '수련 보이콧'…"실무 교육에서 선배 전공의 역할 커"

    박종민 기자 박종민 기자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됐지만 대다수 전공의는 수련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사직 처리된 대다수 전공의가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를 개시했다. 이번 모집은 오는 31일까지 이어지며, 8월 중 수련병원별 선발 절차를 완료한 후 9월부터 하반기 수련이 시작된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이 연내 수련을 재개할 수 있도록 '9월 수련 특례'까지 마련했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돌아갈 기미가 없다.

    사직 전공의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에 응하는 전공의들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응급의학과 등 이른바 필수의료로 불리는 과의 전공의들은 돌아갈 가능성이 더욱 낮다고 봤다.

    현재 '사직 보류' 상태인 4년 차 응급의학과 전공의 A씨는 "돈 잘 버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에는 갈 수 있겠지만 '바이탈'(응급의학과)은 어디든 힘들기 때문에 돌아가려는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 들어가도 딱히 큰 장점이 없다. 전문의 시험이 1년에 한 번인데, 9월에 들어가면 4년 수련을 마쳐도 반년가량이 붕 뜬다"며 "원래 하반기에 전공의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3년 차 사직 전공의 B씨도 전공의들이 대거 모집에 응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B씨는 "여전히 (의료현장이) 바뀐 것은 없지 않나"라며 "요즘 (전공의들은)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는 뉴스조차 보지 않는다. 올해는 이렇게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공의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지역 응시 제한이 없다는 점에 대해 특히 우려했다. 정부가 강조한 '지역의료'가 오히려 망가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A씨는 "결국 지역에 있는 전공의를 당겨서 서울에서 쓰겠다는 말처럼 들린다"며 "정부가 '지역·필수 의료 살리겠다'면서 오히려 더 망가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역 병원에서는 (전공의의 지역 이탈을 막기 위해) 사직서 수리를 보류하는 경우도 있다"며 "(전공의들이) 서울로 올라가면 난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하반기에 들어오는 전공의들에 대해 '수련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가톨릭의대 영상의학교실 교수들과 연세의대 교수들은 9월 하반기 수련 때 선발되는 전공의들을 제자로 여길 수 없다며 선발과 교육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교수연구동의 텅빈 복도 모습. 황진환 기자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교수연구동의 텅빈 복도 모습. 황진환 기자
    이른바 '빅6' 병원 의대 교수들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출신 학교나 출신 병원으로 제자들을 차별하겠다는 것은 의학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자로서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라며 "헌법적으로나 인권적 가치에도 반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다만 사직 전공의들은 의대 교수들이 실제 '수련 보이콧'을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B씨는 "결국 하반기 전공의들이 들어오면 현실적으로 (교수들이) 교육을 놓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어쨌든 당장 병원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먼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B씨는 전공의 교육에 있어서 교수뿐 아니라 선배 전공의의 역할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수들은 항상 전공의와 같이 있을 수는 없다"며 "병원 등 의료 현장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는 실무자로서 선배 전공의가 (후배 전공의를) 더 잘 교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으로 복귀하지 않고 미용 병원 등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일반의로 취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A씨는 "전공의를 하기 전에 경험 삼아 미용 병원에서 일 해본 적도 있다. 그쪽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요양병원이나 파트타임, '대학병원이 아닌 응급실 당직' 등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사직 전공의 다수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장 개원가로 나서기는 부담스럽다. 급여도 크게 줄었다고 들었다"며 "솔직히 아직 정해둔 '답'은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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