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양민혁. 노컷뉴스'원더 키드' 양민혁(강원FC)이 차기 행선지로 결정된 토트넘(잉글랜드)과 맞대결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양민혁은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프로 첫 시즌 바로 올스타전에 뽑혀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어제 오픈 트레이닝을 진행했는데, 팬들께서도 엄청난 환호를 보내주셔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팀 K리그와 토트넘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가 펼쳐진다. 양민혁은 최고의 영플레이어격인 '쿠플영플'로 선정돼 팀 K리그에 합류했다.
양민혁은 지난 28일 토트넘과 계약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계약에 합의했으며, 2025년 1월 합류할 예정이다. 이로써 역대 한국인 18번째 프리미어리거이자 18세 103일의 나이로 한국인 최연소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강릉제일고에 재학 중인 양민혁은 올 시즌 학교와 훈련, 경기장을 오가면서 K리그1 25경기 8골 4도움으로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다. 준프로 계약으로 데뷔한지 6개월 만에 정식 계약을 체결한 그는 EPL 복수 구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결국 차기 행선지를 토트넘으로 정했다.
팬들에게 인사하는 양민혁.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날 토트넘과 맞대결을 앞둔 양민혁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잘하고 싶을 거다. 개인적으로 특별하긴 한데, 토트넘에서도 나를 유심히 볼 것 같다"며 "오늘 경기를 통해서 내 장점을 최대한 많이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팬들은 양민혁의 토트넘 이적이 발표되자 재미난 이벤트를 기대했다. 양민혁이 전반에는 팀K리그 유니폼을 입고 뛰고, 후반에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나서길 바란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양민혁은 "그런 댓글을 봤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라며 "토트넘 측이나 쿠팡플레이 측이 서로 이해해 줘야 하는 부분인데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내가 토트넘 유니폼 입고 잘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많은 구단의 관심을 받은 양민혁은 토트넘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과 토트넘의 주장인 손흥민 선수가 있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 의지하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흥민과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고, 막상 앞에 서니까 긴장이 됐다"며 "일단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한국에서 할 일이 남았으니 다치지 말고 잘 마무리한 뒤 보자고 하셨다"고 했다.
토트넘 생활에 빠른 적응을 위해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양민혁은 "한달 전부터 영어 과외를 받고 있는데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그전에는 따로 영어 공부를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토트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인사하는 양민혁. 토트넘 SNS 캡처토트넘 이적 확정이 아직 얼떨떨한 양민혁은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를 만났을 때 깜짝 놀랐다"며 "런던에 가서 팀에 합류하면 (이적이) 실감 날 것 같다"고 웃었다.
이적 발표가 난 뒤에는 신입생 아치 그레이와 SNS를 맞팔로우해 화제가 됐다. 그는 "그레이가 먼저 팔로우를 했더라. 그래서 나도 팔로우를 했다"며 "아직 다른 선수들과 팔로우를 하진 못했고, 메시지도 주고받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는 손흥민과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 이승우(전북 현대), 주민규(울산HD) 등이 칭찬이 오갔다. 이에 양민혁은 "감개무량하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좋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그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를 악물었다.
시즌 중 토트넘에 합류하는 만큼 우려도 있다. 하지만 양민혁은 "시즌을 같이 시작하면 좋을 텐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겨울에 가게 됐다"며 "가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 잔여경기에서는 강원의 우승 경쟁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는 "충분히 자신 있다. 형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워낙 잘하고 있기 때문에 남은 몇 경기만 더 잘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가기 전에 우승하고 기분 좋게 떠나면 좋을 것 같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팀K리그 유니폼 입은 양민혁. 연합뉴스최근 스포츠계에서는 양민혁을 비롯한 10대들의 돌풍이 거세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여자소총 반효진(대구체고)이 16세의 나이로 역대 하계 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에 양민혁은 "어린 선수들이 활약하는 걸 보면 다른 친구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리면 못 할 거란 편견은 버려야 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유로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이끌며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의 활약에 혀를 내두르며 "저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활약을 했다. 나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나보다 어리지만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프로 데뷔 후 꿈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 양민혁은 1년 전을 떠올리며 "18세(U-18) 챔피언십에 뛰고 있었고, 당시에는 다쳐서 상심이 컸다"며 "지금은 잘하고 있어서 액땜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1년 후를 상상하며 "내년에는 더 성장해서 토트넘 소속으로 한국에 오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다부진 목표를 밝혔다.
또 태극마크를 향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축구선수라면 국가대표로서 뛰는 게 중요한데, 하루빨리 국가대표에 선발돼 뛰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