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측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협상이 결렬되자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삼성전자 노사의 임금교섭이 결렬된 가운데 삼성전자 노조가 이재용 회장 자택 앞을 찾아 파업 해결을 요청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이 회장이 총파업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 입장을 밝혀달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다만 이 회장은 현재 '2024 파리 올림픽' 참관 등을 위해 유럽 출장 중이어서 이번 기자회견은 선언적인 측면이 크다.
앞서 지난달 8일 총파업에 돌입한 전삼노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사측과 임금 인상과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집중 교섭에서 사측은 △노조 총회 8시간 유급 노조활동 인정 △전 직원 여가포인트 50만 지급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2024년 연차 의무사용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성과급 제도 개선 △노조원 대상 0.5% 임금 추가 인상 등을 담은 노조의 요구안에 일정 부분 상응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전삼노가 교섭 막판에 삼성전자 임직원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인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하며 교섭이 결국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전삼노 이현국 부위원장은 "사측이 여가포인트(웰스토리)에서 패밀리넷 포인트로는 절충하는 듯했지만, 50만원과 200만원의 간극을 좁히진 못했다"며 "우리는 그거(패밀리넷 포인트 200만원)라도 준다면 일선으로 돌아가 일할 각오도 했다"고 말했다.
성과급 지급 제도와 베이스업(공통 인상률) 0.5% 추가 인상에 대해서도 입장도 전했다.
이 부위원장은 "성과급의 경우 예상할 수 있게 제도를 투명화해달라는 것이고, 0.5% 인상도 월급 기준 평균 3만4천원 수준이다"며 "돈을 더 달라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에 헌신했던 우리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열린 삼성전자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나온 사측의 "생산 차질 없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반도체 공정은 당장 타격이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일은 모르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가 확인하기로는 반도체 공정 중 필름 공정에서 문제가 생겨 웨이퍼 1천랏(lot)이 대기 중"이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총파업을 지속한다는 입장을 확실히 하면서 사회적 이슈화를 위해 규모를 더욱 키우겠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오는 5일 국회에서 추가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노사가 평행선을 걷고 있는 가운데 이달 초 끝나는 전삼노의 대표교섭노조 지위도 변수가 됐다.
전삼노는 지난해 8월 대표교섭노조지위 확보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확보한 파업권(쟁의권)을 얻었고, 총파업에 나선 상태다. 전삼노의 노의 대표교섭노조지위는 오는 5일까지 보장되는데 이후 1개 노조라도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면 개별 교섭이 진행되거나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를 진행해야 하고 이렇게 될 경우 전삼노는 파업권을 잃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전삼노를 포함해 사무직노동조합(1노조), 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옛 DX노조, 5노조) 등 5개 노조가 있다. 이 중 동행노조는 최근 "대표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통한 협상이 회사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더 이상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전삼노의 파업을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