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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유 vs 감시·규제, '티메프' 후속 대책 고심하는 정부

경제정책

    기업 자유 vs 감시·규제, '티메프' 후속 대책 고심하는 정부

    '미정산 구멍' 방치 책임은 자명…플랫폼 '갑질', 자율규제에만 초점 맞춰와
    공정위원장 "정산지연, 대금유용 가능성과 연결짓지 못했다…제도 미비 사과"
    결제대금 유용 막을 '정산금 관리' 관련 제도 마련에 무게…에스크로 등 검토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동남아시아 기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큐텐(Qoo10)' 산하 티몬·위메프의 결제대금 미정산 사태로 촉발한 플랫폼 규제 방향과 정도를 두고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일단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만큼 재발방지를 막을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지만, 자칫 기업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나 자유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서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른바 '티메프' 사태 후속조치는 크게 두 갈래로 이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수로 이뤄진 범부처 TF가 피해 입점업체와 소비자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재발방지를 막을 제도개선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이미 발표한 5600억원+α 규모 지원 대책을 신속히 집행하고 필요시 추가 유동성 지원방안도 강구하겠다"면서 "전자상거래법, 전자금융거래법 등의 적정성을 검토해 제도적 보완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남동일 공정위 사무처장은 전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8개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들과 만나 업체별 판매대금 정산 주기 및 판매대금 관리방식 등 정산 실태를 점검하고, 제도개선방안 관련 업계 의견 청취에 나섰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티몬과 위메프가 소비자에게서 받은 제품 결제액을 입점업체에 지급하는 정산 주기를 '주 단위' 지급에서 '월 단위' 지급으로 변경한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느슨해진 정산 주기는 업체들의 정산 지연으로 인한 문제와 우려 호소에도 당국이 사태를 방관하고 결과적으로 피해를 키운 계기가 됐다.

    올해 7월 8일 위메프의 첫 정산 지연 사례가 알려졌지만, 티몬과 위메프 측이 "전산 시스템 오류"란 입장을 내자, 공정위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피해가 완전히 공식화된 7월 25일에서야 금감원과 첫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현장점검 전날인 7월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대금지급 문제는) 안타깝지만 민사상 문제"라며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하겠다"고 말해 안일하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후 7월 30일 국회 정무위 현안질의에서 "정산 주기는 당사자 간 계약으로 하기로 돼 있다. 모든 오픈마켓 사업자가 다 그렇다"고 재차 설명하면서도, "문제는 대금유용 가능성을 정산주기 기한과 연결을 못 시켰다. 제도 미비점에 사과드린다"고 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전자금융거래법상 2차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에 해당돼 소비자로부터 받은 결제금액을 입점업체에 정산해주는 기일을 합의로 정할 수 있었다. 현재 1조원가량으로 추정되는 결제대금이 '증발'할 때까지 지급 지연이 '방관된' 건 그래서다.

    또 티몬과 위메프는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에 해당해 결제대금을 보관할 수 있었다. 일각에선 이렇게 보관한 결제대금이 모그룹 큐텐의 지난 4월 미국 이커머스 '위시' 인수자금으로 투입됐다고 의심한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국회 질의에서 대금 일부가 투입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나중에 상환했다"고 했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주 자금 추적 과정에서 불법 유용 흔적을 파악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구 대표 자택과 티몬, 위메프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이 같은 결제 '대행' 및 판매 '중개' 특성 때문에 티몬과 위메프는 소비자 환불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티몬이 지난 6월부터 소비자들에게 10% 할인해 대량 판매한 티몬캐시가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점도 피해 구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관련법률들을 개정하거나, 정산기일을 60일 이내로 제한하고 반품 책임도 담기는 등 더 강력한 규제가 적용되는 대규모유통업법에 이커머스 업체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머지포인트, 쿠팡 등 몇 년 전부터 반복된 플랫폼 업체의 규제 사각지대를 모아 새로운 플랫폼 법을 만들자는 논의도 힘을 얻고 있다. 그간 공정위의 방침은 '자율규제'였다.

    다만 정부 내부에선 여론의 높은 관심 속 규제 강화 일로의 해법만 찾을 경우 자칫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부담도 읽힌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에 피해자들이 환불 접수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에 피해자들이 환불 접수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정부 한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처럼 법률상 의무가 없는데도 자체적으로 결제대금 기일을 정하고 관리해온 업체들도 있다"면서 "사적 자치, 기업 경영의 문제인데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의무화하는 게 진짜 옳은 건지는 생각해봐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 다른 관계자도 "결국 정산금의 지급 시기나 보관 등에 대한 제도적 완비가 되지 않아 유용할 가능성이 열려 있었던 셈인데, 어느 수준까지 개입하고 어떤 법에 담을지는 아직 열어놓고 논의중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큐텐의 행위는 추후 수사 과정에서 '사기'로 판명날 수도 있지만, 이번 사태로 정산대금 유용 가능성 문제가 불거진 만큼 에스크로(정산을 위해 유입된 자금이 정산에만 사용되도록 일정 기간 입출금을 제한하는 위탁관리) 계좌 개설이나 보험 가입 등 대금의 '안전한 관리' 방안 마련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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