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에 피해자들이 환불 접수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위메프가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해외 직구 사이트인 '위메프플러스'에 광고비로 사용되는 '큐캐시' 구매를 유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자들의 상품도 위메프플러스에 동의 없이 연동해 게시해 온 것도 밝혀졌다.
티몬 역시 우량 판매자들을 위주로 '티몬월드(현 티몬 비즈 마켓)'로 옮겨가도록 했다는 증언도 나와, 큐텐이 자회사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한 시도를 했다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위메프 "큐캐시 구입 안 하면 진행 어렵다"…'강매' 의혹
위메프에 지난 2019년부터 잡화 상품을 판매해 온 A씨는 지난 1월 담당 MD(Merchandiser, 상품을 관리하는 사람)로부터 "큐캐시 충전 관련해 전달받았냐"는 연락을 받았다. A씨가 받지 못했다고 하자 "큐캐시 10만 원을 충전해야 다음을 진행할 수 있다"고 구매를 강요했다. '위메프플러스'는 위메프의 해외 직구 서비스로, '큐캐시'는 위메프플러스에서 판매자가 광고와 노출을 할 때 사용하는 포인트다. 위메프플러스 앱 소개에는 "체계적인 해외 직구 시스템"이라는 설명이 덧붙여 있다. 하지만 실제 판매자들에게는 위메프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연동해야하는 사이트였고, 이를 통해 포인트 일종인 '큐캐시' 구매를 강요받는 일이 최근들어 잦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A씨 담당 MD는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4차례에 걸쳐 큐캐시를 구매해야 한다며 "MD 별로 할당받은 목표량이 있다"고도 말했다. 위메프는 판매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위메프플러스 서비스 이용을 권유하면서, 큐캐시를 구매해야 한다고도 압박했다.
심지어 해외 직구 서비스를 원치 않는 판매자가 올린 상품도 위메프플러스 사이트에 연동해 올라가도록 설정해 놨다. 위메프에 뷰티 상품을 판매해 온 B씨는 "위메프 측에서 위메프플러스에도 상품을 판매하라고 연락이 왔는데 안 한다고 답했는데도 자동적으로 위메프플러스에 상품이 올라가 있었다"면서 "왜 물건 안 보내냐고 연락이 온 적도 있다"고 밝혔다.
위메프플러스, 정산까지 3달?…티몬도 비슷한 정황
위메프플러스의 정산 시스템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담당자 설득에 A씨는 결국 1월에 위메프플러스를 통해 한 차례 상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1월에 판매된 상품에 대한 정산금은 4월에서야 들어왔다. A씨는 이후 위메프플러스에 연동돼 올라온 상품을 일일이 지워야 했다.
일부 판매자들은 위메프와의 관계를 이어가려 억지로 채운 큐캐시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위메프로 식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해 온 C씨는 "중소상인들은 플랫폼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우려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정산지연과 함께 큐캐시도 현금화하지 못하고 있고 다른 판매자들도 다 묶여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끌어들기를 위한 목적으로 '큐캐시'를 강매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판매자 D씨는 "여러 방법으로 자금을 다 끌어들이려고 하다 보니까 MD들이 그렇게 유도(큐캐시 구매)를 많이 했다"고 취재진에 말했다.
이와 비슷하게 티몬도 2023년 1월 티몬의 해외 직구 서비스인 '티몬 월드'를 도입했는데, 현재 '티몬 비즈 마켓'으로 이름을 바꾼 이 사이트도 판매자들을 적극 유인해놓고 정산을 해주지 않고 있다.
티몬 비즈 마켓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 판매자들은 "티몬 비즈 마켓은 정산 주기가 무려 80일이었는데 이게 말이 되냐"면서 "선정산 대출 한도를 늘려준다고 해서 4월쯤 티몬 비즈 마켓으로 갈아탔는데 6월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정산이 안 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재, 큐텐은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 판매대금을 끌어 기업 인수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과도한 프로모션과 더불어 판매자들에게 다른 판매 채널 유입을 강요하고, 포인트 구매를 종용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상장을 위해 현금 끌어들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설이 힘을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전날 티메프 자금을 '위시' 인수자금으로 사용하고, 자본 잠식 상태에서 소비자들에게 높은 할인율로 상품권을 판 혐의로 큐텐 구영배 대표를 비롯해, 티메프 사옥을 전격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