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지난 4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무기체계 인계인수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일 홍수 피해가 다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북한 핵무기 체계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인계인수식을 평양에서 개최했다.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 일대의 국경부대들에 인계될 250대 발사대에 대해 "전 전선에서 적에 대한 압도적인 공격역량과 타격력의 우세로써 작전상 주도권을 틀어질 수 있게 되었으며 화력 임무공간의 다각화를 실현하고 특수한 물리적 힘 전술 핵의 실용적 측면에서도 효과성을 제고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가정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발사대 한 대가 4연장인 만큼 250대의 발사대를 동시에 가동한다면 1천발의 전술탄도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북한 당·정·군의 주요 인사만이 아니라 김주애와 김여정 등도 참석할 정도로 행사의 비중을 높였다.
김 위원장은 수해복구사업이 진행 중임에도 신형무기체계 인계인수기념식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온 나라가 큰물 피해복구를 위한 투쟁에 떨쳐나선 시기임에도 신형무기체계 인계인수 기념식을 진행하는 것은 인민사수, 주권수호의 근본담보인 국방력 강화를 어떤 환경 속에서도 정체 없이 밀고나가려는 우리 당의 투철한 의지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그는 "핵전쟁 억제력을 비축하고 끊임없이 고도화해나가는 것"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더 많은 투자를 돌리기 위한 최선의 방도"라고도 했다.
수해까지 겹쳐 인민생활이 어렵지만 미국에 맞설 국방력 강화가 기본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김 위원장의 인식이 잘 드러난 대목이다.
김정은은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블록 체계의 무분별한 확장" 등을 이유로 현재의 핵 무력에 만족할 수 없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핵 국방력을 강화해야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연설에서 강조했다.
수해 지역 돌아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수해복구 와중에도 북한 주민들에게 한미를 위협 또는 공격할 수 있는 핵 무력의 성과를 보여주고 또 미래의 핵 무력 강화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막대한 수해 피해로 흉흉해질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정은이 이처럼 미국에 맞설 핵 무력의 강화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대선을 의식하는 듯한 메시지가 표출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정은은 "대화도 대결도 우리의 선택으로 될 수 있지만 우리가 보다 철저히 준비되어있어야 할 것은 대결이라는 것이 우리가 30여 년 간의 조미관계를 통하여 내린 총화이고 결론이며 시종일관하게 견지하고 있는 대미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시 한 번 명백히 하지만 대화를 하든 대결을 하든 강력한 군사력 보유는 주권국가가 한시도 놓치지 말고 또 단 한걸음도 양보하지 말아야 할 의무이며 권리"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발언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6개월 뒤인 지난 2021년 6월 17일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대화와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당시 첫 대미 메시지를 낸 것과 흡사하다.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대결을 더욱 철저하게 준비해야한다는 취지이지만 선택 사항으로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조선중앙통신 논평 형식으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자주 언급한 것과 관련해 "공(公)은 공이고 사(私)는 사"라며 "국가의 대외정책과 개인적 감정은 엄연히 갈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반응들은 이번 미국 대선에 대한 북한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핵 무력 강화 기조가 포기할 수 없는 자신들의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차기 미 행정부를 미리부터 압박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대미 메시지는 앞으로 미국 대선과정이 진행되면서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은 특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미국이 결코 몇 년 동안 집권하고 물러나는 어느 한 행정부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후손들도 대를 이어 상대하게 될 적대적 국가실체이라는 점도 끊임없는 방위력 향상의 필연성을 말해주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되든 관계없이 북한의 핵 무력을 후대까지 지속적으로 강화해놓아야 대화도 가능하다는 인식인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방이 민생보다 우위이고 우선이라는 김 위원장의 인식이 잘 드러나 있다"며, 그러나 "북한은 핵 있는 구소련이 왜 해체되었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