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에 반발하며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 가운데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 등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향후 3년에 걸쳐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진료 비중을 약 50% 수준에서 60%로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수가 전체 의사인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해온 '빅5' 등 대형병원의 전공의 근로 의존도는 20%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또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지역 진료협력병원을 키워 상급종합병원과의 유기적 진료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의 형식적 의료회송체계도 전면 개편해 진료협력병원 요청 시 상급종합병원이 해당 환자를 0순위로 진료하는 '패스트트랙'도 확립한다.
"상종병원 중증환자 비중 60%로↑"…'중증' 기준 개정 검토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 개혁 추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정 단장은 이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에 대한 취지와 진행 상황,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연합뉴스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발표는 정부가
이르면 9월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정 단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비상진료체계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간 왜곡된 의료공급과 이용체계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로 혁신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국내 의료체계상 최종치료를 담당하는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희귀질환 등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라는 목적에서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다. 다만, 당초 종별 기능에 맞지 않게 경증환자가 몰리며 오히려 중증·응급진료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 등이 반복적으로 노정된 바 있다.
정 단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중은 평균 50% 정도로 종합병원 이하에서도 치료 가능한 비(非)중증 환자를 절반 가까이 진료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중증환자가 되레 '골든타임'을 놓치고 종합병원 이하 의료기관은 기능이 무력화된 부작용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현장 의료진의 과부하, 환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3분 진료' 모두 여기서 비롯됐다고도 진단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이게도',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 하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일부 완화되고 의료기관 종별 기능이 정상화되는 순기능이 부분적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정 단장은 이를 두고 △중증수가의 인상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안정적 업무 수행을 위한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 시범사업 △경증환자의 진료협력병원 이송 등 중증 중심 진료를 대폭 지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비상진료란 특수한 한시상황 아래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제도'로 이 같은 의료이용이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동네 병·의원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어지는 공급구조 전반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정 단장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 등 적합질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며
"약 3년의 시간을 두고 평균 50% 수준인 중증환자 비율을 6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3년 뒤인 2027년, 제6기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할 때엔 중증 기준인 전문진료질병군 입원환자 비중의 하한선을 현재 34%에서 적정 수준으로 상향한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중심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재 중증환자 기준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현장 의견도 적극 수렴 중이다.
이와 함께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인 케이타스(KTAS) 1~2급 등 중증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돼 입원하는 경우나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등에서 치료받는 중증소아와 중증 암을 로봇 수술로 치료하는 사례 등은 중증으로 인정되도록 보완할 계획이다.
전문의뢰·회송으로 상급병원-진료협력병원 '패스트트랙' 구축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네트워크도 보다 촘촘히 다듬는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지역의료 역량을 견인하는 권역 내 '진료협력 중추병원'으로 강화하는 한편,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시 10개 이상의 진료협력병원 간 네트워크를 구성할 예정이다.
정 단장은 "특히 그간의 형식적 의료회송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에 의해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를 의뢰·회송하는 전문의뢰·회송시스템으로의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문의뢰·회송 시엔 최우선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증상 변화가 있는 경우 언제든지 진료협력병원으로부터 상급종합병원으로 의뢰되어 최우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패스트트랙도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부풀려진 진료량을 유지하며 구조 전환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도 못 박았다. 정 단장은 "병상 감축은 상급종합병원이 양(量)보다는 질(質) 제고로 방향을 전환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며 "지역과 병상의 규모, 비상진료체계 하 병상감축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5~15% 수준의 (일반)병상 감축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공의 근로의존 40%→20%로 낮춘다…"人당 환자 수 설정"
의료 개혁 추진 상황 설명하는 정경실 단장. 연합뉴스아울러 전공의들이 온전히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근로 의존도도 낮춰 나가기로 했다.
정 단장은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 간 순환 수련 등 수련협력체계를 갖추도록 하겠다"며 "전공의들이 전공하는 진료과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임상경험을 할 수 있는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평균 약 40%에 이르는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20% 이하로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
정 단장은 "병원, 진료과마다 차이가 있는데 전공의 1명당 입원환자 40명을 보는 곳도 있고 20명을 보는 곳도 있어 굉장히 편차가 큰 상황"이라며 "저희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단계적으로 (개편을) 진행하면서
전공의당 환자 수 기준 등도 설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전공의들과 대화가 단절된 가운데 개혁을 강행하는 데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전공의 선생님들이 빠르게 대화에 복귀하셔서 현장 의견을 집중적으로 들려주시길 바란다"면서도 "하지만 전공의들이 지금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이란 중요한 과제를 논의 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의대 졸업 후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거쳐야만 진료 권한을 부여하는 '개원면허제'를 검토 중이란 점도 재확인했다. 정 단장은 "(의대 졸업생들이) 전공의로 들어가는 비중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고, 충분히 경험이 쌓이지 않은 의사들이 배출돼 진료를 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외국 사례로 봤을 때도 이 상태에서 단독 진료를 허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충분한 임상 역량이 쌓인 상태에서 환자를 대면할 수 있도록 진료 관련 면허, 수련체계 개편을 검토 중"이라며 "의료개혁특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까지 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