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츠나인 제공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밥 한 끼에 목숨을 걸고 그토록 용감하게 눈 속을 파헤치며 내려올 수 있을까? 무모하고 엉뚱하고 겁 없고 당돌하던 그 시절의 내가 무척 그리워진다."
'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먹었다'는 고된 삶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속 깊은 내용을 다루지만 시종일관 명랑하고 발랄하다. 신춘문예 등단작가 김양미의 명랑 에세이다.
저자가 펼쳐 놓는 삶은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소설과 같은 소동이 끊이지 않는다. 과도한 호기심 혹은 오지랖 같지만 섬세한 시선으로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진정성을 담은 마음으로 인연을 엮는다.
"할머니들이 길섶에 앉아 초록을 뜯는다. 누구에게 먹이려고 검정비닐 가득히 봄을 담아내는가. 기껏해야 쑥이고 냉이일 테지만 봄은 이렇게 사소하고 아름답다. 내가 뜯어온 쑥으로 모시조개 넣고 끓인 쑥국을 무척 좋아하던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와의 추억, 결혼과정과 곤고했던 신혼생활을 추억하는가 하면 두 살 터울의 두 아들과의 시간을 큰형님 같은 마음으로 나눈 이야기와 큰언니 오빠 작은언니 등 네 남매의 막내로 살면서 겪은 우당탕탕한 소동을 다루며 매운 생을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낸다.
저자가 각종 음식점, 골프장, 물류센터, 오리공장, 편의점 등 노동 강도가 만만치 않은 업종에서 일하면서도 웃음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애썼던 흔적들을 펼쳐내며 신성한 노동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쨌거나 인생, 자기가 사는 거다. 나도 내 맘대로 살아왔기에 엄마에 대한 원망 같은 건 전혀 없다. 그거면 된 거다. 자식에게 원망 들을 일만 만들지 않아도 부모 인생 선방한 거다."
김양미 지음 | 헤르츠나인 | 256쪽
창비 제공 '푸른 사자 와니니' '1945, 철원' '호수의 일' 등 어린이 청소년에게 큰 사랑을 받아 온 밀리언셀러 작가 이현의 신작 장편소설 '라이프 재킷' 출간됐다.
'라이프 재킷'은 학교와 집, 학원 등 청소년소설에서 주로 다루어 온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광활한 바다를 배경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과 묵직한 여운을 선사한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등교한 어느 비 오는 아침, 고은은 같은 반 아이들의 빈 자리를 보고 전날 올라왔던 천우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떠올린다. "우리 요트 탈래?" 집에 요트가 있다며 허세를 부렸던 천우와 반장 노아, 전학생 태호, 키 크고 조용한 아이 장진 등 여섯 아이들이 요트를 타고 나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고, 소설은 실종된 아이들을 찾는 육지의 혼란과 한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 아이들이 막막한 바다에 고립된 채 불안함 마음으로 구해 줄 배를 기다리며 벌어지는 고난을 번갈아 보여준다.
톰 소여의 모험, 파리대왕 같은 모험과 성장을 다루는가 하면 어른의 개입 없이 청소년의 주도로 모든 사건의 시작과 끝을 달려가고 아이들 저마다의 개성적인 성격과 고민이 두드러지며 이야기는 여러 갈래를 지닌다.
불장난 같은 선택이 불러올 결과를 몰랐던 아이들, 거대한 삶의 파도 앞에서 나약했던 이들은 끝내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을 끌어안아야 한다. 여정에서 만나게 될 고난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고민을 가진 청소년들을 위한 이야기다.
이현 지음 | 창비 | 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