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통령실은 야당의 '영수회담' 제안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과 특검, 각종 법률 등을 강행 처리하는 상황과 함께, 전당대회 진행 중 갑작스레 나온 회담 제의에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다. 민주당 차기 지도부가 들어선 후 '8말9초'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먼저 여야 대표가 만나 '국회 정상화'를 이루는 게 순서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8일 야당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의견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식적으로는 대응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내부에선 야당의 제의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읽힌다. 최근까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고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등 각종 법안을 국회에서 단독 처리하는 등 일방적 독주를 벌이다가 영수회담을 제의하는 게 의아하다는 시각이다. 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이미 두 차례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특검법을 계속 발의해 나가면서 영수회담 하자는 건 협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갑작스레 나온 회담 제안이 생뚱맞다는 기류도 흐른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다시 만나고 싶다"며 "꽉 막힌 대결 정국을 어떻게 해결할지 만나서 진지하게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초당적 위기극복협의를 위한 영수회담을 조속히 개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전당대회가 흥행이 안되니 영수회담을 던진 것"이라며 "대통령이 받을 이유가 없다. 성사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오는 18일 전당대회가 끝나고 민주당의 새 지도부가 들어선 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대통령실은 "국회 정상화가 먼저"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야 대표가 만나 국회부터 정상화하는 게 우선"이라며 "영수회담은 순서가 안 맞는 얘기"라고 밝혔다.
여야 간 대치가 심화되며 민생 법안 처리가 전무한 상황에 이르자, 여야 원내 사령탑은 '여야정 협의체' 설치에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세부 내용에선 여전히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여야 상설협의체에 윤 대통령의 직접 참여를 요구했고, '영수회담'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설사 영수회담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새 지도체제가 완성되고 난 뒤에, 제안해도 그분이 할 것"이라며 "좀 많이 나간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영수회담이 추진되더라도 방식과 의제 조율 등에서 상당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월 총선 직후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 전 대표와의 회담을 가졌다. 당시 양측은 소통에 첫 걸음을 떼며 의료 개혁 등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별도의 합의문을 발표하지 않았고 추후 만남을 기약했다. 여름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복귀 후 회담 필요성과 국회 논의 과정 등을 면밀히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