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소액주주 권익 보호와 관련, '이사 충실 의무 확대'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도입될 경우 소송증가로 주주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5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수행한 '이사 충실의무 확대 관련 상법 개정에 관한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정치권,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 포함해야…"소액주주 권익 보호" 주장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만 규정하고 있는데, 최근 이 대상에 '주주'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강하게 일고 있다.
올해 들어 정부에서 기업 밸류업 대책의 일환으로 상법상 이사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도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22대 국회에도 이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야당을 중심으로 발의됐다.
이사회가 인수·합병이나 기업분할 같은 중요한 경영상 결정을 내릴 때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이익까지 고려하는 걸 명시적으로 규정하자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경총을 포함한 경제 8단체들은 △기존 회사법 체계 훼손 △소송 남발로 인한 경영활동 위축 초래 △각 주주의 이해관계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또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용역 연구 결과…소송 늘려 주주 간 갈등만 증폭
이같은 상황 속에서 최근 제기된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주장은 법적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상법 개정 시 소송 증가 및 주주 간 갈등 심화가 우려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총의 의뢰로 연구를 수행한 최준선 교수는 이사의 충실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이사에 대한 소송 증가 및 주주 간 갈등 증폭을 가져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또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주장은 충실의무의 법적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이사의 충실의무란 이사가 회사에 충성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사와 회사 간의 이해가 충돌할 때'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게 되면, '이사와 주주 간의 이해가 충돌할 때' 주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사는 주주총회의 결의를 집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사와 주주의 이해가 충돌한다는 전제 자체가 구조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만일 이사가 주주의 이익에 어긋나는 행위를 할 경우에라도 현행법으로도 '배임'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상법개정안이 주주평등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회사법의 기본 이념인 '주주평등원칙'에 의해 이미 보호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 충실의무를 명시적으로 추가하자"는 주장이 오히려 주식 보유 비율에 비례하지 않는 과도한 보호 명분을 만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또 회사와 위임계약을 맺고 이사에 임명된 자가 주주에 대해 직접 충실의무를 부담하면 이사회의 독립성과 상법 및 민법 체계를 혼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중국과 같은 해외 주요국 법률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시장에서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법률로 일반화하기 하기보다는 현행법과 판례를 통해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주주에게 이익이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도 상법상 이사 등의 자기거래 규정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다. 상법 개정 없이도 현재의 다양한 법제도를 활용하면 지배주주에게는 이익이 되고 소액주주에게는 손해가 되는 거래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총 하상우 본부장은 "선진국에 비해 배임죄가 폭넓게 규정되어 있고 형사처벌이 가혹한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켜 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