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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독립기념관장 역사관 비판한 전임 관장…쪼개진 광복절

사회 일반

    現독립기념관장 역사관 비판한 전임 관장…쪼개진 광복절

    尹정부 역사관 논란에 쪼개진 광복절
    광복회, 결국 정부 주최 경축식 불참
    자체 행사서 前독립기념관장이 現관장 비판
    "대한민국은 1919년 건국" 강조
    "1948년 건국론은 역사농단"

    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 연합뉴스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 연합뉴스
    "1948년 8월 15일 날 정부를 세우게 되어지는 거예요. 거기서부터 대한민국이 시작이 되어진 겁니다"(지난해 12월 22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1919년 4월 11일 날 대한민국은 건립됐습니다. (중략)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라고 하는 것은 우선 역사적인 사실이 아닙니다"(15일, 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

    제79주년 광복절인 15일 독립운동가 후손과 그 유족으로 구성된 광복회가 별도로 개최한 기념식에선 한시준 전임 독립기념관장이 김형석 현(現) 관장의 역사관을 겨냥한 강연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엇갈린 역사기관 전직·현직 기관장의 시각은 '두 쪽으로 쪼개진' 올해 광복절 풍경을 관통하는 현 정부 역사관 논란을 압축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광복회 등 56개 독립운동단체연합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광복절 자체 기념식을 개최했다. 광복회가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한 채 별도로 행사를 연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시준 전임 독립기념관장은 이 행사에서 '1948년 건국과 식민지배 합법화'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열어 '1919년 건국'을 강조했다. 김형석 현 독립기념관장이 "1948년 8월 15일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광복"이라고 주장하면서 '1948년 건국론을 지지하는 뉴라이트 인사'라는 논란이 거센 가운데 열린 강연이어서 사실상 김 관장을 정면 겨냥한 강연으로 비춰졌다.
     
    한 전 관장은 임시정부가 1919년부터 자주독립국의 상징인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다는 점을 들어 대한민국은 1919년에 건국됐다고 강조했다. 연호는 과거부터 국가에서 임금이 바뀌거나, 주권이 바뀔 때 해(년)를 세는 기준이 돼 왔다.
     
    한 전 관장은 "1919년에 대한민국이라는 연호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생산하는 모든 문서에도 연호를 표시했다"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공보에도 대한민국 연호를 반영해 1920년은 대한민국 2년이라고 돼 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내무부령과 대일선전설명서에도 연호가 반영됐다"고 자료를 제시했다.
     
    한 전 관장은 '1948년 건국론'은 "역사농단"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뉴라이트'가 중심이 돼서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됐다고 하는데 역사적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며 "임시정부에서 1919년 9월 11일에 개정한 헌법에 국가의 구성 요소인 국민, 주권과 영토를 밝혔다"고 했다. 1919년부터 국가의 구성 요소가 존재했기 때문에,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1948년 건국론'은 대한민국 헌법도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한 전 관장 강연 내용에 포함됐다. 1948년 7월 제정된 제헌헌법에도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고 적시돼 있고,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에도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돼 있다는 설명이다.
     
    한 전 관장은 "1948년에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이전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 것이 명백하다"라며 "1919년에 세워진 대한민국은 국가 이름이고, 정부는 시기마다 계속 바뀌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민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나라는 대한민국이지 않냐"고 덧붙였다. 임시정부가 정부로 바뀌었을 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그대로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한 전 관장은 그러면서 "'뉴라이트' 논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끝났다가 이번 독립기념관장이 다시 얘기를 꺼냈지만 수준이 낮다"며 김형석 현 독립기념관장을 직격했다. 김 관장은 '1948년 8월 15일이 진정한 광복'이라는 자신의 발언이 '1948년 건국론'으로 인식되자, "대한민국의 건국이 1919년에서 시작해서 1948년에 완성이 되어졌다"며 건국절 제정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형석 현 독립기념관장. 연합뉴스김형석 현 독립기념관장. 연합뉴스
    그럼에도 김 관장의 또 다른 발언들과 맞물려 '뉴라이트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 관장은 지난 8일 취임하며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에 협력한 인물 4천여 명의 친일 행위와 광복 후 행적을 담은 친일인명사전에 오류가 많아 손 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당시 "잘못된 기술에 의해서 억울하게 친일 인사로 매도되는 분들이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역사학계에서는 '친일'과 '1948년 건국론'은 뗄 수 없는 개념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정부 출범에 기여한 친일·반민족 행위 인사들에 대한 건국 공로를 강조하고, 친일 행위는 덮을 수 있다는 게 학계에서 나오는 설명이다.
     
    독립운동 단체들은 김 관장이 최근 '건국절 지정 반대' 의견을 내놨지만, '1948년 건국론'을 부정하진 않았다고 보고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광복회와 함께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했다.
     
    결국 제79주년 광복절은 독립유공 후손들이 소속된 광복회가 자체적으로 기념행사를 열면서, 반으로 쪼개졌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자체 기념식에서 "친일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판치고 있다"며 현 정부를 겨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기념식에서 축사를 맡은 김갑년 광복회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도 친일과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정부 인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단장은 "친일 국정기조를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옳은 길을 선택하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그럴 생각이 없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야당도 정부 행사에 불참하고 광복회 주관 행사에 대거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기념식에 앞서 정부 규탄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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