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주식시장의 오랜 격언은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뜻합니다. 여기서 분산투자란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인데요.
하나의 종목이나 하나의 섹터에 집중투자하지 말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하지만,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하라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주요 자산군에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이 있고 요즘에는 가상자산도 추가된 분위기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거래금액은 11억 9천만원입니다. 직장인 평균 월급(2022년 기준)이 세전 353만원이니 다양한 자산을 보유하라는 분산투자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인데요.
하지만 우리도 건물주가 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리츠(REITs)'입니다. 투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사고, 임대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주는 상품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돼 손쉽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SK리츠를 사면 SK서린빌딩과 SK U-타워, 종로타워 등을 가진 건물주가 되는 셈입니다. 우리의 실제 건물 지분은 작을지 몰라도 주인은 주인입니다. 소수점으로 산 주식이라도 회사의 주인인 것처럼요.
건물에서 나온 임대료는 배당금이 됩니다. 배당수익률은 평균 7.5%로 미국(4.1%)이나 일본(5%), 싱가포르(5.5%) 등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리츠는 기준금리 인하의 수혜주로도 꼽힙니다. 조달비용 감소로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삼성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한동안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피해 금융 비용 절감으로 현금흐름 가시성이 높아진 리츠로 피신하는 투자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리츠도 주식시장에 상장된 만큼 시장의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올해 초 폭락 속에서도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코스피가 11.9% 떨어질 때 SK리츠 –5.2%, ESR켄달스퀘어리츠 –4.4%, 롯데리츠 –4%, 제이알글로벌리츠 –6% 등 하락에 그쳤습니다.
우리나라 건물주뿐만 아니라 해외 건물주가 되는 방법도 있습니다.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리츠 상품에 투자하는 것인데요. 리츠 ETF는 건물에 직접 투자하는 게 아니라 해외 리츠를 통한 간접투자라서 건물주 느낌이 덜 하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리츠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02년 리츠 자산 규모는 5584억원에서 올해 3월 말 95조원으로 커졌고 이 가운데 상장리츠 규모는 16조원에 달합니다. 올해 하반기 상장 리츠는 대형 오피스이면서 상징성 있는 부동산을 매입해 2조원 규모의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