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마다 '1호 영업사원'을 자처했습니다. 지난해 2월 대통령실이 공개한 윤 대통령 명함에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과 함께 "한국 시장은 열려있다"고 새겼습니다.
하지만 1호 영업사원이 12‧3 내란사태를 일으켰고, 대한민국 경제는 국가 신용등급 강등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당국이 유동성 무제한 공급으로 금융시장의 충격을 줄이고 있지만, 간신히 잡아가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졌고요. 급등한 원달러 환율을 방어하느라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다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열린 촛불집회에 "우리나라 정상영업 합니다"라고 적힌 깃발이 등장했습니다. 철거 중인 건물에 '우리식당 정상영업 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은 유명한 '짤'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웃픈' 현실이지만, 결국 금융시장의 구원투수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4일부터 개인과 외국인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각각 2조 4800억원과 9600억원으로 3조 5천억원 가까이 매도했지만,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연기금이 1조 5440억원을 담으면서 '버팀목'이 됐기 때문입니다.
코스피는 지난 7월 연고점 2896 대비 14% 정도 하락했습니다. 이것도 탄핵소추안이 불성립 폐기된 후 첫 거래일인 9일 2360까지 내렸다 5.7% 반등한 수준입니다.
20% 하락폭은 역대급 기록입니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에 따르면, 코스피는 경기침체가 아닌 상황에서 고점 대비 최대 25% 하락했는데, 2000년 이후 단 3차례뿐입니다.
2004년 차이나쇼크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23.1%,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로존 사태 때 –25.9%, 2018년 미중 무역분쟁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오버킬(과잉대응) 때 –26.6% 등입니다.
결국 연기금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위기 때마다 연기금이 주가 방어에 나서면서 주식시장에는 '우주방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1146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특정 지수나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투자에 나선다는 믿음인데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기금이 삼성전자를 1만원(2018년 액면분할 후 기준)에서 '우주방어'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죠. 실제 2008년 10월부터 12월까지 삼성전자만 3600억원 넘게 매수했습니다. 주가는 2008년 10월 27일 8060원을 최저점으로 반등했습니다.
현재 9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단기자금이 1조 9천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2‧3 내란사태를 우주방어하면서 유동성의 대부분을 쏟아부은 셈입니다.
이번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우주방어'했는데요. 4일부터 12일까지 삼성전자 1975억원, SK하이닉스 1605억원 등 3600억원 정도를 투입하며 주가를 각각 5만원대와 16만원대에서 지킨 수문장 역할을 했습니다.
결국 1호 영업사원이 초토화한 주식시장은 국민들의 미래를 담보로 '바닥'을 다지는 분위기기입니다. 기술적 분석과 기본적 분석도 현재 코스피가 저점이라는 신호를 보이고 있습니다.
KB증권 김상훈 연구원은 "기술적으로 코스피가 5개월 연속 하락인 가운데 6개월 이상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같은 '국내외 경기침체' 시기였다"고 말했습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 선행 PER 8.33배, PBR 0.81배 등으로 과거 저점 수준과 유사한 딥밸류(초저평가)구간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식시장은 국민의 노후를 위해 반드시 살아나야 하고, 또 살아날 것입니다. 주식시장에는 영원한 상승도 영원한 하락도 없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치 불확실성은 오늘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