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이재명 신임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의 신임 당 대표로 이재명 후보가 선출됐다. 민주당 역사상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번째이자, 24년 만에 처음 이뤄진 대표직 연임이다.
당내 다양성 실종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선을 거치며 '일극(一極) 체제'를 더욱 강화한 이 대표는, 총선 승리와 당권 레이스 압승을 바탕으로 2년 전 실패했던 대권에 대한 가도를 더욱 탄탄히 만들어갈 계획이다.
역대최고 85.4% 득표로 당권 다시 거머쥔 이재명…재임으로 일극체제 더 공고화
이 대표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당원대회 당 대표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해 당권을 거머쥐었다. 민주당은 오랜 기간 당의 정신적 지주였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대표직에 연임하는 당 대표를 배출하게 됐다.
이 대표는 두번째로 출마한 당 대표 경선임에도 첫 출마 때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말 그대로 압승을 거뒀다. 이날 막을 내린 경선 결과 이 대표의 득표율은 최종 85.40%로 집계됐다. 경선 시작 전부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90%에 가까운 득표율을 거두면서 '구대명'(90%대 득표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표현까지 생겨났다.
비록 90%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85.40%를 득표하며 민주당 대표 경선 최고 득표율을 경신했다. 2년 전 첫 당 대표 선거에서 77.77%를 득표했던 것과 비교하면 득표율이 7.63%p 높아졌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각종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강성 당원들로부터도 높은 지지를 받고는 있지만, 대표직을 연임한다는 것은 상당한 피로감이 있는 일인데 이를 극복하고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2년 전 이 대표가 후보로 나섰던 대선에서 패배한데다, 지난 4·10총선 공천과정에서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표현이 공공연해 질 정도로 계파 논란이 적지 않았음에도 총선에서 170석을 확보한데 이어 대표 경선에서도 '압승'을 거둔 만큼 한동안은 이 대표 체제가 굳건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친명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현재 당내에서 이 대표의 위치는 매우 공고하다"고 평가했다.
2기 지도부도 일제히 '친명'…중도 의제에는 '유연', 정권 공세에는 '강공'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이재명 신임 당대표를 비롯한 신임 최고위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왼쪽 두번째부터 김병주, 전현희 최고위원, 이 대표, 김민석, 한준호, 이언주 최고위원) 윤창원 기자이 대표의 '일극 체제' 강화는 신임 당 지도부 구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에 올라 수석 최고위원이 된 김민석 최고위원을 비롯해, 전현희, 한준호, 김병주, 이언주까지 모든 최고위원들은 경선 내내 이 대표와의 호흡과,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공약해 왔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최고위원 후보들은 그간 일제히 자신이 '친명'(친이재명)임을 호소해 표를 확보하려고 했다"며 "이재명 2기 지도부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대선을 치르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 본인도 대선을 직접 겨냥한 듯 중도 표심에 소구할 수 있는 이슈들을 꺼내들고 있다. 지난달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는 '먹사니즘'(먹고 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념)을 제시하며 대표 당선 시 민생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후에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기존에 민주당이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이른바 부자과세에 대한 완화의 목소리를 내며 당내 토론을 활성화했다. 이날 당선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정책 현안에 대한 당내 이견은 건강한 정당이라는 증거"라며 "김두관 후보가 말한 것처럼 당은 다양성이 생명이고 본질"이라고 말했다. 상속세와 관련해서도 일괄적인 상속세 인하에 대해서는 반대하면서도, "현재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집값을 고려할 때 가족 중 누군가가 사망했는데 상속세 때문에 그 집에서 쫓겨나는 일들은 없애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중산층, 1주택자 등을 고려한 일괄공제 상향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동시에 원내에서는 각종 특별검사(특검)법안 추진과 청문회, 국정조사 등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전망이다. 채 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 말에 이어 22대 국회 들어도 지난달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등도 야당이 국회에서 처리했는데,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기존보다 더 강화된 세번째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한 상태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으로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 소추 청원 청문회, 방송장악 청문회 등을 진행했다. 이들 행보는 현 정권의 실정을 부각함으로써 정권교체의 명분을 강화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민주당 소속 한 법사위원은 "차근차근 할 수 있는 부분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속도조절에 나서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는 영수회담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는 여야 대표 회담을 각각 제안하며 정국 주도에 나설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영수회담 한다면 의제를 특별히 제한할 필요도 없다. 현재 제기되는 국민께서 관심가질 사안, 국가경영 등 국정의 중요한 사안을 다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대통령실에서 의제를 제한하자고 한다면 제한된 의제만이라도 만나서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어떤 형식이든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통 큰 모습을 보인 셈이다. 한 대표를 향해서도 "의견이 접근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강행해 관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합리적 수준의 조정도 할 수 있는 것이 정치가 아닌가 싶다"며 먼저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친명-비명 갈등 해소는 숙제…李 "계파, 큰 의미 갖기 어렵게 됐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계파 간 갈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이날 전당대회장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상 축사가 상영됐는데, 일부 당원들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이른바 친문(친문재인)계로 불리는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내 일체화에 비협조적이라는 것이 비판의 이유로 꼽힌다.
친문계의 '적자(嫡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윤석열 정권에서 복권(復權)되자, 친명계 일각에서는 친문 등 비명계가 김 전 지사를 구심점으로 해 '세력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르면 10월쯤 1심 재판결과가 나오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면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4·10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당내 비명계 인사들이 '초일회'라는 모임을 구성해 정기적으로 회동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과 그렇지 않은 당원들 간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최고위원 경선 초반 깜짝 1위를 달리던 정봉주 후보는 지지율 하락세에 "이재명 팔이" 척결을 내세웠다가, 친명 지지층에게 반감을 사는 바람에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날 전당대회에서도 일부 당원들은 '정봉주는 사퇴하라' '정봉주는 탈당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반면 최고위원 경선에서 지난주 득표율 6위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전현희 의원은 "김건희 살인자" 발언으로 치고 올라오며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다만 이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을 포함한 당직 인선에 계파 안배 등을 최우선해 고려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제 민주당은 당원 중심 정당으로 확고하게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여의도 중심의 계파라고 하는 것은 별로 큰 의미를 갖기 어렵게 됐다"며 "인사도 그렇고 당내에 실제로 존재하는 계파라고 할까 그런 것들은 크게 작동하지 못할 거라서, 그런 안배의 측면도 백안시할 수는 없겠지만, 가급적 역량 중심으로 인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