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제공현대차∙기아가 "배터리 충전량과 화재 발생 사이에 관계가 없고, 100% 완충해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근 전기차 화재로 소비자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기아는 20일 "다른 가전제품의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전기차용 배터리는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안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돼 있다"며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배터리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첨단 BMS(배터리관리시스템)가 이를 차단하고 제어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안전 검증된 용량으로 제공"
먼저 현대차∙기아는 "안전성이 검증된 범위 내에서 배터리 충전 용량이 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소비자가 완충을 하더라도 전기차 배터리에는 추가 충전 가능 용량이 존재한다"며 "운전자가 수치상으로 볼 수 있는 충전량은 총 3개의 마진이 반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특히 3가지 마진을 적용하는 이유는 화재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 아닌 "배터리의 내구 수명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3가지 마진 가운데 첫째는 배터리 제조사에서 설정하는 마진이다. 예컨대 NCM 배터리의 경우 1g당 최대 275mAh 정도까지의 에너지를 담을 수 있지만, 배터리 제조사는 이보다 낮은 1g당 200~210mAh 수준만 실제 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한다.
둘째로 자동차 제조사 역시 일부 사용 가능 용량을 마진으로 남겨둔다.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내비게이션 화면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충전량 수치는 배터리 셀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가 각각 설정한 마진을 제외한 상태로 안내된다.
마지막으로 BMS가 사용 가능 용량을 재산정하는 리밸런싱 과정에서도 일부 제외되는 용량이 있다. 배터리 팩 안의 많은 셀 중에서 하나만 성능이 저하돼도 전체 배터리 성능은 떨어지기 때문에 배터리 셀 개별 관리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배터리 셀들의 전압에 편차가 생길 경우 BMS는 이를 미리 인지해 셀 사이의 전압 편차를 줄이기 위한 셀 밸런싱 제어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적은 용량이 남은 셀을 기준으로 전체 충전 가능 용량을 재산정해 안전한 사용 용량 이상의 활용을 방지하고, 동시에 추가적인 용량 마진을 확보하고 있다.
이같이 산정돼 소비자에게 안내되는 100% 충전량은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가 안전성 검증을 충분히 완료한 구간이다. 현대차·기아는 "100% 충전을 넘어 과충전이 발생할 경우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BMS는 이를 정밀하게 제어해 사전 차단하기 때문에 과충전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특히 현대차∙기아가 15년 이상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한 BMS는 다중안전 체계를 바탕으로 총 3단계의 과충전 방지 기술이 적용돼 있다"며 "현재까지 단 한 건의 과충전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기차 화재, 충전량과 관계 없다"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화재 발생 원인은 충전량과 관계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배터리 충전량이 화재의 규모나 지속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배터리 내부의 물리적 단락이나 쇼트 발생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아니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화재는 제조 불량이나 외부 충돌 등으로 내부에서 물리적 단락이 발생할 경우 양∙음극간 높은 전류가 흐르고 열이 발생하면서 산소나 가연성 부산물과 결합해 발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충전량과 무관하게 단락 위치와 면적 그리고 사용되는 내부 물질 종류에 따라 실제 발열과 화재 상황은 다르게 나타난다고 현대차·기아는 설명했다. 적은 충전량이라 하더라도 단락으로 인한 화학물질의 반응 정도가 클 경우 화재 발생 가능성은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전자제품 등에서 배터리 충전을 제한한 사례가 있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현대차·기아는 "이같은 이유에 따라 충전량을 제한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배터리 제조 결함이 없도록 배터리 셀 제조사와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BMS를 통해 사전 오류를 진단해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배터리 전문가인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충전 깊이(충전율)와 화재는 당연히 관련이 있지만, 지배적인 원인은 아니다"며 "100% 충전이라는 게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100%라고 말하는 것은 안전까지 고려한 배터리 수명"이라며 "물론 충전을 이보다 더하면 위험할 순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충전은 배터리 셀 제조사나 자동차업체 차원에서 BMS 등으로 이미 차단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고객에게 보여지는 완충(100%) 상태는 안전성이 철저히 검증된 구간 내에서의 충전량을 의미하기 때문에 완충에 따른 불안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며 "앞으로도 배터리 사전 진단 및 화재 전이 방지 기술을 보다 고도화해 고객들이 안심하고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