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흉기를 휘두르겠다는 내용의 협박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에게 2심 법원이 1심 무죄를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조정래·이영광·안희길 부장판사)는 22일 협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중국 국적 왕모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왕씨의 불법체류 혐의만을 유죄로 보고 협박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왕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왕씨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한 글을 직접 작성해 올렸고, 이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사람에게 전달됐다"며 "왕씨가 살인 예고를 고지한 시간에 해당 장소를 방문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의사결정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전파 가능성을 고려하면 왕씨도 자신의 게시 행위가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킨다는 점을 잘 알았다"며 "비록 글을 올린 직후 삭제했다고 해도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왕씨는 지난해 8월 4일 오전 2시 43분쯤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 당근마켓에 '혜화역에서 흉기 난동을 할 테니 이 글을 본 사람은 피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왕씨는 8초 만에 글을 지웠으나 인터넷 주소(IP)를 추적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했다가 비자를 연장하지 못해 3년 전부터 불법체류 신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심은 왕씨에 대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만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협박 혐의에 대해선 "글을 올린 지 8초 만에 삭제한 만큼 협박의 고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