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선예, 소유, 한예슬, 안재현, 김소영. 김기용 기자CJ온스타일이 기존 틀을 깨고 한예슬, 소유 등 유명 연예인들을 앞세워 콘텐츠 중심의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방송(라방)을 선보인다. TV홈쇼핑 중심에서 벗어나 유튜브 등 SNS를 적극 활용해 오늘날 시청자들의 모바일 이용 행태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때마침 틱톡샵 등 해외 라이브커머스의 국내 진출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성장 잠재성이 있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예슬 '패션', 소유 '뷰티', 선예 '육아'…CJ 승부수
CJ ENM에서 커머스 부문을 담당하는 CJ온스타일이 22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방송 신규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새 프로그램은 CJ온스타일의 핵심 상품군인 패션, 뷰티, 리빙(주거), 유·아동, 신상품 등 5개로 구성했다.
배우 한예슬은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패션 방송 '한예슬의 오늘 뭐 입지'를 진행한다. 가수 소유는 월요일 같은 시간 뷰티 프로그램 '겟 잇 뷰티 프렌즈'의 진행을 맡는다. 배우 안재현은 매주 수요일 밤 주거 아이템을 소개하는 '안재현의 잠시 실내합니다!'에, 가수 선예는 월요일 오전 11시 육아상품 전문인 '선예의 아이프로'에 각각 출연한다. 신상품을 전하는 '신상시사회'는 방송인 김소영이 맡는다. 신규 프로그램은 오는 26일부터 유튜브와 CJ온스타일앱 등을 통해 방영한다.
출연진을 이처럼 화려하게 꾸민 이유는 기존 TV홈쇼핑에서처럼 단순히 상품 정보를 전달하고 판매하는 형식에서 탈피하고, 대신 유명 인사들이 고객의 가치와 취향을 직접 찾게 해주는 방식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TV홈쇼핑에도 최화정 등 연예인급 유명 쇼호스트가 출연했지만 상품 정보 전달이 주 목적이었다. 반면 라이브커머스의 경우 콘텐츠는 갖췄지만 주로 소규모 업체에서 방송을 만들었던 탓에 유명 인사를 자주 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CJ온스타일에서는 이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미정 최고마케팅책임자(CMO). 김기용 기자CJ ENM 커머스 부문 정미정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객들은 자신의 상품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트렌드와 접목되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면서 "가성비 소비에서 취향 소비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유명 인사들이) 취향을 리딩해주는 큐레이션 라이브쇼핑이 (신규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CJ온스타일이 기존 TV 플랫폼을 벗어나 '모바일 강화'에 나선 이유 역시 비싼 TV홈쇼핑 송출료의 대안적 성격, 그리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툴을 활용한 확장 가능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지현 성장추진실장. 김기용 기자CJ ENM 커머스 부문 김지현 성장추진실장은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라면서 대신 "과거 대비 외부 플랫폼에도 라이브쇼 유통이 가능한 만큼 효율적인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 원플랫폼 전략(CJ온스타일 모바일부터 TV까지 멀티채널 융합 전략)을 외부 채널까지 확장하는 커머스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 자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 성장에 그친 반면,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는 27% 성장했다. 여기에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플랫폼 이용자수도 계속 늘면서 이들 외부 채널을 활용한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CJ온스타일 방배동 사옥 앞에 진열된 신규 라방 프로그램 현수막. 김기용 기자다만, CJ온스타일처럼 초호화 유명 연예인들을 방송에 전면 배치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 실제 수익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CJ ENM 커머스 부문 성동훈 이커머스사업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관여 상품에 대해서는 영상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고객의 행동이 있기 때문에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앞으로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전체 매크로(거대 지표)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혜택이 올 것이라 믿고, 매출과 수익성 관점에서도 플러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홈쇼핑업계 모두 '라방 시장' 선점 경쟁 돌입
왼쪽부터 선예, 소유, 한예슬, 안재현, 김소영. 김기용 기자CJ온스타일 뿐만 아니라 홈쇼핑업계 모두 유튜브 등 SNS를 활용한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19일 업계 최초로 해외에 있는 명품 직영 매장에서 진행하는 라이브커머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모바일 생중계로 방송을 진행하며 이색 연출과 가격 혜택까지 더한 신개념 '글로벌 라방'으로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모바일 쇼핑 플랫폼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GS샵은 지난해 12월 1분 길이 '숏폼(짧은 영상)' 형식의 '숏픽'을 전면에 내세워 모바일 경쟁에 뛰어들었고, 롯데홈쇼핑도 지난 6월 주요 방송 내용을 30초 분량으로 축약한 '숏핑' 서비스를 선보였다. 시청자들의 콘텐츠 체류 시간이 짧아지는 추세를 고려한 모바일 전략이다.
롯데온 역시 지난 19일 진행한 뷰티 브랜드 나스(NARS) 신상품 판매 라이브방송 1시간 동안 118만명이 접속해 올해 최고 접속자 수를 갱신했다고 밝혔다.
CJ온스타일을 비롯한 GS샵,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국내 업체들이 라이브커머스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데에는 최근 틱톡샵의 국내 진출이 예상 외로 지지부진한 점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해외 플랫폼들의 진출에 앞서 시장을 선점해야 향후 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홈페이지 캡처지난 20일 온라인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틱톡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10만명이다. X(옛 트위터)의 MAU 714만명보다 4만명 적다. 전년 같은 달에는 틱톡이 659만명으로 X의 622만명보다 많았다. 1년 사이 인스타그램은 306만명, 스레드는 240만명, X는 92만명가량 MAU를 늘렸지만, 틱톡은 51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에서 이처럼 틱톡이 예상 외로 선전하지 못하면서 틱톡샵에 대한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틱톡샵은 틱톡 영상에서 유명인이 제품을 노출하면 시청자들이 그 자리에서 해당 제품을 클릭해 즉각 구매할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다. 틱톡코리아는 지난해 12월 '틱톡샵' 상표를 출원하고, 올 상반기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