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2일 밤(현지시간) 민주당의 대선 후보직을 공식 수락하며 나흘동안 시카고에서 진행된 전당대회 마지막을 수놓을 예정이다.
그는 미국의 부통령으로 3년 넘게 재직하며 중앙 정치 무대에서 활약했지만,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경험·배경과 정치적 포부 등을 대중에게 소상히 밝힐 기회는 많지 않았다.
특히 한달 전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대선 후보직 사퇴 결단으로, 졸지에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마운드에 오른 '구원투수'가 돼버렸다.
통상적인 대선 후보가 당의 예비선거와 토론 등을 거치면서 자신의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는 것과 달리, 해리스 부통령은 이런 절차가 아예 생략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6일 팀 월즈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뒤 경합주를 중심으로 합동 유세를 벌이기도 했지만 생식권 보장, 총기 안전 문제, 성 소수자 인권보호 등 거의 비슷한 연설 내용으로 일관했다.
사실상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그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고,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측이 집요하게 비판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에따라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은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과는 달리 이같은 격차를 한번에 뛰어넘는 것이 돼야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이틀 동안의 시간 대부분을 미시간 호수 근처의 호텔에서 소수의 참모들과 함께 자신의 정치 경력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연설을 다듬고 연습하는데 할애했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08년 대선 캠페인 때 연설문 작성자로 활동했던 애덤 프랭클이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문 작성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측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더 깊이 파고들면서 미국의 미래 정책과 비전에 연결하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해리스가 검사가 된 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친 이야기를 통해 삶의 궤적이 트럼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화당이 해리스 부통령을 현실 감각이 없는 '급진 좌파'로 묘사하고 있는 것을 뛰어넘어야한다는 숙제도 있다.
일각에서는 불과 한달만에 대선 후보직을 꿰찬 해리스 부통령이 국가에 대한 비전과 대통령으로서의 역할 등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지지자들에게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줘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이 지난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견지했던 자유주의적 입장을 철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는 의료보험을 부인하고, '프래킹(석유 채취를 위한 수압파쇄법) 금지'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으며, 이민 및 세관 집행 기관을 폐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바마·클린턴 전 대통령처럼 연설 솜씨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패색이 짙었던 민주당을 한달만에 결집시키고 활력을 불어넣은 주인공인 점은 분명하다.
혜성같이 뛰어오른 그가 어떤 이야기를 꺼낼지가 궁금해지고, 어떠한 미래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가 듣고 싶어지는 이유이다. 이날은 묘하게도 해리스 부통령의 결혼 10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