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현장. 연합뉴스 경기 부천시 도심 내 호텔 화재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으로 급속도로 번진 유독가스가 지목되고 있다.
다수 희생자들이 발화 장소로 추정되는 8층 일대의 복도와 계단에서 발견된 가운데, 연기를 피해 외부 에어매트로 몸을 던졌다가 숨진 투숙객도 있었다.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부천 원미구 중동에 있는 9층짜리 호텔 8층 객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등 큰 인명피해가 났다.
불이 건물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화재가 시작된 지점으로 추정되는 810호실을 기점으로 7~9층 일대 등지에 검은 연기가 삽시간에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부분 투숙객들이 유독가스를 마셔 질식하거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사망자 대부분은 8~9층 계단과 복도 등지에서 발견됐다.
호텔에는 모두 64개 객실이 있는데, 화재 당시 7~9층을 중심으로 27명이 투숙해 있었던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2일 오후 경기 부천 모 호텔의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 불로 7명이 숨졌고 다른 투숙객 등 12명이 다쳤다. 부천시 제공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 피해 확산 경위 등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해당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자체적인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연기가 급격히 치솟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3년 준공된 이 호텔은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링클러는 관련법 개정으로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 층마다 설치하도록 의무화됐지만, 일부 의료기관 등을 제외하면 설치 의무가 소급 적용되진 않는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선착대가 도착할 당시 (호텔) 내부에 이미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며 "(객실) 창문으로 분출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연기로 가득 차 대피로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투숙객 남녀 2명은 8층 창문을 통해 외부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지만, 이 과정에서 다쳐 끝내 숨졌다.
소방당국은 "처음에는 에어 매트가 정상적으로 펼쳐져 있었는데 이들이 뛰어내린 뒤 뒤집힌 거로 파악됐다"고 설명했지만, 자세한 낙하 경위와 사망 원인 등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화재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은 "밖에서 연기가 나더니 소방차가 몰려 들었다"며 "침대같이 생긴 것(에어매트)이 설치되고 진화작업이 시작됐고, 얼마 뒤 '퍽' 소리와 함께 사람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소방과 경찰 조사 결과 불이 나기 전 한 투숙객이 810호 객실에 들어갔다가 타는 냄새를 맡고는 호텔 측에 "객실을 바꿔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810호는 투숙객 없이 비어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84명으로 수사본부를 꾸렸다. 또 이날 오전 11시부터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합동감식이 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