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앙정부와 가계의 빚 합산액이 2분기말 현재 3천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세정책 등으로 '세수펑크'가 지속돼 국채 발행이 늘고, 집값 상승세 와중에 부동산 대출이 증가한 탓이다.
2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방정부 채무 제외 '국가채무'와 '가계신용' 합계가 올해 2분기말 3042조원으로 나타났다. 이 합산액이 3천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20401조원)의 127% 수준에 달한다.
국채(국고채·국민주택채·외평채)·차입금·국고채무부담행위 등으로 구성되는 국가채무 가운데 대부분은 국고채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사용 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부채'다.
2분기말 국가채무는 1145조9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0조4천억원 늘었다. 부자감세 논란을 사는 감세정책과 경기부진 속에서 2년째 세수펑크가 이어지는 와중에 국고채 발행이 늘면서 채무 급증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국가채무의 GDP 대비 비율은 50.4%로 1982년 관련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이 비율은 2011~2019년 30%대, 2020년 40%대 진입에 이어 지난해 처음 50%를 돌파했다.
가계신용은 1896조2천억원으로 2분기에만 13조8천억원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근 주택거래 회복으로 관련 대출이 는 탓이다. 실제로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은 전분기 대비 13조5천억원 증가했다.
합산액은 올 2분기에 전분기(2998조원)보다 44조원 늘었고, 1분기 증가 폭(20조원)의 2배를 웃돌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1년 3분기(63조원) 이후 2년 3분기 만에 가장 큰 폭 증가세다. 합산 부채는 지난해 2분기 38조원, 3분기 33조원 등 전분기 대비 증가폭이 상당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내수는 얼어붙고, 내수를 살기기 위한 금리인하나 확장재정마저 한계를 보이면서 내수가 악순환하는 양상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전년동기 대비 2.9% 감소했고, 9개 분기 연속 줄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서도 민간소비는 재화 소비 부진으로 전 분기보다 0.2%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2.1% 줄었다.
한국은행은 내수 상황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0.1%p 최근 낮췄다. KDI도 내수 부진을 들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이달 하향 조정했다.
내수를 회복시킬 통화·재정정책 역량은 쪼그라들어 있다. 한은이 최근 기준금리를 3.50%로, 역대 최장 13차례 연속 동결한 이유는 집값과 가계부채 불안이었다.
정부도 올해 2년 연속 세수펑크가 유력한 상황이어서 재정투입이 쉽지 않다. 감세하느라 국채를 찍어 재정을 충당한 정부는 지난해에만 국채 이자비용으로 24조7천억원을 썼다.
일각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상 확대를 통한 가계부채의 건전성 제고, 의무지출 개혁을 통한 정부의 지출여력 확보 등 주장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