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장악 2차 청문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 윤창원 기자법원이 방통위의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6명 임명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은 2인 체제에서의 의결은 입법 목적에 어긋나기 때문이고, 입법정신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5인체제에서 의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2인체제의 의결은 위법하니 5인 체제의 방통위에서 의결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26일 방문진 이사 3인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정하는 결정문에서 방통위의 2인체제 합법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에 관한 의결'에 대하여 방통위법 제13조 제2항은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로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방통위(피신청인)의 주장은 위 법률조항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에 기초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방통위의 목적, 구성 등에 관한 방통위법 제1조, 제5조 제2항, 제7조 등에 의하면, 단지 2인의 위원으로 피신청인(방통위)에게 부여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연합뉴스 재판부는 따라서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신청인(기존 방문진 이사)들이 이 사건 본안소송을 통하여 2인의 위원들의 심의·의결에 의한 방문진 이사 6명의 임명처분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어 "지난 7월 31일 이진숙 방통위원장 취임식날 있었던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에 관련된 절차 준수 여부, 심의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 등에 관하여 피신청인(방통위)이 제출한 자료 및 심문결과만으로는 위에서 본 합의제 기관의 의사형성에 관한 각 '전제조건'들이 실질적으로 충족되었다거나 그 충족에 관한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신청인들로서는 본안소송을 통해 이에 관하여도 다툴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걸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재판부가 결정문에서 언급한 '전제조건'이란 단어다. 이 전제조건은 방통위의 구성에 관련된 걸 언급하는 것으로, 방통위는 기본적으로 정치적 다양성을 가진 5인체제에서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는걸 명시한 것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피신청인은 5인의 상임인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데(방통 위법 제4조 제1항),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되, 국회가 위원을 추천할 때는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며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방통위법 제5조 제1항, 제2항)."고 파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처럼 피신청인(방통위)은 정치적 다양성을 그 위원 구성에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입법 목적(같은 법 제1조)을 달성하고자 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여기에다가 방통위법이 회의의 소집과 의결정족수에 대해서만 규정하고(제13조), 의사정족수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아니한 점, 위원의 결원이 생겼을 때에는 지체 없이 보궐위원을 임명하도록 한 점(제7조 제2항) 등을 보태어 고려하면, 방통위법은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기본적·원칙적으로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한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회의를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길게 설명한 이유는 방통위는 기본적으로 합의제 행정기관인 만큼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과 부위원장 2인 체제에서 의결하는 독임제처럼 운영되어서는 안 되고, 정치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가진 5인 체제의 회의에서 의결 되어야 한다는 걸 설명한 것이다.
방통위원장을 지낸 한상혁 변호사는 "방통위 설치법에 5인의 상임으로 구성하라고 돼있고, 그들이 의결하도록 돼있는 건데 그걸 대통령이 임명한 2인이 독임제처럼 운영하면 '방통위법'을 정면으로 위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방통위가 정식으로 구성돼서 누군가 사퇴하거나 그런 사정으로 만들어진 상황이 아니다"면서, "6기 방통위는 구성이 안 된 거 아니냐, 6기는 아예 시작도 안 한 거 아니냐, 합의체가 안 만들어졌는데, 자꾸 뭐를 의결을 하고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
실제로 방통위법에는, 제1조(목적) 이 법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4조(위원회의 구성 등) ① 위원회는 위원회의 위원장(이하 "위원장"이라 한다)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5인의 상임인 위원으로 구성한다.
제12조(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 위원회는 소관 사무 중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고 명시하고 있다.
방통위법 제12조에는 방통위가 의결해야 할 사항 29가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 29가지는
1. 방송 기본계획 및 통신규제 기본계획에 관한 사항. 2. 한국방송공사의 이사 추천 및 감사 임명에 관한 사항. 3.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및 감사 임명에 관한 사항 등이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류영주 기자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법에 방통위가 의결해야 할 사항과 아닌 것을 구별해 놓은 이유가 뭐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의결 사항은 의결하는 것이고, 의결사항이 아닌 다른 업무는 방통위원장이든 대행체제든 진행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5인 체제의 6기 방통위 구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5기 방통위는 한상혁 전 위원장이 중도 해임됐지만, 그의 임기 종료일인 2023년 8월 2일로 막을 내린 것으로 봐야한다. 이동관 전 위원장이 2023년 8월 28일 취임했으니 6기 방통위의 출범으로 봐야 하지만, 방통위는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체제에서 출발했다. 민주당에서 최민희 후보를 추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추천몫 2인만 임명했을뿐 최민희 후보는 끝내 임명하지 않았다. (최민희 후보는 방통위원 후보로 추천된지 7개월 7일만인 2023년 11월 7일 후보직에서 사퇴)
이 전 위원장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직전 갑자기 사퇴한 뒤, 그 후임으로 김홍일 위원장이 임명된 뒤에도 2인 체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김 전 위원장이 취임 6개월여만에 역시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사퇴했지만 2인 체제의 방통위는 해소되지 않았다. 이상민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하다 역시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직전 사퇴하면서 방통위는 주인(상임위원)없는 빈집이 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하면서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방통위 부위원장으로 돌려막기했다. 역시 2인체제의 연속이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국회가 방통위원 후보 3인을 추천해서 정상적인 방통위를 꾸리는 것이다. 야당이 신속하게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나선 만큼 속도를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편, 법원이 방통위 2인체제에서 임명한 '신임 방문진 이사 6명'의 자격을 본안소송 1심 판결뒤 30일까지 정지시킴으로서, 신임 방문진 이사 임명으로 인한 'MBC 경영진 교체'같은 갈등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오히려 방통위 2인 체제에서의 의결이 위법하고, 방문진 이사 임명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봄으로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심판에 어떤 방식이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 사정을 잘아는 한 중견 법조인은 "법원이 2인체제 방통위에서의 의결이 위법하다고 봤고, 방문진 이사 임명도 절차가 잘못된 것으로 본 건 맞지 않느냐"면서, "다만 그게 탄핵에 이를 정도인지 아닌지는 헌재에서 판단할 문제지만 위법한 건 확실하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