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내 무위험지표금리(KOFR)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 및 향후 추진 방향 정책 콘퍼런스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한국은행과 금융 당국이 현재 금융거래 기준인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대신 국내 무위험 지표금리인 코파(KOFR)로 지표금리 체계를 전환하는데 속도를 내기로 했다.
그동안 지표로 주로 활용돼 오던 CD금리가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시장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은과 자본시장연구원은 28일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국내 무위험 지표금리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 및 향후 추진 방향'이라는 주제로 공동 콘퍼런스를 열고 지표금리 체계를 전환하기 위한 '코파 거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무위험 지표금리는 거래 규모가 충분하고 실거래에 기반해 금리 담합이 어려운 초단기 금리(콜금리·환매조건부채권금리 등)를 기초로 산출되는 지표금리를 의미한다.
코파는 앞서 2021년 2월 국내 무위험 지표금리로 선정돼 같은 해 11월부터 산출·공표되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지표금리였던 리보(LIBOR)를 대체할 새 지표금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그러나 다른 선진국들이 각자 개발한 대체 지표금리를 정착시킨 반면, 우리나라는 코파를 거의 쓰지 않고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CD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CD금리는 하락기에 다른 시장금리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경직성을 보이는 반면, 시장이 불안하면 신용 위험 부각과 함께 지나치게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또 CD금리가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기 때문에 시장이 자발적으로 관행을 탈피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자금시장팀장은 "국내 지표금리로 코파가 자리 잡으면 금융 소비자의 편익이 증대되고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과 통화정책 유효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파 정착되면 금리선택권 다양해져 소비자 편익 커질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내 무위험지표금리(KOFR)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 및 향후 추진 방향 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코파가 정착되면 소비자의 편익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 등의 지표금리로 코파를 활용하면 CD보다 금융시장 여건을 더 빨리 반영해 금리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게 한은 설명이다.
또 코파 대출상품은 코픽스(COFIX)와 은행채 등 다른 연계 대출상품과의 비교를 통해 본인에게 유리한 금리를 가늠하기 쉬워 차주의 금리 선택권이 다양해진다.
은행의 경우 출시한 코파 대출상품 간 가산금리를 직접 비교할 수 있어 은행 간 경쟁 촉진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은과 금융위는 지난해 6월 협의회를 구성하고 CD에서 코파로의 지표금리 전환을 추진해왔다. 올해 들어서는 민·관 워킹(실무)그룹도 출범시켰다.
전환은 코파 확산을 위한 기술적 기반 조성, 기간별 코파 활용 목표치 제시·코파 점유율 확대, CD금리 중요지표 해제 3단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은 이자율 스와프 시장에서 신규 거래 시 일정 비율 이상 코파와 OIS(overnight index swap rate·초단기 금리) 거래가 이뤄지도록 행정지도를 하고, 한은 공개시장운영(OMO) 대상 기관 선정 단계에서도 코파 거래 실적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콘퍼런스에서 "코파 연계 파생상품과 현물 시장의 거래 관행을 마련하고 제도·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많은 난제가 예상된다"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