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제공금융위원회가 불법 공매도로 부과한 과징금에 대해 법원이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21년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이후 이뤄진 제재에 대해 여러 불복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첫 판결에서 금융당국이 패소한 것이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3일 외국계 금융회사 케플러 쉐브레(Kepler Cheuvreux S.A.)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취소소송에서 원고(케플러)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외 운용사와 국내 증권사 사이에서 문제의 주문을 중개한 케플러의 행위 과정에 불법 공매도를 하려던 의도가 없었고, 과징금의 대상이 된 공매도 주문금액 산정에도 오류가 있었다는 취지다.
증선위는 지난해 7월 케플러의 불법 공매도 행위에 대해 과징금 10억6300만원을 부과했다. 2021년 9월 펀드가 소유하지 않은 SK하이닉스 보통주 4만1919주(44억5천만원)를 매도해 '무차입 공매도'를 한 혐의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고 향후 주가 하락 시 매수해 수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주식을 빌려 매도를 하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되지만 주식을 빌리지 않은 채 매도 주문부터 내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기존에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제재는 '1억원 이하의 과태료'에 불과했지만, 2021년 4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위법한 공매도 주문금액의 10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1년 이상의 징역형과 부당이득의 3~5배에 해당하는 벌금형도 신설됐다.
연합뉴스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그만큼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지난해 3월 불법 공매도에 대해 첫 과징금을 부과받은 ESK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 제재 대상이 된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불복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재판 과정에서는 '불법 공매도'의 고의성이나 제재 대상·수위의 적합성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케플러 사건의 경우에도 단순 과실에 의한 행위에 대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는지와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된 '공매도 주문금액'의 해석이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케플러 측이 A펀드의 보유 주식에 대한 매도 위탁을 받았지만 실수로 B펀드에서 매도 주문을 내면서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하게 됐다는 점에서 단순 과실에 기한 행위라는 점을 인정했다. 또 실제 케플러 측이 위탁 받아 매도를 요청한 금액이 아니라 주문을 전달받은 증권사에서 매매기법상 위탁 받은 수량을 초과해 낸 공매도 주문금액으로 과징금이 매겨진 점도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케플러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는 "불법 공매도 규제를 강화한 이유는 해당 규제 취지를 잠탈하는 행위를 규율하고 부당이득을 환수하려는 것인데 수백만원 정도의 수수료만 받은 중개업자도 유사하게 제재하는 것이 맞는지 따져본 것"이라며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매도 주문금액'에 대해서도 참고할만한 판례"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판결 내용에 좀 더 다퉈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금융감독원과 법률대리인과 검토를 거쳐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