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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갈등' 적극 활용하는 이재명, '조용히' 추석민심 '선점'

국회/정당

    '윤-한 갈등' 적극 활용하는 이재명, '조용히' 추석민심 '선점'

    李 "의대 증원 유예, 불가피한 대안"이라며 韓 두둔
    李·韓 vs 尹 구도 형성…당정 갈등 '벌리기' 의도
    동시에 "회담 해야 하느냐"며 韓에 특검법 압박도
    대여공세 펼치는 사이 대외적으론 '민생' 강조
    쟁점 법안 처리시기까지 미루며 추석 민심 '선점'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당정 간 파열음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를 여권 분열 공세의 지렛대로 삼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안으로 내놓은 의대 증원 유예를 두둔하면서 당정 갈등을 벌리는 모양새다.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법에 이은 두 번째 분열 카드인 셈이다.

    동시에 쟁점 법안 처리는 9월로 미루고, 민생을 강조하고 있어 추석 민심을 선점하겠다는 의도 또한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의정갈등 관련 韓에 힘실은 李…채상병 이어 또 하나의 '당정 벌리기' 카드

    이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께서 의대 정원 감축을 얘기하고, (증원을) 유예하자고 얘기하셨던 것 같다"며 "의료 공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고 공감을 표했다. 당정이 의정 갈등 이슈로 파열음을 빚는 민감한 상황에서 돌연 한 대표를 두둔하며 논란에 참전한 것이다.

    이 대표가 이날 적극적으로 발언에 나선 것은, 당정 갈등을 벌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2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내년 의대 정원 증원은 유지하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당정 갈등이 또 다시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 이 대표가 한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여야 대표 대 윤 대통령 구도가 형성되게 됐다.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의정 갈등이 여야 대표회담 의제로 올라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아직 특별한 진척은 없는 상태"라면서도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당정 갈등을 격화할 또 다른 카드인 채 상병 특검법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여야 대표 회담을 성사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특검법을 재차 거론,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며 한 대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실무회담 책임자인 이해식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 대표는 채 해병 특검법을 두고 자기의 (기존) 입장도 180도 뒤집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도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은 완전히 못 받는다고 한다. 용산과 일체 이야기가 안 된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가 회담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얘기"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이 취소되는 이런 상황들을 볼 때 지금 한 대표를 만나서 (체급을) 키워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라고 당 지도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도 "한 대표가 특검 공약을 취임 한 달 만에 엎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민주당에서는 이런 대표 회담을 해야 하냐는 회의감을 갖는 분이 많아졌다"고 거들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한 대표는 민생을 기치로 내건 대표회담을 열기 위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경우 국민의힘 내 친윤계의 반발로 인해 내부 분열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관측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채 상병 특검법과 의정갈등을 당정 간 갈등을 확대하는 두 개의 지렛대로 가지게 된 셈이다.

    李, 대외적으론 민생 강조하며 추석 민심 선점 전략

    이 대표는 대여(對與) 전선에서는 당정 갈등을 부각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전당대회 때부터 주장해 온 '먹사니즘(먹고사는문제)'에 보다 힘을 실으면서 추석 민심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코로나19에 확진돼 입원했다가 퇴원한 이 대표는 당무 복귀 첫날인 이날 민생과 관련한 해법을 쏟아내며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어떤 방법을 쓰든 민생 골목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민주당은 지역화폐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딥페이크(deepfake·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도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을 갖고 피해자 보호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당 차원의 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민생에 힘을 주기 위해 민주당이 세 번째로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을 비롯한 각종 쟁점 법안의 추진 시기는 추석 이후로 넘겼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넘어온 법안은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 ',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6개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6일까지 '한동훈표' 특검법을 기다렸으나 답이 없어 야당이 의견을 모아 채 상병 특검법을 조금 더 수정하거나 합의를 거쳐 9월 안에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추석 밥상에 이재명의 '먹사니즘'과 '당정 갈등'을 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쟁점 법안 통과에 집중할 경우 자칫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피로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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