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수 지사 출입기자 간담회. 경남도청 제공 경남 합천 황강과 창녕 강변여과수를 부산과 동부경남에 공급하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에 대한 주민 반발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완수 경남지사가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환경부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박 지사는 12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환경부가 구체적인 취수 계획이나 피해 보상 대책 등 이런 안을 내놔야 경남도의 입장이 나올 수 있고, 그래야만 공론화할 것 아니냐"며 "환경부가 확실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 이 문제가 답보 상태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부산 쪽에서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특별법을 발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특별법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나 행정 절차를 생략해 버리면, 주민 동의를 구하는 절차 없이 그냥 취수만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경남도의 입장에선 수용하기 어렵고, 갈등만 증폭시킨다"고 강조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 통합관리기구가 들어설 최적지가 김해시라는 용역 결과를 경북 고령군이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지사는 "신라 문화 통합관리기구를 경남으로 가지고 오겠다고 하면 경북 사람들이 이해하겠냐"며 "가야 문화는 결국 경남이 중심이고,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 7개 중 5개가 경남에 있어 경북이 양보해야 한다고 경북지사 등에게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에서 자꾸 (가야고분군) 개수와 면적을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공식적으로 나온 것이 작다는 것이지, 조사를 해보면 고령보다 작지 않고, 필요하면 이를 정부에 자료를 제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가야고분군이 있는 경남·전북·경북 광역 3곳과 김해·고령 등 기초 7곳을 포함해 10개 광역·기초지자체가 공동으로 설립한 기구인 세계유산 통합관리지원단은 지난 7월 연구 용역 결과 통합관리기구 설립 입지 1순위가 김해시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독 경북도, 고령군이 용역 결과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완수 지사 출입기자 간담회. 경남도청 제공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관심을 받는 경남-부산 행정통합에 대해서는 "9월 말이나, 이른 시간 내에 통합안을 발표하고, 다음 달 공론화추진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경남과 부산에서 15명씩 구성되며 통합안이 나오면 시도민에게 그 대안을 제시하면서 여론을 듣는 등 공론화 과정을 밟게 되고, 적절한 시기에 시도민의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그런 단계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산 위기에 놓인 진주와 사천의 광역 소각장 사업과 관련해서는 "소각장은 진주시에 설치하고, 그 비용을 사천시가 부담하겠다는 것으로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안다"며 "합의가 되지 않으면 도가 직접 나서서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지사는 두 지역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도가 적극적으로 관여할 생각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주·사천 시민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합의를 통해 통합 절차를 밟는다면 경남도가 역할을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그것보다 진주·사천·하동 등 서부경남의 자유경제구역을 확대해 기업 투자 유치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경남도의회가 거제~마산 국도 5호선 건설사업 추진을 위한 '거가대로 손실보전금 부담 동의안'을 보류한 데 대해 "여러 가지 효과를 분석, 검토한 다음 도의회에 다시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가대로 통행 수입이 보장 금액에 못 미치면 협약이 끝나는 2050년까지 매년 민간 사업 시행자에게 손실을 보상해 줘야 한다.
정부가 이 손실보전금 전부를 경남도가 부담한다는 확약을 받아야만 사업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현재 도의회 동의 절차를 밟는 중이다.
박 지사는 "거제~마산 국도 5호선을 완공하려면 2035년쯤, 10년 정도 걸리고, 2050년까지 약 10년을 손실 보전하면 된다"며 "1년에 200~250억, 10년이면 2천~2500억 원 정도 손실을 보전해 주더라도 국도 5호선 개통 효과가 더 크다면 건설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손실 보전 금액과 국도 5호선 개통 이후 지역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해 그 결과를 가지고 도의회에 다시 동의안을 제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근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된 국립창원대와 도립 거창·남해대 통합 우려와 관련해서는 "정원 규모 등 통합 협의 과정에서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며 "(통합으로) 창원대가 글로컬대학으로 지정받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통합할지는 협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박완수 지사 출입기자 간담회. 경남도청 제공
이어 "외국인 학생을 채우는 등 여러 어려움 속에 도립대학이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통합 이후 두 도립대를 어떻게 특화하고, 특화된 학과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창원대보다 더 훌륭한 인재를 유치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차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추석 이후 거창, 남해에서 창원대와 함께 주민 여론을 수렴하고 통합 입장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지사는 최근 동유럽(체코·폴란드) 국외 순방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점을 실감했다고도 했다.
그는 "선진국이라고 배웠던 유럽의 국가들이 이제 우리나라의 산업, 문화 등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그것을 배우려고 노력한다"며 "우리나라의 방위산업 역시 아주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폴란드에 수출한 K2 전차를 예로 들며 "시험 과정에서 다른 나라 전차들은 통과하지 못했는데 우리나라 전차만 장애물을 통과하고 포 명중률도 굉장히 높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런 주요 방산기업들이 경남에 있다는 데 대해 도민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