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의료 붕괴 사태,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고물가 현상 등 민감한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였음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이 '빈손'으로 끝난 것을 두고, 여권 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가 부딪치고 있다. '맹탕 만찬'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두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25일 국민의힘 김종혁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대표가 뭔가 할 말을 준비해 갔음에도 대통령실에서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한 대표가 지명한 최고위원으로 대표적인 친한계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다른 분들보다 20분가량 일찍 도착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과) 뭔가 말할 기회를 기다렸던 것 같았다"며 "한 대표는 대통령이 좀 일찍 오셔서 '한 대표 나하고 잠깐 얘기합시다'라는 상황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대통령이 6시 20~30분 사이에 오신다고 돼 있었는데, 6시 좀 넘어오셨지만 (독대는 없었다)"라며 "한 대표가 (만찬이) 끝나고 나서라도 대통령이 '한 대표 우리 잠깐 얘기할까요?'라는 상황도 내심 기대했던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서 초청한 거니까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난 다음에 (한 대표에게) 의견이라도 물어보셨다면 한 대표도 무슨 말을 좀 하려고 했을 것 같다"며 "참석 인원이 27명으로 워낙 많아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대통령께서 '대표 말씀을 하시죠' '원내대표 한 말씀하시죠'라고 했다면 얘기할 기회가 있었겠지만 그런 게 없어 현안 문제에 대해서 얘기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 최측근인 장동혁 최고위원 또한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 대표는) 당 대표로서 적어도 인사말씀할 수 있는 정도의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그런 준비는 하지 않으셨을까"라며 "그런데 그런 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재차 독대가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반면 친윤계의 시각은 달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을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고 일축했다.
이어 "발언을 하려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한 대표 스스로 만찬 자리에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거 아니냐"며 "(여당 지도부의) 출범을 축하하고 식사 한번 합시다 정도의 자리였기 때문에 (한 대표가) 거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엄중한 상황에서 밥만 먹고 와서 되겠느냐, 한 판 해야 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분은 조금 다르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면서도 "그런데 그 이야기를 못할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고 막는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만찬 전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오히려 독대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 대표가 독대에서) 들어주기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꺼내놓으면 '내가 이야기는 충분히 했는데 영 귀를 닫고 있더라' 이래서 대통령이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지 않느냐"며 "만약 수용했다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에게 굴복했다' 이런 프레임을 씌울 수가 있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국면으로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빈손 만찬'을 두고 여당 중진인 윤상현 의원은 KBS 라디오 '고성국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소문난 잔치에는 결국 먹을 게 없었다는, 그런 식으로 평가되지 않겠나"라고 촌평했다.
윤 의원은 '독대 요청 갈등'을 두고는 "저 같으면 그렇게 안 한다. 대통령께 직접 문자나 전화를 드려서 '잠깐 뵙고 싶다'고 할 것"이라며 "(독대 요청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다. 대통령실에서는 언론 플레이로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