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금융당국이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이달 들어서도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이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으로선 다음 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에 부담이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이달 들어 26일까지 새로 취급된 주택구입 목적 개별 주담대 총액은 7조 8466억원으로 집계됐다.
추석연휴 사흘을 빼면 일평균 3412억 원을 취급한 셈인데, 지난달 8월 일평균 3596억 원과 비교하면 5% 감소에 그친 셈이다. 주담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7월 일평균 3478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규제가 시작되고 기존 규제보다 가산금리를 추가 적용해 주담대 한도를 대폭 줄였지만, 규제를 두 달 미루는 동안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한 데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주택 구입 수요가 줄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월 7579건에서 7월 8872건으로 증가해 정점을 찍었지만, 8월 거래량도 이날 집계 기준 6066건으로 5월 5129건보다 많다. 8월 최종 거래량은 오는 30일 확정된다.
이처럼 여전한 주담대 수요는 오는 10월 11일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 Fed(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0.5%p 내리는 '빅컷'을 단행, 2022년 3월 시작한 통화긴축의 방향 전환을 시사했다.
이에 한은도 지난해 1월부터 유지해온 3.50%의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이 같은 기대가 폭발적인 서울 아파트 매매 수요로 번져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통화당국이 고심에 빠진 것이다.
일단 8월 급등했던 가계대출 증가세는 다소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9조 4918억 원으로 전월대비 증가폭이 4조 1276억 원에 그쳤다. 8월엔 가계대출이 9조 6259억 원이나 늘어 2020년 11월(9조 4195억 원↑)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최근 몇 개월새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등하면서 큰 폭으로 증가한 거래금액도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은 부담이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5월 11억 9970만 원에서 6월 12억 4685만 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7월 12억 2943만 원, 8월(현재 기준) 11억 9251만 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오는 30일 오전 정부세총청사에서 이뤄질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은 총재 간 '타운홀 미팅'에 관심이 쏠린다. 재정당국으로선 금리 인하를 통한 내수 부양을 바라지만, 주택 구입시 대출 보편화로 금리가 부동산 구입 및 가계대출 수요를 좌우하는 '핵심 키'가 된 상황에서 금융안정 책무가 있는 통화당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