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보통 학생들이 체험 학습을 좋아하는데 다문화 가정 학생들은 (체험 학습에도) 스트레스를 받아요. 한국어를 잘 못 알아들으니까."
경기도 파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학생들이) 한글을 잘 모르니 수학이나 다른 과목들은 엄두도 못 낸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수년 간 경험을 했지만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의사소통이 어려우니 친구들 사이에서도 좀 겉돌게 되고 결국 엇나가는 사례도 종종 봤다"며 "저와 지금 함께 학습하는 다문화 가정 학생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를 해서 너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일반 과목 학습도 아주 잘한다"고 뿌듯해 했다.
A씨 같은 한국어 강사는 한글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수업 중 또는 방과 후에 한국어 학습을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저출생의 영향으로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가정 학생의 비중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 이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강사 숫자는 부족하고 지역별 편차도 큰 게 현실이다.
게다가 이들 강사 대다수가 초단기 근로계약직으로 고용되고, 상세한 교육 가이드라인도 사실상 없어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체 초등학생 가운데 다문화 가정 학생의 비중은 2019년 3.8%에서 올해 4.7%로 1%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 기준 한국어 강사 수는 전국 초등학교 6175개를 통틀어 63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숫자로만 따지면 학교 9.8개 당 1명에 불과한 셈이다.
지역별로 따져보면 작년에 다문화 가정 초등학생 비중이 7.1%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전남의 경우 초등학교 숫자는 428개였지만, 한국어 강사수는 9명에 그쳤다. 인천은 해당 초등학생 비중이 5.3%, 전체 초등학교수도 262개교로 전남보다 적었지만 한국어 강사수는 83명에 달했다.
특히 다문화 가정 초등학생 비중이 5.6%인 제주도에는 전체 114개교에 한국어 강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역별 편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전국의 강사 632명 중 281명(44.4%)은 수도권 지역(서울 40명, 경기 158명, 인천 83명)에 쏠려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에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지만 비수도권은 인력 구하기가 어렵다"며 "시도마다 지침을 유연하게 마련하고, 시도별 강사 단가를 설정해서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기준 교육부 현황 자료에서 전국의 한국어 강사 632명의 근로계약 종류는 '단위학교별 초단기 근로 계약'으로 표기됐다. 대부분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기 근로 계약직이라는 의미다. 한국어 학습 지원이 연속성 있게 이뤄질 수 있는지 물음표가 붙는 대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러 언어권의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동시에 있는 경우엔 일반 교원 혼자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어 한국어 강사가 보조 강사로서 한국어 학습을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강사들이 참고할 한국어 교육 가이드라인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초등학교 한국어 강사는 "한국어 교실 강사님들 다수가 (처음에는) 뭘 가르칠지 모른다"며 "점점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외국 태생 학생들에게 한국말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선미 의원도 "사회적 변화로 다문화 가정 학생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한국어 교육 여건은 미비하다"며 "다문화 가정 학생들 역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소중한 인재이기에 초등학교에서부터 집중적으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