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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응급 입원 '뺑뺑이' 심각…경찰, 직접 병상확보에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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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질환자 응급 입원 '뺑뺑이' 심각…경찰, 직접 병상확보에 나선 이유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가능 응급실 병상 부족
    용인시도 응급입원 병원 4곳뿐
    응급입원 환자 절반 이상 타지역으로 이송
    평균 3.5시간 소요…경찰력 낭비·치안 공백 우려
    용인시-용인동부서, 응급 입원 병상 2개 추가 확보
    경찰 "병상 확보 사업, 전국 확대 기대"

    한 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들어가고 있다. 황진환 기자한 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환자가 들어가고 있다. 황진환 기자
    #지난 6월 2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공원. 조현병을 앓고 있는 여성 A씨가 알몸상태에서 "XX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며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A씨가 응급입원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곧바로 정신질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응급실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인근에는 그를 받아줄 병원이 없었다. 결국 A씨는 신고 접수 4시간 30여분여 만에 인천의 한 병원에 간신히 입원할 수 있었다.
     
    # A씨 사건 이후 사흘만에 같은 처인구에서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이 필요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 전력이 있는 B씨가 둔기로 가족을 폭행한 것. 이날 B씨는 술에 취해 가족을 폭행하고 소란을 피었다. 경찰은 응급입원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씨와 마찬가지로 관내에는 수용 가능한 병원이 없었다. 수소문 끝에 수원시 소재 한 병원으로 B씨를 입원시킬 수 있었다. 3시간이 지난 뒤였다.

     

    응급입원 결정해도 응급실 없어 '뺑뺑이'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응급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자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수용할 응급 병상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일선 경찰서와 지자체가 협력해 직접 병상 확보에 나서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15일 용인시와 용인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정신건강복지법 제50조에 따라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사람을 발견한 경우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 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응급실 병상을 찾는 것 자체가 녹록치 않다.

    용인시의 경우 응급실을 운영하는 정신의료기관은 4곳 뿐이고, 병상 역시 19개에 불과하다. 더욱이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2곳(10개 병상)이 전부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까지 용인 지역에서 내려진 응급입원 조치는 122건에 달한다. 어쩔 수 없이 63건(52%)은 다른 지역 병원으로 원정 입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다른 지역으로 병원을 찾아 나설 경우 평균적으로 3.5시간이 소요된다.
     
    이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호와 후송을 맡은 경찰이 떠안고 있다. 담당지역을 오래 비우다 보니 경찰력 낭비와 치안 공백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용인동부경찰서 관내 한 경찰관은 "정신질환자를 받아줄 응급실을 바로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와 같다"라며 "응급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직접 수소문하고 환자를 후송하기까지 많게는 5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도중에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대응할 길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용인시-경찰, 응급입원 병상 2개 확보 성과

    용인시청에서 열린 안전문화살롱에서 이상일(왼쪽 세번째) 용인시장 등 주요 기관장이 안전한 도시환경 조성을 다짐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용인시청에서 열린 안전문화살롱에서 이상일(왼쪽 세번째) 용인시장 등 주요 기관장이 안전한 도시환경 조성을 다짐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용인시와 용인동부경찰서(김종길 서장)는 최근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병상 확보에 직접 나섰다.

    용인시는 시비 2억원을 투입해 내년 1월까지 용인정신병원에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병상 2개를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이 병상은 용인시민만을 위한 병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또 앞서 2년 전부터 용인동부경찰서가 용인시에 병상 확보를 위한 조례 제정 등을 요구했고, 최근 용인시와 용인시의회는 '용인시민 전용 응급입원 병상 운영 조례'를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인구가 늘어나면 치안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치안 문제를 경찰에만 부담시킬 것이 아니라 유관기관이 예방 및 대처에 있어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용인동부경찰서는 이번 조례 제정을 반기면서도 전국적으로 확대되길 희망했다.
     
    용인동부서 관계자는 "병상 확보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적시 적소에 치료를 받게 되고, 경찰은 치안 공백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응급입원 병상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은 전국 모든 경찰의 고충이니 병상 확보가 전국으로 확대돼 안전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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