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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척 표정은 소용 없었다…"거짓말 탐지기는 거짓말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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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연한 척 표정은 소용 없었다…"거짓말 탐지기는 거짓말 안해"

    강곤석 거짓말 탐지기 검사관
    검찰서 27년 거짓말 검사…퇴직 후에도 민간서 활동
    살인 사건 용의자 거짓말 검사해 석방…"유독 기억나"
    거짓말 탐지기, 최근 성범죄자 검사서 수요↑
    민간에선 연인 '외도 여부' 확인 요청도

    검찰에서 27년 동안 거짓말 탐지기 검사관으로 근무한 강곤석(60) 검사관. 현재는 검찰 퇴직 후 민간에서 거짓말 검사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정성욱 기자검찰에서 27년 동안 거짓말 탐지기 검사관으로 근무한 강곤석(60) 검사관. 현재는 검찰 퇴직 후 민간에서 거짓말 검사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정성욱 기자
    "조사 시작합니다. 본인은 ○○○ 했나요?"
    "아니요."

    "그럼 △△△ 했나요?"
    "아니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K 직장인'으로 살아온 지도 어느덧 10년차. 그저 기계에 불과한 '거짓말 탐지기'쯤은 쉽게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면 되는 간단한 방식에, "마음만 굳게 먹으면 거짓말이 감지되지 않는다"라는 류의 말도 근거없는 자신감의 기반이 됐다.

    검사 장비를 착용한 뒤 이어진 질문들. 정중한 질문에 성의없는 목소리로 응답했다. 검사는 별 것 없이 끝난 듯 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거짓말을 한 지점의 그래프가 지진이 난 듯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에서 사건 관련자들의 거짓 여부를 파악하는 역할부터 이제는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거짓말 탐지기 검사관을 만나봤다.

    호흡도, 맥박도 속였는데 땀에서 걸렸다

    지난 11일 경기 안산에 위치한 강곤석(60) 거짓말 탐지기 검사관의 사무실을 찾았다. 강 검사관은 27년 동안 검찰에서 거짓말 탐지기 검사관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퇴직했다.

    강 검사관이 거짓말 탐지기 업무를 맡기 시작한 1997년쯤부터 검찰은 각 지검에 본격적으로 거짓말 탐지기 검사관을 배치했다. 당시 강 검사관은 서울중앙지검의 유일한 검사관으로 뽑힌 뒤 이후 수원지검과 안산지청을 거쳤다.

    강 검사관에게 탐지기의 성능을 묻자 검사에 참여할 기회를 줬다. 실제 검사처럼 범죄 여부 등 구체적인 질문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검사 방식이나 절차, 기기는 모두 현행 수사기관에서 하는 것과 동일하게 진행했다.

    강 검사관은 의자에 앉힌 뒤 복부와 흉부에 호흡 측정기를 부착했다. 유선전화기 다이얼 선처럼 생긴 측정기가 가슴과 허리를 묵직하게 조여왔다. 4평 남짓한 사무실이 갑자기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어 약지와 검지에 땀을 측정하는 장비를 달더니, 마지막으로 왼팔에 혈압·맥박 측정기를 부착했다. 온몸에 주렁주렁 달린 장비를 내려다 보니 없는 사실도 말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거짓말 탐지기 검사 시작 전 장비를 착용한 모습. 정성욱 기자거짓말 탐지기 검사 시작 전 장비를 착용한 모습. 정성욱 기자
    질문은 총 5가지. 마음을 비운 채로 답했지만 거짓말을 측정하는 세 가지(호흡·맥박·땀의 양) 그래프가 요동쳤다. 거짓말을 답한 지점에서 호흡과 맥박은 정상 수치였지만, 땀의 양이 크게 치솟았다.

    강 검사관은 "호흡, 맥박, 땀 세 가지 항목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한다"며 "다른 질문에 비해서 거짓말을 한 부분이 유독 반응할 경우 거짓말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억울한 사람 없었으면"…살인 사건 용의자 석방에 일조도

    강 검사관은 검찰에 근무하면서 3천여 건의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실시했다. 30년 가까이 검사관으로 일하고 퇴직 후에도 거짓말 탐지기를 놓지 않은 이유는 "억울한 사람들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강 검사관은 "형사 사건에서 의심을 받아서 억울하게 입건되고, 재판에까지 넘겨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살인 사건 용의자로 체포됐던 이들이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통해 석방된 사건을 기억나는 사건으로 꼽았다.

    강 검사관은 "경기도에서 살인 사건 용의자로 3명이 구속됐던 사건이 있었다"라며 "거짓말 탐지기로 검사를 해보니까 진술이 모두 진실반응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 결과를 수사팀에 통보했더니 얼마 뒤 용의자들을 모두 석방시키더라"라며 "매우 드문 경우였지만 긴 공직 생활 중에 유독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강 검사관은 성범죄 무고 사건도 기억나는 사건으로 꼽았다. 그는 "여성이 성범죄를 당했다고 상대 남성을 고소한 사건이었는데, 해당 남성을 검사한 결과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라며 "이에 고소인 여성에게 다시 진위 여부를 확인했더니 그제서야 '거짓으로 고소한 것'이라고 실토하더라"고 말했다.

    성범죄자 검사부터 민간으로도 확대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준비 중인 강곤석 검사관. 정성욱 기자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준비 중인 강곤석 검사관. 정성욱 기자
    거짓말 탐지기는 주로 형사사건에서 활용된다. 폭행이나 강도, 살인, 사기 등 재차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 있을 경우, 수사기관은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활용한다. 다만 강제성은 없어서 피의자가 거부할 경우엔 검사가 불가능하다.

    탐지기는 성범죄자 관리 영역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성범죄 전자발찌 감독 대상자의 위반행동 여부나 성적 선호 대상을 확인하는 데 탐지기가 활용된다. 출소 이후 몰래 한 범행이 있는지,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다니는 장소를 찾아간 적이 있는지 등을 질문하며 거짓말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관계기관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계획을 검토한다.

    최근에는 심리분석 기법이 다양해지면서 검사 방법도 다양해졌다. 대검찰청의 경우 거짓말 탐지기뿐 아니라 행동분석과 진술분석 요원까지 포함한 '통합심리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는 재판에서도 활용된다.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로 인정되지만, 재판부가 판단하는 데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수사기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거짓말 탐지기는 최근 민간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사기관에서 실시한 거짓말 탐지기 결과에 불복하고 강 검사관 같은 민간에 의뢰하는 것이다.

    수사기관에서는 거짓으로 나왔던 결과가, 민간에서는 진실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강 검사관은 "아무래도 일반인이 수사기관에 가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검사를 받는 것 자체에 겁을 먹어서 민간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배우자나 연인의 외도 여부를 확인하려는 고객도 많다. 신뢰도를 위해 연인이 함께 사무실을 찾아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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