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건설노동자. 연합뉴스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2분기 보다 더 떨어진 4.6%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 '5% 안팎' 달성에 빨간불이 켜지며 중국 내부에서조차 대규모 부양책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5% 성장 자신했는데…연말로 갈수록 낮아지는 성장률
중국 국가통계국은 18일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 4.7%에 비해서도 0.1%p 낮아진 수치다.
다만,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전망치 4.5%에 비해서는 소폭 높은 수치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집계한 전망치 4.4% 보다도 높았다.
중국 경제는 지난 1분기 춘제(중국의 설) 연휴 효과 등으로 5.3%의 깜짝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분기부터 둔화세를 보이면서 중국 당국이 지난 3월 내놓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 '5% 안팎'을 밑돌고 있다.
이는 지난 2021년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헝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이후 장기간 침체에 빠져든 부동산 시장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내수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지난 1~9월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0.1%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 국가통계국은 "9월에는 여러 생산·수요 지표가 호전됐고 시장 기대가 개선돼 경제 호전을 이끄는 긍정적 요인이 늘었다"며 시장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中 숨가쁘게 부양책 내놨지만…시장은 "아직 부족하다"
중국 베이징의 거리에서 한 노인이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성장률 둔화가 눈으로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 달성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지난달 24일 금융당국을 시작으로 각 부문별로 다양한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등 정책금리, 그리고 기존 주택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부양패키지'를 발표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거시경제 주무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역주기조절'(경기에 따른 거시경제 정책 운용) 강화 계획을 발표했고, 12일에는 중국 재정부가 국채 발행 규모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17일에는 주택도시농촌건설부가 부동산 '화이트리스트' 대출 규모를 4조위안(약 767조원)으로 늘리고, 100만호 규모로 도시 낙후지역과 노후 주택 개조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통화 확장책을 제외하고 각 부처가 발표한 부양책의 구체적인 규모가 공개되지 않고 있고, 규모가 나오더라도 기존 정책의 재탕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3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뒤 "장기화된 부동산 침체와 약한 소비가 걸림돌인 상황으로, 정책 결정권자들에 대한 추가 부양책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中관변학자들 잇따라 "2008년 뛰어넘는 부양책 내놔야"
이에따라 중국 당국이 더 늦기 전에 구체적인 규모와 자금 조달 방식이 담긴 대규모 부양책을 하루빨리 내놔야 한다는 요구들이 중국 내부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이자 중국 재정부 싱크탱크인 재정과학연구원의 류상시 원장은 18일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10조위안(약 1916조원) 이상의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절벽에서 떨어질 위험에 처했다"며 "현재로선 중국 내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비상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원장 "중국 당국이 2008년엔 4조위안(약 766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으로 산업의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번에는 내수 확대에 중점을 둔 10조위안 이상의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역임한 위융딩 중국사회과학원 학부위원도 지난 16일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4조위안을 뛰어넘는 부양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 관변 학자들은 중국 당국의 정책 노선과 맥을 같이 하는 주장을 편다는 점에서 이들이 말하는 4조위안 이상의 초대형 부양책이 실제로 발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는 중국 당국이 내놓은 일련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세부 사항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10일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