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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고 재해석하는 재미 가득한 4인 4색 '더 킬러스'[노컷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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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톺아보고 재해석하는 재미 가득한 4인 4색 '더 킬러스'[노컷 리뷰]

    핵심요약

    영화 '더 킬러스'(감독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

    영화 '더 킬러스' 스틸컷. ㈜스튜디오빌 제공영화 '더 킬러스' 스틸컷. ㈜스튜디오빌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네 명의 감독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방식인 '영화'로서 관객들과 나누기로 했다.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살인자들'에서 받은 네 감독의 영감과 상상력은 개성과 시대정신을 품고 '더 킬러스'로 응축했다.
     
    '더 킬러스'는 헤밍웨이 단편소설 '더 킬러스'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네 명의 감독,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 감독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탄생시킨 4편의 살인극을 담은 시네마 앤솔로지다.
     
    '더 킬러스'는 헤밍웨이의 단편뿐 아니라 '살인자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모티프가 된 작품이다. 소설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각자가 얻은 감상과 거기서부터 발아된 감독으로서의 상상력을 펼쳐낸 '더 킬러스'는 이번엔 관객에게 어떤 영감과 상상력을 받았는지 묻는다.
     
    '더 킬러스'의 문을 여는 건 김종관 감독의 '변신'이다. '변신'은 호퍼의 그림을 호러라는 수사를 이용해 스크린에 펼쳐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현대 기담과도 같 '변신'은 그동안 김종관 감독에게서 볼 수 없었던 장르와 분위기를 지니는 동시에 어쩐지 김종관 감독이라 가능한 감성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특히나 그동안 보지 못한 캐릭터로 변신한 심은경의 모습은 그 자체로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영화 '더 킬러스' 스틸컷. ㈜스튜디오빌 제공영화 '더 킬러스' 스틸컷. ㈜스튜디오빌 제공
    두 번째 주자로 나선 노덕 감독의 '업자들'은 헤밍웨이의 단편 원제인 'The Killers'의 뜻 '살인청부업자'라는 소재를 가져와 '하청구조'와 맞물려 재기발랄하면서도 사회를 바라보는 감각을 녹여 그려냈다.
     
    하청의 하청의 하청이라는 현실 속 기이한 노동 구조와 이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를 살인 청부업자라는 소재와 엮어내면서도 부조리한 모습에 웃음까지 터트리게 만드는 풍자로 펼쳐낸 건 노덕 감독이라 가능한 점일 것이다.
     
    김종관 감독과 노덕 감독이 모티프가 된 작품 그 자체와 작품이 주는 분위기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형했다면, 장항준 감독과 이명세 감독은 소설이 준 영감에 자신의 시대정신을 덧대어 보다 사회적인 시각을 가진 영화로 만들어 냈다.
     
    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는 시작부터 작품이 1979년 10월 26일, 즉 10·26 사건을 연결시켰음을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영화는 어촌 마을의 조그마한 선술집을 배경으로, 오직 이름과 작은 단서만이 알려진 채 그 누구도 얼굴을 보지 못한 연쇄살인마를 기다리는 사람을 추적하는 사람들을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으로 그려냈다.
     
    영화 '더 킬러스' 스틸컷. ㈜스튜디오빌 제공영화 '더 킬러스' 스틸컷. ㈜스튜디오빌 제공
    전반적으로 헤밍웨이의 하드보일드 문체를 닮은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는 명령, 돈 등 서로 다른 목적과 목표를 갖고 모인 이들이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죽인 끝에 오직 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이어진다. 마치 10·26의 풍경처럼 말이다.
     
    특히 작품의 엔딩 속 살아남은 한 사람의 발걸음은 10월 26일 그날이 남긴 것들과 그날을 지나 현재에 이른 현대사의 발걸음을 되짚어 보게끔 만드는 힘이 있다. 우리가 예능에서 봐왔던 '방송인' 장항준이 아니라 시대를 밟아나가는 한 명의 '감독'으로서 그가 가진 저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이다.
     
    '더 킬러스'의 마지막은 이명세 감독이 장식한다. 이명세 감독의 '무성영화'는 앞선 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와 이어지는 의미를 가질뿐더러, 여러 의미에서 '더 킬러스'라는 작품에 깊이를 담아 온점을 찍는다.
     
    '무성영화'는 영화에 대한 꿈이라는 알레고리 안에 또 다른 알레고리를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영화라는 점에서 '무성영화'는 초창기 영화가 지향했던 영화의 모습을 향한 꿈이자 헌사다. 시각적 특성에 기반한, '대사'라는 언어적인 방식에 제약받지 않고 이명세 감독의 미학적인 구성이 돋보인다.
     
    이러한 '무성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지점은 영화에 대한 영화를 그려내는 방식만이 아니다. 1979년, 한 발의 총소리로 시작하는 '무성영화'는 헤밍웨이의 소설 속 고장 난 시계라는 모티프를 6·10 민주항쟁과 엮어냈다는 점에서 감독의 시대정신을 가늠케 한다.
     
    79년 부마항쟁 이후 한 발의 총탄이 만들어 낸 10·26사건 그리고 이어진 12·12 군사쿠데타와 군부정권의 폭압 속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은 다시금 짓밟혔다. 어쩌면 이 시기 민주주의 시민들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디아스포라'에 가까울 것이다.
     
    영화 '더 킬러스' 스틸컷. ㈜스튜디오빌 제공영화 '더 킬러스' 스틸컷. ㈜스튜디오빌 제공
    '무성영화'의 배경 속 시계는 10분 빨리 흐른다. 마치 시민들의 열망만은 현실의 물리적인 시간을 앞서가고 있었음을 알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디아스포라 시티를 향해 살인자들이 찾아오고, 디아스포라 시티의 시민들은 6시 10분을 가리키는 시계 아래 폭력에 저항하고 투쟁한다.
     
    목소리조차 낼 수 없이 무성(無聲)의 세계에서 숨죽이고 살았던 '보이스'가 되살아나는 장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반복된 구호가 반어적으로 힘을 갖게 되는 과정,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시민의 저항이 다시 피어나는 순간 시침이 가리키는 '6'이라는 숫자는 여러모로 유의미하다.
     
    여기에 처절하면서도 그마저도 아름답게 다가오는 디아스포라 시민들의 몸짓을 춤과 액션 등 다양한 움직임으로 표현한 감각적인 화면, 인물들의 몸짓이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 보여주는 감독 특유의 연출은 앞선 세 편의 작품과는 또 다른 재미를 안긴다. 만약 내러티브가 중심인 기존 영화의 문법과 달라 낯설게 다가온다면, '무성영화'는 그저 보고 받아들이는 게 정답일 것이다.

    무엇보다 '무성영화'는 다양한 메타포를 비롯해 영화를 이모저모 뜯어보고 해석하며 의견을 나누며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영화는 완성된다. 이는 다른 세 감독의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4인 4색의 '더 킬러스'를 즐기는 방법은 바로 톺아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상상하는 것이다. 마치 네 감독이 헤밍웨이의 소설을 자신만의 시각에서 해석한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네 명의 감독의 각기 다른 색의 작품 안에서도 감독의 색을 고스란히 입은 채로 자신만의 개성 역시 잃지 않은 심은경의 연기 역시 '더 킬러스'의 완성도를 높인 요인이다. 그것도 한국어 대사로 연기하는 스크린 속 심은경의 연기는 더욱더 반가울 따름이다. 심은경이라는 배우가 있었기에, 네 편의 이야기는 네 감독의 개성을 담아내되 '더 킬러스'라는 하나의 영화로 모일 수 있었다.
     
    119분 상영, 10월 23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더 킬러스' 메인 포스터. ㈜스튜디오빌 제공영화 '더 킬러스' 메인 포스터. ㈜스튜디오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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