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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삭 감독이 만든 결 다른 재난물 '트위스터스'[노컷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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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이삭 감독이 만든 결 다른 재난물 '트위스터스'[노컷 리뷰]

    핵심요약

    외화 '트위스터스'(감독 정이삭)

    외화 '트위스터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트위스터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미나리'로 전 세계를 휩쓴 정이삭 감독이 이번엔 재난 블록버스터로 돌아왔다. '트위스터스'는 정이삭 감독을 만나 재난의 참상과 자연의 경외를 동시에 담아내며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뉴욕 기상청 직원 케이트(데이지 에드가-존스)는 대학 시절 토네이도에 맞서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죄책감에 살고 있다. 그런 그녀 앞에 옛 친구 하비(안소니 라모스)가 찾아와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고민 끝에 합류하게 된 케이트는 하비와 오클라호마로 향하고, 일명 토네이도 카우보이라 불리는 유명 인플루언서 타일러(글렌 파월)를 만난다. 마치 자연을 정복한 듯이 자신감 넘치는 타일러와 매사 부딪히게 되는 케이트는 어느 날 모든 것을 집어삼킬 거대한 토네이도가 휘몰아칠 것을 감지하게 된다.
     
    외화 '트위스터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트위스터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미나리'로 전 세계 121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정이삭 감독이 선택한 차기작은 재난 블록버스터 '트위스터스'다. 1996년 '트위스터'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정확히는 리메이크가 아니라 독립적인 후속작이라는 게 제작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트위스터'의 리메이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상당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트위스터'처럼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은 여자 주인공이 트라우마에 맞서 이겨내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러나 '트위스터'가 토네이도 발생을 연구하고자 했다면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를 길들이려는 연구에 집중한다. 또한 원작보다 주인공의 성장 서사를 조금 더 두드러지면서도 감성적으로 드러냈다.
     
    영화가 '트위스터'와 비교되는 지점 중 하나는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자연 재난이라는 토네이도의 특수성을 제외하면, 재난의 참상과 재난을 마주하는 인간의 자세라는 보편성을 조금 더 지근거리에서 포착해 보여준다는 점이다.
     
    특히 '트위스터'보다 재난의 한가운데를 보다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장면들은 인상적이다. '트위스터'가 토네이도라는 현상이 갖는 거대한 공포를 보여주는 영화적인 방식으로 재난 후 마을의 모습을 포착했다면,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라는 실제 재난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실을 그려낸다.
     
    외화 '트위스터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트위스터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즉 영화 속 재난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현실의 재난을 영화 한가운데로 옮겨와 '재난'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기에 토네이도로 인한 피해를 겪는 지역의 사람들이라면 '트위스터스'에 더욱더 열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들의 상황을 이토록 현실적으로 블록버스터 영화 안에서 그려냈다는 점은 피해를 겪은 사람에게는 그 자체로 위로이자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왜 재난 블록버스터에 정이삭 감독을 선택했는가에 대한 답은 재난의 참상을 묘사한 점 외에도 미국의 시골 풍경을 묘사하고,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가는 장면에서 만날 수 있다.
     
    영화는 미국의 시골 풍경을 목가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담아내는데, 이러한 장면들에서 '미나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주인공 케이트가 트라우마를 겪고 이를 다시 마주하며 이겨내고 성장하는 과정은 재난 블록버스터라기 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연출을 보여준다.
     
    외화 '트위스터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트위스터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주인공 케이트의 성장 과정을 마무리하는 점 역시 눈에 띈다. '트위스터스'는 극 중 타일러와의 관계를 '사랑'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지 않고 끝난다. 원작도 그렇고 보통 이런 영화에서 남녀 주인공은 재난을 헤치며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고, 둘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그러나 '트위스터스'는 이러한 뻔한 공식 같은 클리셰 대신 케이트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고자 한다. 토네이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토네이도를 향한 사랑과 열정을 되찾은 케이트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길을 가도록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장면과 영화의 분위기를 통해 왜 '트위스터스'라는 재난 블록버스터 연출에 정이삭 감독이 적역이었는지 알게 된다.
     
    그렇다고 '트위스터스'가 재난 '블록버스터'로서의 재미나 스케일을 놓치는 것도 아니다. 원작 이후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한 VFX(시각특수효과) 기술과 더불어 정이삭 감독의 감성은 토네이도에 대해 갖는 양가적인 감정을 동시에 표현해 낸다.

    양가적인 감정이란 토네이도라는 기상 현상이 가져다주는 거대한 공포와 '자연'으로서의 토네이도에 대해 갖게 되는 경외다. 특히 구름과 토네이도 형성 과정 등을 보여주는 장면은 마치 토네이도를 향한 러브레터로 보일 정도다. 그렇기에 영화 속 주인공들이 왜 그토록 토네이도에 매료됐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외화 '트위스터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트위스터스'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트위스터'에 대한 오마주들이 곳곳에 보이는 가운데 '트위스터'와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마지막 위력적인 토네이도에 맞서는 장면이다. 토네이도를 피해 사람들이 모여든 극장 안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이 상영된다.
     
    '프랑켄슈타인'에서 사람들은 프랑켄슈타인이 갇힌 풍차에 불을 지르는데, '트위스터스'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갇힌 극장을 향해 토네이도가 다가온다. 인간이 만든 괴물에 맞서는 사람, 자연이 만든 괴물에 맞서는 사람들의 대비는 '트위스터스'만의 장면 중 하나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데이지 에드가-존스를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트위스터스'를 보며 데이지 에드가-존스에게 다시금 반하게 될 것이다. 그는 트라우마를 겪고 결국 이겨내는,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토네이도를 더 사랑하게 되는 케이트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탑건: 매버릭'으로도 익숙한 글렌 파월은 능청스러워 보이는 토네이도 카우보이 역을 매력적이면서도 사랑스럽게 소화해 내며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122분 상영, 8월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외화 '트위스터스'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트위스터스'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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