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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줄줄 새는 보조금' 강원 지자체 횡령 사건으로 얼룩 ② '보조금 횡령' 뒤엔 허술한 관리, 솜방망이 감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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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허술한 '관리·감독' 피해 키웠나
보조금 횡령 사건들의 대다수 공통점은 막대한 보조금을 교부받은 관련 단체에 대한 지자체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자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16조(지방보조사업 수행 상황 점검 등)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보조사업의 수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현지 조사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담당 부서인 지역소멸대응정책과는 지난 해 3월 도 환경정책과로부터 협의회 업무를 넘겨받고 같은 해 6월 예산이 최종 이관됐다.
당시 환경정책과는 부서 이관 전까지 별도의 현지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일정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점검 절차를 밟을 시기가 아니었다는 이유다. 도 관계자는 "(보조금 예산이) 어느 정도 집행됐거나 중간 시점에 현지 점검을 하는데 업무가 이관된 이후 관여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담당 부서인 지역소멸대응과는 업무를 이관 받은 이후 현지 조사를 추진했으나 계획만 있었을 뿐 실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지방보조금 사업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시스템인 '보탬e 시스템' 마저 도입 초기 불안정해 검증 시스템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도 관계자는 "업무를 이관 받자마자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 없었다. 시스템 상으로 확인은 가능했었겠지만 시스템이 불완전한 상태였다"며 "예산까지 이관을 받고 내려가서 확인을 해보자고 얘기를 하던 와중에 이런 사건들이 확인이 됐다"고 해명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인제군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경우 지도 점검을 실시했지만 범행 사실을 인지한 건 보조금 횡령 사건 발생 이후였다.
센터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 권한도 없고 내부에서 회계 업무를 오랫동안 봐왔던 담당자가 '작정하고' 조작했을 경우 곧바로 파악하기는 어려웠다는게 군 담당부서의 설명이다.
보조금 단체들은 'e나라도움(국고)', '보탬e시스템(지방)' 등 통합 결재 시스템을 사용하는 반면 위탁 사업자를 선정해 운영하는 센터는 민간 시스템을 이용해 회계를 관리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공직사회 안에서는 이번뿐 아니라 시스템 문제가 계속 발견됐고 결재 라인과 업무 분장 문제 등도 지속돼 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제군 관계자는 "지도 점검을 1년에 1~2회 하고 정산 받을 때 정산 검사도 진행을 하는데 서류적인 부분에서 봤을 때 드러나지 않을 때가 있다"며 "작정하고 서류를 (허위로) 갖춰 놓는다면 저희도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말했다.
인제군은 해당 센터 업무 위탁운영 보조사업자를 선정해 2019년 5억 2370만 원, 2020년 6억 1892만 원, 2021년 6억5850만 원 등을 교부해왔다.
'무늬만 감사' 관리·책임자 처벌은 '미미'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전찬성 강원특별자치도의원(더불어민주당·원주)을 통해 입수한 강원도 감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 보조금 단체 중 사용 목적 외 유용 또는 횡령 등 부적정 사용이 적발된 사례는 총 5건이다.
도 감사위는 DMZ 평화공감 힐링여행 보조사업에서 보조금 300만 원이 부적정하게 사용된 사실을 적발해 피해 금액을 환수조치했다. 유형별로는 관리·감독 소홀이 4건, 보조사업 추진 부적정이 1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DMZ 평화순례 및 문화행사 보조사업에서도 부적정 사용 내역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A연합회의 경우 보조금 83만2천원과 초과 사용 분 등 112만2천원이 용도 외 사용됐다.
총 5건에 대한 감사 결과 담당 부서의 관리·감독 소홀이 4건, 보조사업 추진 부적정이 1건으로 각각 집계됐고 해당 보조금 사업 감사 결과에 대해 도감사위는 모두 '시정' 조치를 내렸다.
이는 신분상 조치가 아닌 행정적 오류나 문제를 바로잡도록 요구되는 경미한 처분으로 보조금에 대한 관리·감독의 의무가 있는 공직자들에 대한 처분이 미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혈세가 개인적 용도 등 방만하게 사용됐음에도 '온정 처분'으로 국한되고 있다는 쓴소리도 더해지고 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일벌백계 하지 않고 결국 솜방망이에 제 식구 감싸기와 같은 처벌이 지속되니까 하나마나한 식으로 흐르고 사건들이 재발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원도 감사위는 조직 특성상 잦은 인사 이동과 담당 공무원의 세세한 관리·감독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관리감독 부실 문제를 공무원 개인 책임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도 감사위 관계자는 "목적 외 사용이나 허위 증빙을 걸러내는 게 보조금 관리·감독에 주된 부분인데 인사이동이 잦고 전임자가 했던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누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조금 사업자 선정과 집행 단계에서 일일이 다 관리·감독하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담당 공무원이 고의적으로 알고 있으면서 과실이 크다고 하면 징계를 하겠지만 공무원 개인의 책임이라고만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신분상 조치는 안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유명무실' 도민감사관 제도, 감사 기능 '제로'
내부 감사 한계가 지적되면서 강원도가 공무원 비위 제보와 시책 개선 등 행정 투명성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강원도 도민감사관' 제도가 보완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3년간(2021년~2023년) 도민감사관 운영 실적에 따르면 제보 건수는 총 1003건으로 이 중 주민불편이 96.5%(968건)에 달했다. 시책과 제도 개선은 불과 2%(21건)에 그쳤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제보는 총 344건으로 단 1건의 시책 및 제도개선과 기타 1건을 제외한 나머지가 주민불편 제보 뿐이었다. 해당 기간 제보에 따른 실제 감사 착수 현황은 단 한 건도 없었고 불법 현수막 철거와 주차 문제 등 단순 민원에 그쳤다.
도민감사관 제도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반복되고 있지만 가시적인 개선 분위기는 살펴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강원도의회 안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열린 강원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회의에서 임미선(국민의힘·비례) 도의원은 "불법 주차나 불법 현수막 철거 요청, 체육 시설 파손처럼 단순 민원 형식"이라고 지적했다.
심영곤(국민의힘·삼척) 도의원은 "도민 감사제를 운영하기 위해 예산이 매년 반복적으로 편성된 게 훤히 보인다"며 "예산이 4천만 원인데 연찬회나 역량 강화 교육이라든지 내실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도민감사관은 18개 시·군 읍·면·동별 1명씩 총 187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사건·사고·집단행동 등 지역 동향 제보 △시책이나 사업·공사 등 추진상 문제점 및 개선 의견 △주민생활 불편·불만 사항 △공무원과 공사·공단(출자·출연기관 포함) 임직원의 비위 등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한 임무가 주어진다.
김유리 나라살림연구소 팀장은 "제대로 운영이 될 수 있는 제도인가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업무의 권한이 큰 것도 아닌데 제도 자체가 잘 운영될 수 있게 짜여져 있는지 의심"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