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박인 기자공군에서 여군 초급장교가 직속상관인 대령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의혹이 또 불거졌다. 군인권센터는 피해자 대면 상담을 진행했다며 "2차 가해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와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31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제17전투비행단 여군 (초급)장교 B씨에 대한 직속상관 전대장의 강간미수, 강제추행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군 제 17비행단 성폭력 사건 피해자 법률대리인으로부터 피해자 지원과 보호, 2차 가해 중단 조치를 위한 의뢰를 요청받았다"고 부연했다. 군인권센터는 "피해 사건을 부설 군성폭력상담소와 연계해 피해자 대면 상담을 진행했고, 2차 가해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군이 이러한 2차 가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 역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B씨 진술에 근거해 군인권센터가 밝힌 사건 내용에 따르면 B씨의 직속상관 A대령은 지난 8월 회식 후 B씨를 포옹하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 B씨는 이 때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자각을 했다.
이후 이달 24일에도 A대령은 B씨에게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날 회식 자리에서 '2차를 가자'는 A대령의 제안을 불편해 한 하급자가 B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B씨는 A대령을 관사에 데려다주겠다며 술자리를 마무리했다. 관사에 도착한 뒤 A대령은 '한 잔 더 하자'며,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겠다는 B씨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강간을 시도했다고 한다.
당황한 B씨는 "그만하십시오. 저는 전대장님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나는 또래입니다. 아내분도 있지 않습니까"라며 저항했지만 A대령의 성폭행 시도가 계속되자 B씨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도망쳤다고 군인권센터는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1차 회식 자리에 있던 간부들에게 도와달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B씨는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휴가를 상신하고 피해 사실을 보고해 가해자와 분리됐다.
군인권센터는 A대령이 분리 조치 하루 뒤인 지난 26일 문제의 회식에 참석했던 간부들에게 B씨가 술에 취해 자신을 유혹한 것처럼 '유도신문'하며 녹취했고, 간부들이 이 사실을 알리면서 B씨가 '2차 가해'를 인지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군인권센터는 사건 발생 이후 가해·피해자 분리조치 정도만 이뤄졌다며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공군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가해자가 분리된 곳이 피해자가 근무하는 공군 제17비행단과 멀지 않은 대전 자운대"라며 "가해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피해자와 주변인에게 접근하여 추가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발생 이후 1주일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피해자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까닭을 명명백백히 밝혀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군인권센터는 "공군은 벌써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잊었느냐"며 "피해자의 불안을 해소하고,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공군은 2차 피해 확산 방지 시스템을 점검하고 엄정하고 조속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민간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와 군성폭력상담소는 이날 A대령을 군인 등 강제추행·강간치상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