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부산 강서구의 한 가로수 식재 현장에서 승용차가 도로에 있던 신호수와 작업자를 들이받아 운전자 등 모두 3명이 숨졌다. 부산경찰청 제공부산의 도로에서 승용차가 가로수 작업 현장을 덮쳐 신호수를 포함한 3명이 숨진 가운데, 신호수가 숨지는 교통사고가 반복되면서 작업 안전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한편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사고 장면이 정확하게 담긴 영상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다양한 방면에서 사고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3시 20분쯤 부산 강서구 대저동의 한 도로를 달리던 한 승용차가 3차로에 있던 작업자 A(34·남)씨와 B(54·남)씨를 치었다. 이어 차량은 60m 가량 떨어진 크레인을 들이받았고, 두 사람과 70대 운전자 모두 그 자리에서 숨졌다.
당시 가로수 식재 작업을 위해 크레인 차량이 3차로에 정차 중이었고, 신호수 A씨는 작업으로 통제된 3차로에 대해 차량들의 교통흐름을 수신호로 유도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신호수들은 안전모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안전장비 없이 맨몸으로 도로에 투입된다.
작업 특성상 차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도로를 지키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부산에서는 과거에도 도로에서 작업 중이던 신호수가 차에 치여 숨지는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해왔다.
지난 5월 17일 부산 황령터널에서는 새벽시간대 배수구 정비작업에 투입된 60대 남성 신호수가 도로를 달리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지난 2020년 11월에도 백양터널에서 수정터널로 향하는 도로에서 배수 시설 설치 작업에 나선 60대 남성 신호수가 달리는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비슷한 유형의 신호수 교통 사망사고가 반복되면서, 사고 위험성이 높은 작업 환경에 처한 도로 인근 작업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산 강서구에서 발생한 가로수 식재 현장 사고 현장.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경찰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신호수를 포함해 현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숨진 만큼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으로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현장에 미비한 부분이 있었던 게 아니고, 외부 차량이 갑작스럽게 덮친 상황"이라며 "갑작스러운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중처법 적용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강서구 가로수 식재현장 사고에 대해 수사에 나선 경찰은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 등 영상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왕복 6차선 도로 반대편에 설치된 CCTV가 사고 현장과는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영상이 사고 장면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차량 블랙박스 또한 당시 전원 연결선이 뽑혀 있어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 인근을 지나간 차량을 분석해 사고 장면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 확보에 애쓰는 등 사고 원인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사고 당시 상황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사고 장면이 담긴 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사고 기록장치과 차량 자체 결함, 운전자의 음주 여부 등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원에 분석을 의뢰해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