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통해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과 명태균씨 관련 의혹에 관해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약 15분간 담화에 이어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출입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고개를 숙이는 등 여러 번 사과를 거듭했지만, '국정 개입론'에 관해선 선을 그었고, 특검에 관해서도 "정치 선동"이며 "삼권분립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명태균씨 관련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선 '모략'이란 지적도 했다. 인적 쇄신 요구에 관해선 인재 풀을 만드는 등 준비하고 있지만, 시기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처신 부적절"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金여사 특검엔 "정치 선동, 삼권분립 어긋나"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 대통령은 우선 담화에서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단상 옆에 서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많겠지만, 저의 진심은 늘 국민 곁에 있었다"면서도 "저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하는 것인지'에 관한 답변은 모호했다.
윤 대통령은 취재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구체적인 사과 내용을 묻는 말에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좀 어렵지 않은가. 언론 보도 등 너무 많은 얘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고, 과거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소통 프로토콜이 제대로 안 지켜져 불필요한 얘기, 안 해도 될 얘기를 해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그런 걸로 국민께서 속상해하셨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야당표 특검에 관해선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2년 넘도록 수백 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그야말로 지난 정부 때 자기네 사람들을 수사할 때 불법이라고 했던 별건의 별건(수사)을 수도 없이 이어가며 어마무시하게 많은 사람들을 조사했던 일"이라며 "검찰 수사가 그 의혹을 제대로 규명 못 하고 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점에 대해 특검을 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건 사법 작용이 아니라 정치 선동"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검에 관한 국회의 현재 권한이 삼권분립 체제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했다.
윤 대통령은 "특검을 하니마니를 국회가 결정하고, 국회가 사실상 특검을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 명백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삼권분립 체제에 위반되기 때문"이라며 "어떤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발동하고, 어떤 검사에게 사건 배당하는지는 행정부의 고유한 부분(권한)"이라고 강조했다. 법무 장관이 특검을 지명하는 등 미국 사례를 들며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명태균에게 여론조사 해달라 한 적도, 누구에게 공천 주라 한 적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윤 대통령은 미공개 여론조사 보고 여부와 공천 등 당무 개입 의혹의 핵심에 서 있는 명태균씨와 관계에 대해선 "명씨한테 여론조사를 해 달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며 "(대선 당시) 여론조사가 잘 나왔기 때문에 그걸 조작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누구에게 공천을 주라고 얘기해 본 적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 통화를 (명씨가) 녹음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저한테 많이 서운했을 것 같아서 받았다"라며 "(명씨에게) '고생했다' 한마디 한 것 같고, 공천에 관한 이야기를 한 기억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누가 (공천받기에) 좋다'고 알려주면 저는 그대로 인재영입위원회에 패스했다(넘겼다). '누구를 꼭 공천을 주라'고 사실은 얘기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이 얘기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정말 인수위원회 시절, 당선인 시절엔 공천 문제를 갖고 (얘기)할 정도로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라고 부연했다.
특히, 창원 국가산업단지 부지 선정 과정은 절차에 따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산단 지정이라는 절차는 다 오픈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신청받고, 토지 인·허가 형질 변경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같이 위원회를 만들어 진행한다"며 "저도 위원회에서 이렇게 결정이 났다고 보고 받고, 대통령이 보고 받는 즉시 (산단 관련 보도자료를) 바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 역시 명씨의 연락에 대해선 "이 자리에서 공개하기는 그렇지만, 일상적인 것이 많았다"며 "몇 차례 없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아내는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취임하고 나면 그 전하고 소통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얘기하니까 본인도 많이 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적 쇄신 가능성 열어놨지만…'金여사 라인'은 부정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각이나 대통령실 내부 인적 개편 등 인적 쇄신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일각에서 제기된 '김건희 여사 라인'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서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벌써 인재 풀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적재적소에 적임자를 찾아 일을 맡기는 문제는 늘 고민한다"면서도 "어떤 상황이 발생해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할 때, 빠른 시일 내 하기가 근본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국회 예산(안)이 마무리되고 나면 신속하게 예산을 집행해 줘야 국민 민생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 미국 대선으로 내년 1월에 정부가 출범하겠지만 모든 틀이 한두 달 사이에 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을 감안해 시기는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김건희 라인'이란 표현은 굉장히 부정적인 소리로 들린다"며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이 국민 뜻을 받들어 정치를 잘 하게, 과거 육영수 여사가 청와대 야당 노릇을 했듯, 아내로서 조언한 걸 마치 '국정 농단화' 하는 건 우리 정치 문화와도 맞지 않는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공직 생활을 오래 하면서 공사가 분명한 걸 신조로 삼아 일해 왔다"며 "직보도 필요하지만, (보고) 계통을 안 밟고 일하는 걸 받아들인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