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큰돈은 아니지만, 나중에 손자가 결혼할 때 축하해주고 싶어요."
"지적장애 있는 우리아이, 저 없어도 꾸준히 생활 가능했으면 해요."
보험청구권 신탁 시장이 열린 지 1주일. 그간 유산 신탁은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보험금청구권 신탁 허용 후 다양한 니즈를 가진 고객들이 유산 신탁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출시된 지난 12일 이후 5일간 총 156건, 755억원의 신탁계약이 체결됐다. 교보생명의 경우 71건이 체결되는 등 현재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다루는 5대 대형 생보사에서 지난 18일 기준 약 300건의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신탁은 퇴직연금 자산이나 부동산, 주식·채권 등이 대상이었고 보험성 재산에는 허용되지 않았다. 최근 정부가 일반사망보험에 한해 보험금청구권을 신탁재산으로 허용해 수탁재산 범위가 넓어지면서 유산 신탁의 활용도도 다양해지고 있다.
삼성생명에서 지난 5일간 체결된 보험금청구권 신탁 156건 중 가장 많이 가입한 금액 구간은 '3억원 미만'으로 전체의 62%(96건)를 차지했다. 평균 가입 금액은 1억2천만원이었다. '10억원 초과' 가입은 23건으로 전체의 15% 수준에 그쳤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부유층만이 선호하는 상품이 아니라 보험금이 의미 있게 사용되길 원하는 대중적 니즈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사망보험금 3억원 미만 상품 가입 고객의 경우, 보험금 수령자에 대한 장기적인 경제적 지원을 설계하는 목적보다는 자녀의 대학 졸업 시점이나 결혼 시점 등에 고인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69세) 씨는 7살인 손자가 결혼하게 될 시점에 자신이 사망했을 경우 5천만원의 사망보험금을 결혼 축하금으로 지급하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에 가입했다. 손자가 만 40세까지 미혼일 경우 해당 시점에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특약을 추가했다.
최◎◎(66세) 씨는 8세·10세·12세인 손자녀 3명이 대학에 입학하게 될 때 학비로 쓸 수 있도록 사망보험금 3억원을 신탁했다. 손자녀들이 각각 성년에 도래할 때 1억원씩 지급하는 구조다.
이☆☆(47세) 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자녀(21세)가 자신의 사망 후에도 경제적으로 불편 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6억5천만원의 사망보험금을 신탁했다. 사망보험금 수령일에 5천만원을 일시 지급하고 보험금 수령 익월부터 10년간 300만원, 그 이후 매월 250만원씩 지급하도록 설계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사후에도 내 의지대로 재산이 쓰이게끔 설계할 수 있어 상속분쟁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며 "생명보험 인기가 과거와 비교해 크게 떨어졌지만 보험금청구권 신탁에 대해선 고객들도 상당히 관심을 드러내고 있어 업계에 새로운 활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