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2km 떨어진 학교를 혼자 다녀야 한다면. 아이 걸음으로 30분은 걸릴 거리다. 운 없으면 횡단보도도 몇 차례 건너야 한다. 어느 부모가 맘 편히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을까.
경기도의회 전자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용인4)도 같은 마음이었다. 부모의 마음. 그는 전국 최초로 '안심통학버스'를 용인에 도입한 장본인이다. "농촌지역이라 집에서 학교까지 2.1km 거리였어요. 부모가 데려다주지 않으면 갈 수가 없는데 행정당국은 '알아서 보내라'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하는 건 딴 나라 이야기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6년 전 용인시의원으로 처음 정치를 시작한 전 의원은 당시
'용인시 안심통학버스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거리가 멀거나 공사장 등 통학 경로가 위험한 아이들을 위해 통학버스를 지원해 주는 제도다. 용인 관내 40여개의 학교가 안심통학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시의원에서 도의원으로 체급을 올렸다. 도의회 민주당내 수석대변인의 중책까지 맡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게 정치란 '안심통학버스'처럼 우리 주변 이웃에 닿아 있다. '정책에 멋 내지 말고 폼 잡지 말자'.
"멋 부리다 보면 국민은 사라지고 정치인만 남게 되고 예산 낭비로 이어집니다. 또 폼을 잡는 순간 힘이 들어가고 군더더기가 많아집니다. 그러면 정말 필요한 게 뭔지 놓치게 됩니다." 그렇게
그는 우리 일상 속에 평범한 이웃으로 남고 싶어 한다. 이름보다는 일로서 기억되는 것. 그는 "이름으로 기억되기보다 지역의 어떤 것을 보면서 '아 그때 이거 누가 해줬지?', '그 사람 누구였지?' 이렇게 떠올릴 만한 일들로 남겨두고 싶다"고 했다. 등교시간, 통학버스에 아이를 태워 보내고 발길을 돌리는 부모들. 누군가 "저 버스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하며 밟게 웃는다. 전 의원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경기도의회 전자영 의원(더불어민주당·용인4). 박철웅 PD다음은 CBS노컷뉴스와 전 의원의 일문일답. Q.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신문에서 11년을 넘게 기자로 일했다. 결혼 후 육아로 잠시 쉬다가, 사회적 기업 '아름다운 가게'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맞벌이 부부로 아이 키우는 게 만만치가 않았다. 그때 아이를 키우기 위한 여러 지원 정책을 홍보하는 현수막에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용인시 담당부서에 전화를 했다. 누구나 제도가 필요하면 지원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희망으로 신청했지만 농촌지역이라 안 된다고 했다.
정책이 수요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정치(당시 용인시의원)를 해야겠다는 결심의 계기가 됐다.
Q. 용인시의원에 청년비례로 당선됐다. 2018년에 용인시의원으로 당선됐다. 38살에, 정치 신인이었다. 정당(더불어민주당) 기준으로 청년이었다. 운이 좋았다. 청년비례 2순위로 용인시의회에 들어가게 됐다.
사실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시의회에 들어가 보니
아이 키우며 일을 하거나 또는 일을 하지 않아도 육아에 전념하는 비슷한 세대들을 대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렇게 자신감을 갖고 의정활동을 할 수 있었다.
Q. 시의원 당시, 기억에 남는 의정활동이 있나. 당시 아이가 3~4살 정도였다. 어린이집을 보내는 엄마이기도 해서 보육정책에 관심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 중 하나가 '안심통학버스'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농촌지역이라 집에서 학교까지 2.1km 거리였다. 부모가 데려다주지 않으면 갈 수가 없다. 그런데 행정당국은 '알아서 보내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하는 건 딴 나라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
시의원 전반기 2년을 보육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 후반기 2년은 안심통학버스에 매진했다. 결과적으로
'용인시 안심통학버스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원거리 통학이나 학교 주변 공사장 등 위험한 통학을 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각 학교에서 통학버스를 하겠다고 하면 버스를 지원해 주는 제도다. 지금도 용인 관내에서 약 35개 이상의 학교가 통학버스를 이용하며 너무 잘되고 있다.
최근에는 안심통학버스 1단계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학생통학순환버스'가 있다. 안심통학버스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단일학교만 다녔다면 학생통학순환버스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중·고등학생은 학군지가 넓어 마을버스로 수요가 감당하기 어렵다. 등교 시간 거점을 두고 순환하는 학생전용버스다. 파주, 의정부, 광주에서 시범운행을 하고 있는데 안심통학버스가 자리 잡은 용인에 학생통합순환버스까지 된다면 지역 중·고등학생들까지 원거리 통학 부담을 확 줄일 수 있다.
Q. 이제는 경기도의원이 됐다. 기초의회 경험이 도움이 되나? 처음 도의회에 왔을 때 '경력직'으로 분류됐다. 시의원 4년간 의정활동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예산서를 보거나 행정사무감사 방식 등 4년 동안 훈련이 돼서 좀 더 빨리 적응하고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용이했다.
그 장점 덕분에 지금 수석대변인이라는 중책도 맡게 됐다. 다른 어떤 것보다 그런 경험이 저에게는 소중한 자산이다.
Q. 경기도의원으로서 세운 목표가 있다면. 경기도의회는 의정활동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 하나의 정책이 시행되면, 31개 시군에 다 적용된다. 그만큼 규모가 크고 예산 범위도 넓어 혜택 받는 도민들도 더 많다.
생활정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거창하게 뭘 새롭게 하겠다는 것보다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좀 더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노력했다.
우선
디지털 세대인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싶다. 사실 시의원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당시는 공원의 작은 놀이터 개념이었다면 이미 유럽이나 서울시도 학교 놀이터의 대혁신을 이뤘다. 태블릿이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아이들은 몸으로 부딪치며 뛰어노는 것을 거의 못한다.
마음이 건강해야 기기도 건강하게 다룰 수 있다. 학교는 달라도 동네 아이들이 모여 함께 마음껏 뛰어놀며 추억을 만드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
또 하나는 기자 생활을 오래 하며 30여 년간 용인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지켜봤다. 하지만 소방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늘 똑같았다.
의회에 들어오며 소방서만큼은 하나 더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 전반기에 소방과 직결되는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이라 노력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빨리 결단을 해줬다.
지금 용인서부소방서가 임시청사지만 개청했고, 계속해서 청사 신축에 온 힘을 쏟고 있다. Q. 전반기 기억에 남는 의정활동이 있다면. 얼마전
이태원 참사 2주기였다. 참사 당시 관련 조례를 개정해
축제 등 다수가 모이는 곳의 안전계획을 수립하도록 도지사의 책무로 만들었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있었다. 플랫폼 노동자부터 소상공인들까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사회 재난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와 관련해
전국 최초로 '경기도 디지털재난 대응 및 피해지원' 조례를 만들어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이 조례로 상도 많이 받아 기억에 남는다.
Q. 후반기 교육행정위원회 소속이다. 관심 현안이 있나. 일제강점기에 강제노동 피해자를 지원하는 조례를 전부 개정해서 만들었다. 뉴라이트, 신친일파 논란 속에 역사 왜곡을 바로잡고, 피해자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기억하고 기록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역사 바로 세우기'는 민주당의 숙원 과제이자 책무다. 11월에 최종결과보고서가 나오는데 용역결과에 따라 내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 하나는
딥페이크 문제다. 딥페이크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페이크를 써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는 건 심각한 범죄다. 특히 성(性)과 관련돼 있다.
실제 가해자를 보면 어린 청소년 학생들이다. 가해자들은 범죄인지도 모르고 범죄를 저지르고 있고 피해인지도 모르게 피해를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대해 3가지 측면에서 강조하고 싶다.
첫 번째는 예방이다. 예방은 티는 나지 않지만 중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와 연결되는데 미디어 윤리교육이다. 미디어를 처음 접하는 어린 나이부터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교육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너무 미비하다.
두 번째는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 지원을 어떻게 할 거냐다. 지금은 경기도교육청이 경기도와 MOU를 맺어 지원하고 있는데 아직 지원책이 구체화돼 있지 않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경기도교육청이 자체적이고 독립적으로 딥페이크 관련 디지털 성범죄 지원과 미디어 윤리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등 이런 것들을 통틀어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처벌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처벌의 권한이 없다. 사실 경기도교육감이나 행정당국에서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도 뭔가 속수무책이다.
경찰과 공조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는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다. 피해를 입으면 결국 마지막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한다. 공공의 영역에서 행정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Q. 지역구 관심 현안이 있다면. 지역구가 용인시 기흥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구갈동과 인구가 가장 적은 상갈동 2개 동이다. 교육 현안이 많다. 우선 지금도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공약까지 걸었던
기흥역세권의 중학교 신설 문제. 도시가 만들어질 때 학교 설립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아파트를 종 상향해서 6천 세대 이상을 만들었는데 중학교가 없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초등학교가 1곳 있다. 그것도 아파트가 다 들어오고 나중에 부지를 찾아 지었다. 지금 해당 초등학교는 57개 학급으로 굉장히 많다. 그런데 지금 또 개발하겠다고 한다. 도시개발을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학교 설립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 중학교 신설 등 학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 이렇게 학생 수가 많아 학교 수요가 많은 지역이 있는 반면 아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소규모 학교도 있다. 소규모 학교들이 어떻게 이어나가야 되는지도 고민하고 있다.
또 기흥역과 상갈역 등 2곳의 역이 있어 교통의 중심지다. 특히
기흥역이 있는 구갈동은 아직도 출퇴근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다. 강남대역에서 출발하는 5005번 광역버스 증차 문제를 해결했지만 아직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2025년 3월에는 강남대에서 기흥역을 거쳐 판교로 가는 경기도 공공버스가 개통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역을 가는 증차 문제와 GTX 연결 마을버스 등 다양한 교통 민원이 많다.
손명수 국회의원과 호흡이 잘 맞는다. 국토부 차관 출신이기 때문에 국토부 관련 광역버스, 공항버스 등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 맞대고 있다. 마을버스 문제는 용인시 관련 사안이기 때문에 시의원들과 계속 논의해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Q. 정치 철학이 있다면? '정책에 멋 내지 말고 폼 잡지 말자'.
정책에 멋 부리다 보면 수요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정책을 입안한 사람의 장밋빛 성과만 남게 되고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또 폼 잡지 말라고 하는 건 정책에서 폼을 잡는 순간 힘이 들어가고 군더더기가 많아진다. 그러면 정말 필요한 게 뭔지 놓치게 된다.
Q.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나? 일상 속에 녹아있는 평범한 이웃이 모토다.
사실 이름으로 기억되기보다 지역의 어떤 것을 보면서 '아 그때 이거 누가 해줬지?', '그 사람 누구였지?' 이렇게 떠올릴 만한 일들로 남겨두고 싶다. 정치활동을 하지 않아도
우리 주민들 곁에서 항상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Q. '전자영은 OOO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전자영은 '올리브자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올리브자영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이름이다. 올리브영이라는 유명 화장품 매장 이름에 편승해 홍보가 잘 되지 않을까 이름을 지었다. 다 잘할 수는 없지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동안의 의정활동들을
경기도민, 용인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로 삼고 싶어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면 의정 활동을 하는 데 큰 도움과 응원이 될 것 같다. 구독과 관심,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