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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뒤에 찾아온 폭우, 스페인 올리브유의 운명은?[기후로운 경제생활]

날씨/환경

    가뭄 뒤에 찾아온 폭우, 스페인 올리브유의 운명은?[기후로운 경제생활]

    핵심요약

    스페인 폭우로 200여명 사망, 1년 동안 내릴 비가 8시간 만에 내려
    폭우 이후 스페인 여론조사, 58% 기후위기 대응 위한 증세 동의
    잇따른 기후위기 재난에 왕실·정치권 불만으로 이어져

    ■ 방송 : 유튜브 실컷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경제부 기자


    ◆ 홍종호> 다음 이슈 한번 이야기해 볼까요?

    ◇ 최서윤> 가뭄 뒤에 찾아온 폭우, 스페인 올리브유의 운명은?

    ◆ 홍종호> 정말 스페인의 이번 폭풍이 근래 들어서, 지난 100년 동안 최악의 폭풍이었다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 최서윤> 일단 스페인의 기본 정보에 대해서 잠시 얘기 해보면 인구가 4천만 정도입니다. 그리고 1인당 GDP가 3만 2천 달러 정도입니다.

    ◆ 홍종호> 우리보다 약간씩 더 적네요. 인구도 적고 1인당 소득도 적고.

    ◇ 최서윤> 네. 그래도 국토 면적은 남한의 5배 정도 된다고 해요. 스페인 하면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가 관광지잖아요. 관광 산업이 발달했고요. 두 번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대표적인 농업 국가예요.

    ◆ 홍종호> 그렇죠.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더불어 강자죠.

    ◇ 최서윤> 맞습니다. 전체 국토 면적에서 농경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EU에서 프랑스 다음으로 높고요. 스페인 남부 지방이 지중해성 기후에다가 토양이 되게 비혹해서 '유럽의 키친', '유럽의 채소밭'이라고도 불립니다.

    특히 스페인 하면 대표 농산물 가공식품이 바로 올리브유죠. 2022년 기준 전 세계 생산량의 44%, 수출량의 약 60%를 차지했어요. 스페인이 압도적 1위 올리브유 생산 수출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리브유가 스페인 경제에도 중요하지만 사람들한테도 되게 중요해요. 일상에서 아침에 일어나면 바게트나 식빵 구워서 올리브유 찍어서 아침 식사를 먹고 점심, 저녁 식사에 곁들이는 샐러드에 항상 올리브유를 넣어 먹고요. 튀기는 요리들이 많아서 각종 요리에 항상 올리브유를 넣어서 먹기 때문이에요.

    ◆ 홍종호> 우리 국민들도 올리브유에 많이 익숙해지지 않았나요?

    ◇ 최서윤> 맞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스페인 요리가 인기를 얻고 유럽 요리도 인기를 얻으면서 올리브유도 많이 먹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스페인에서 올리브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찾아보니까 이런 말도 있더라고요. 스페인의 경제, 환경, 문화, 미식적 관점에서 올리브는 근본이다. 많은 농촌 지역의 소득과 고용의 원천이다.

    ◆ 홍종호> 딱 들어보니까 어떤 절대적 수요 성향으로 보면 우리 배추 격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배추로 어려움을 한 번 겪었는데 말이죠. 올리브의 가격이 지금 요동치고 있다는 거죠. 결국 기후 때문이다.

    ◇ 최서윤> 네. 맞습니다. 딱 우리나라 배추랑 비슷한 상황에 놓였어요. 원래 2021년 이후에 올리브유 가격이 200% 상승해서요. 엑스트라버진이라고 해서 상품성 좋은 오일이 1L짜리가 한 병에 10유로가 넘을 때도 있었대요. 원래는 5유로 정도 했으니까 10유로가 넘을 정도면 정말 많이 오른 겁니다. 조금 나아졌어도 8유로가 넘었고요.

    그러니까 정말 우리나라 배춧값 오르듯이 올랐다고 보면 됩니다. 항상 집에 쟁여놓고 먹어야 되는 식품인데 너무 가격에 부담이 되는 거죠. 그런데 올해 초부터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가격 언제 내리나 기다리고 있었어요.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지적되지만 단연 첫 번째 이유는 극심한 가뭄과 폭염 때문입니다.

    ◆ 홍종호> 그러니까 올해 가뭄에 폭염이 왔고 그런데 또 비까지 온 거군요.

    ◇ 최서윤> 네. 일단 가뭄이랑 폭염 상황까지만 보실게요. 원래 스페인 사람들이 되게 비를 기다리던 상황이었어요. 사진을 하나 보여드릴 건데요. 여기 보시면 왼쪽, 오른쪽 차이가 크죠. 올리브를 원래는 정말 잘 빨리 익으면 6월에도 수확을 한대요. 그런데 너무 가뭄이 심해서 올리브가 안 익다 보니까 안 익어서 못 따는 거예요.

    ◆ 홍종호> 오른쪽은 올리브가 아니라 콩 느낌이 날 정도로 작네요.

    ◇ 최서윤> 네. 약간 볶기 전에 커피 생두같이도 보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비만 기다리고 있었대요. 그런데 이제는 너무 많은 비가 와버린 겁니다. 사망자도 되게 많이 나오고 피해도 굉장히 컸어요.

    ◆ 홍종호> 사망자가 200명이 넘었죠.

    ◇ 최서윤> 네. 제일 최신 보도가 221명입니다. 계속 구조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망자가 더 늘 수도 있어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 열흘 정도 되는 기간에 스페인 남부, 스페인 남동부를 폭우가 강타한 겁니다.

    집중호우도 이런 집중호우가 없어요. 몇 시간 만에 1㎡당 200리터 넘는 강우량이 기록됐고요. 수치로는 와닿지 않잖아요. '한 달간 내릴 비가 하루 만에 다 내렸다.' 이런 기사 제목이 장식을 했어요. 남부가 원래 주로 농사를 많이 짓는 지역이기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있지만 특히 남동부의 발렌시아주. 여기가 피해가 컸어요. 왜냐하면 강물이 범람을 했거든요. 그래서 주택이 침수되고 여기서 거의 대규모 인명피해가 거의 다 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 홍종호> 저도 그래서 한번 관련 외신을 찾아봤는데요. 이게 한 달 정도가 아니고 발렌시아의 특정 지역에는 8시간 동안에 491ml가 왔는데 이게 한 1년에 오는 비래요. 1년 비가 8시간 만에 다 온 거예요. 당시 영상을 봤더니 정말 너무 끔찍할 정도더라고요. 이 지역이 비가 통상적으로 많이 오는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홍수에 대비가 잘 돼 있지 않은 적응력이 높지 않은 지역인데 이렇게 너무 집중호우가 내리니까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거죠.

    ◇ 최서윤> 2022년쯤 독일에서 이런 비슷한 비가 내린 적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이런 폭우에 대해서 유럽이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이 비를 DANA(Depresion Aislada en Niveles Altos)라고 해서 고고도에 고립된 저기압이라고 직역이 되고요.

    의미를 보면 아주 차가운 극지방의 공기덩어리가 되게 높은 고도, 대기 순환에 영향을 안 받는 한 5,000~9,000mm 상공의 고도에서 고립이 돼 있다가 지중해 따뜻한 바닷물 위로 이동을 하면서 충돌하는 거예요. 따뜻하고 습한 공기랑 충돌을 하면서 아주 강한 폭풍을 일으키는 현상인데 영어권에서 콜드 드롭이라고도 번역 되더라고요. 스페인이 위치한 이베리아반도 특수한 기후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DANA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이 DANA는 주로 늦여름에서 초가을쯤에 종종 발생하는데 올해 특히 규모가 너무 파괴적이었던 거예요. 스페인 기상청이 이번에 발렌시아에 닥친 DANA 참사에 대해서 이번 세기 들어 최악의 폭풍이었다.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 홍종호> 그럴 만하죠. 1년에 오는 비가 특정 지역에 8시간 만에 다 왔다는 정도니까. 결국은 전문가들은 기존에 DANA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강도가 커진 것은 역시 기후변화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인 거죠?

    ◇ 최서윤> 네 맞습니다. 이번에 스페인 사람들이 DANA 참사로 기후변화 파괴력을 되게 절감한 걸로 보입니다. 모어 인커먼이라는 시민단체가 DANA가 물러간 직후인 지난 11월 10~14일 18세 이상의 스페인 국민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응답자의 77%는 기후변화가 이번 DANA 참사와 같은 극단적 이상기후를 초래했고 78%는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빈번해질 거로 믿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응답자의 88%는 우리가 높은 재정 지출을 수반하더라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된다라고 답을 했고요. 58%는 이렇게 하기 위해서 증세에도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 홍종호> 절반 이상이 증세도 받아들이겠다.

    ◇ 최서윤> 네. 발렌시아 같은 경우는 강물이 범람하고 인명피해도 컸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농작물만 훼손된 게 아니라 아예 농업 인프라가 훼손이 됐어요. 관계 시설 농로, 도랑, 제방 같은 기반 시설 같은 게 파괴되고 토사가 물에 쓸리면서 굉장히 처참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올리브는 물론이고 감, 귤, 아보카도, 각종 채소 같은 농작물을 보면 100% 손실됐다고 나오더라고요. 농업 인프라까지 망가졌기 때문에 발렌시아 주 정부의 농촌진흥청에 해당하는 기관이 지금 재앙적인 상황이다, 라고 피해 상황을 표현했을 정도예요.

    앞서 말씀드린 올리브 상황 좀 더 자세히 보면요. 너무 심하게 비가 왔기 때문에 이 비가 오는 한 열흘간은 수확 자체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아예 따지도 못한 채로 망가진 물량이 많아 우려가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올리브유 자체는 가공식품이잖아요. 농산물을 가공하기 때문에 가격에 반영되는 데에는 시차가 있어요.

    이번에 DANA 참사 직전에 수확을 해놓은 올리브가 있기 때문에 당장 올리브유 가격은 조금 내려가고 있다고는 나와요. 그런데 최근에 스페인 농림수산식품부가 올리브유 재고량을 발표했는데 지금 18만 6304톤이 있대요. 평균 재고량이 47만 4400톤 정도 된다고 하니까 평년보다 이미 30만 톤이 부족하거든요. DANA 전까지 수확한 올리브 양이 많았으면은 올리브유 가격이 계속 안정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번 참사도 있었기 때문에 지금 조금 내려가더라도 앞으로 또 올라가는 거 아닌가.

    ◆ 홍종호> 앞으로 시장은 확실히 안 좋아질 것이 분명해지겠네요.

    ◇ 최서윤> 네. 그래서 지금 집권 여당에 대한 불만이나 왕실에 대한 불만으로까지 잉어지고 있습니다. 부패도 있다. 유통 마진을 너무 챙긴다. 이런 식의 정치권에 대한 불만까지 나오고 있어요.

    ◆ 홍종호> 한마디로 민심이 흉흉해지는 거죠. 농민들의 소득도 줄어들 것이고, 소비자들로서는 가격이 올라가니까. 이런 문제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심지어 올리브유를 수입하는 국가에서도 올리브 가격이 올라가고 또 제품을 구하기 힘들고 이런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겠습니다.

    앞으로 중국이 배추를 방글라데시에서 수입하겠다는 얘기도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가 배추를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중국은 방글라데시에서 배추를 수입한다고 그러잖아요.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때문에 올리브를 전라남도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대요.

    전 세계적으로 보면 앞으로 이러한 기후변화라는 것이 지역별로 어떤 작물이 우리 지역에 적합하냐에 대한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남의 불행이 우리의 행복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만요. 앞으로는 열대 관련 작물이나 올리브 같은 과실이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될 수 있다. 이런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고 앞으로 농산물 시장과 농작물을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하게 됩니다.

    ◇ 최서윤>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이 그렇죠.

    ◆ 홍종호> 또 우리 입맛도 앞으로 늘 먹던 거가 아니라 새로운 작물에 익숙해져야겠다. 이런 쪽에 홍보도 필요하지 않겠나. 워낙 급변하니까 앞으로 스페인이 수출 잘 하려고 하겠습니까? 자기 내수도 지금 부족할 판인데.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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