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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충돌'…특활비·예비비 깎자는 野 vs 늘리자는 與

국회/정당

    '예산 충돌'…특활비·예비비 깎자는 野 vs 늘리자는 與

    우원식 의장, 민주당 예고했던 '4.1조 감액' 예산안 상정 보류
    與 '사과와 철회' 요구하며 맞서지만 민주당도 "철회 못한다"며 강경 기조
    이재명 "정부, 쓸데없이 특활비 넣어놔…예비비 절반 삭감이 거의 대부분"
    원내지도부 "정부 '검찰 특활비 복원 안 하면 증액 어렵다' 입장도 감안해 삭감"
    지역구 예산 요구도 강하지만 미지수…"정부 기조 안 바뀌니 제동 걸 수밖에 없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중진 의원들이 2일 오전 비상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의장실을 방문, 우원식 의장에게 감액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중진 의원들이 2일 오전 비상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의장실을 방문, 우원식 의장에게 감액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4조 1천억원 삭감' 예산안 처리에 제동을 걸면서, 1주일의 시간 동안 여야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감액만이 반영된 예산안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민주당의 사과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특수활동비 감액은 "양보할 수 없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혀, 1주일 동안 이어질 '벼랑 끝 대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예비비·특활비·R&D·우크라이나 차관 관련 예산에서 여야는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예비비는 과다하고, 특활비는 사용 내역이 증빙되지 않으며, R&D의 경우 유사·중복 과제 또는 연내 집행되지 못할 예산이고, 우크라이나 차관은 '사실상 받기 어려운 돈'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예비비가 여름철 재해와 재난 등 예기치 못한 상황 대응에 필요하고, 특활비는 마약·딥페이크 성범죄 등의 수사에 필요하며, R&D는 국내 연구·출연기관들끼리 칸막이를 없애고 융합하기 위해 필요하고, 차관과 공적개발원조(ODA)의 경우 대통령 순방 과정이나 부산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여러 국가들과 약속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협상 시한 1주일…與 "사과와 철회" vs 野 "사과는 해도 특활비 감액 철회는 불가"

    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은 2일 민주당이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감액 예산안에 대해 본회의 상정 보류를 결정했다. 그는 이날 "여야에 엄중히 요청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처리를 요청하겠다"며 "현재로서는 예산안 처리가 국민께 희망을 드리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민생과 경제를 안정시키고, 경제적 약자와 취약계층이 희망을 품는 예산을 만들 책임이 국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12월 2일까지인 법정 시한을 준수해야 한다고 한 것에 대해선 "시한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이는 막중한 책임"이라고도 언급했다.
     
    앞서 민주당은 증액을 포기하고 대통령실과 검찰 등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등을 감액하기만 한 내년도 예산안을 예결위에서 단독 의결했고,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하려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를 요구하며 맞섰는데, 이와 같은 구도는 우 의장의 상정 보류 방침 발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예결위에서 날치기로 통과시킨 예산안을 철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어떠한 추가 협상에도 임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고한 방침"이라며 "날짜와 관계없이 사과와 철회가 우선이며, 그게 아니면 10일이 아니라 20일까지라도 그 어떠한 협상에도 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민주당의 '삭감안'을 비판하면서도 협상 자체는 요구하고 있어, 미묘하게 온도차가 다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예산안을 삭감하고, 미래 성장동력인 R&D도 815억원이나 감액했다"며 "예비비도 절반 수준인 2조 4천억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내년에는 긴급한 산업·통상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적시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삭감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 정부로서는 아직까지 강경한 여당 원내지도부와 달리 조금 더 전향적으로 나서야 할 요인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다른 분야에서의 협상은 가능해도 특수활동비 삭감에 대해서는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특활비에 양보할 의사가 없다"며 "시한 연장이 실질적으로 어떤 큰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들지만 우 의장의 결정을 존중하고 최대한 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추경호 원내대표가 언급한 '사과와 철회'에 대해서 "사과는 할 수 있지만 철회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활비 반드시 깎는다" 민주 뚜렷한 기조…지역구 예산 요구에도 "어떻게 그 예산만 반영하겠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결산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의 의사진행발언을 들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결산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의 의사진행발언을 들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는 데는 '지역구 예산을 포기하더라도 특수활동비 삭감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당 차원에서의 총의(總意)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문제가 된 특활비를, 어디다 쓰는지도 모르는 특활비를 삭감한 것인데 이것 때문에 살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 좀 당황스러운 얘기"라며 "예비비를 4조 8천억원을 편성해 놨는데 아무 때나, 아무 용도나 꺼내 쓰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예비비를 연간 1조 5천억원 이상 사용한 사례가 없기에, 4조 8천억원 가운데 절반을 삭감한 것이 이번 삭감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전날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쓸데없이 특활비만 잔뜩 넣어놓으니 삭감안이 통과가 된 것"이라며 삭감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을 요구하는 활동에 쓰이기 위해 지급되는데, 이 점을 악용해 과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에 연루된 사례가 부지기수다. 게다가 검찰의 기소를 '정치탄압'으로 보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현 정부 권력기관의 특활비 남용을 견제할 필요성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정부는 검찰 특활비를 복원하지 않으면 증액은 어렵다'고 했는데, 이를 감안해 지역구 예산을 반영하지 못해도 특활비를 모두 삭감하자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도부가 특활비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이자, 정부가 이를 양보하지 않으면 협상 가능성이 그만큼 좁아질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물론 아직 1주일의 시간이 남아 있는데다, 의원들도 지역구 예산 반영 등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 대표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지역화폐 예산 등을 지렛대로 협상을 벌일 여지 자체는 아직 남아 있지만 가능성은 미지수다. 예결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사실 지역 예산안에 대한 요구 자체는 많고, 본인들의 지역구 예산은 꼭 받아 달라는 의원들도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영하지 않은 이유는 그 의원 예산만 받아서 반영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활비에 대한 당의 기조와 입장이 뚜렷함을 보여주는 방증인 셈이다. 예결위 소속의 다른 민주당 의원도 "민주당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들도 민원성 예산이 반영되지 않으면 곤란해질 것"이라면서도 "총선의 민의는 '초부자감세'의 방향성을 바꾸라는 것인데 정부가 이를 바꾸지 않았다. 민주당으로선 이러한 초유의 카드를 내면서까지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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