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려 공장을 세우고 개발 단계까지 성공한 '청두가오전(CHJS)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반도체 핵심 인력을 업체에 넘긴 삼성전자 출신 엔지니어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3일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컨설팅업체 대표 A(64)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헤드헌팅 업체 대표 2명과 헤드헌팅 업체 B사도 검찰에 넘겨졌다.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A씨는 2018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국외 유료직업소개사업을 등록하지 않고 중국 현지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에 이직을 알선해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들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청두가오전 임직원 21명은 국가 핵심 기술을 유출하고 부정 사용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 가운데 대표 최모(66)씨 등 3명은 구속 송치됐다. 이들이 빼돌린 삼성전자의 20나노급 D램 메모리 반도체 핵심공정 기술은 PRP‧MTS로 조사됐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약 4조 3천만 원에 달한다.
PRP는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수행하는 모든 공정의 순서, 공정 단계마다 필요한 주요 조건 등을 정리한 자료를 말한다. 또 MTS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목표 스펙을 뜻한다. 이 기술들은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국가핵심기술 13개 중 하나로 지정돼 관리될 정도로 핵심적이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퇴사 후 국내에서 컨설팅 업체를 설립해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들에게 접근해 고액 연봉과 주거비, 교통비 지원 등을 제안하는 방법으로 청두가오전에 이직을 알선했다.
A씨는 청두가오전 설립 초기 단계부터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국내 기술인력을 회사에 소개하고 이직을 알선하는 등 국외 유료 직업소개업을 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직업안정법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국외 유료직업소개업을 등록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A씨는 등록 없이 국내 핵심 인력들을 소개해 상당한 액수의 헤드헌터비를 받았다.
청두가오전은 A씨 등 무등록 국외 유료직업소개업체들을 통해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 상당수를 지속적으로 영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해당 업체는 중국 현지에 D램 반도체 연구 제조 공장 건설에 착수해 1년 3개월 만에 시범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세대의 D램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최소 4~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술인력 알선업자에 대해 직업안정법을 적용해 수사 단계에서 구속한 첫 사례로, 현재 산업기술보호법상 기술인력 브로커 처벌 규정은 최근 엄중해진 사회적 인식 변화에도 입법 불비 상태에 있으며, 국회에서 기술인력 브로커 처벌 규정이 발의돼 논의 중에 있어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