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 수출을 제한하는 품목에 고대역폭 메모리, HBM을 추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HBM을 수출 주력 상품으로 하고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산업부 조태임 기자와 얘기나눠봅니다.
우선 미국의 발표 내용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미 상무부가 밤사이 대중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밝혔습니다 . HBM의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평방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GB)보다 높은 제품을 통제하기로 한 건데요.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드는 고성능 메모리로 인공지능, AI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꼽힙니다.
미 상무부는 HBM수출 통제 이유에 대해 "중국이 차세대 고급 무기체계와 AI, 고성능 컴퓨팅에 사용할 수 있는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억제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중국의 AI 반도체 개발을 막겠다는 겁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 속도를 늦추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연합뉴스[앵커]
당장 영향을 받는 중국도 강하게 반발햇죠?
[기자]
중국 정부는 미국의 발표에 대해 "경제적 강압 행위"라고 비판했는데요. 중국 상무부는 "미국은 국가안보의 개념을 계속 확대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며 일방적인 괴롭힘을 행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정당한 권익을 단호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미국은 최근 3년동안 2022년 2023년 그리고 올해, 3번 아주 강도 높은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는데 중국은 그럴 때마다 기술 자립을 위한 지원 강도를 높이면서 추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정보혁신재단(ITIF)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굴기를 꺾이 위해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중국은 그렇다고 치고 우리 입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칠 영향에 가장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데요.
연합뉴스[기자]
반도체 산업은 기본적으로 미국 원천 기술에 의존하기 때문에 삼성과 SK하이닉스도 수출통제 적용을 받게 됩니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거의 선점하고 있는데요. 현재로서는 삼성전자가 입을 영향이 가장 크다는게 업계 전망인데요. SK하이닉스는 HBM 제조 물량이 대부분 미국, 엔비디아에 납품되지만 삼성전자는 중국에 HBM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우리 정부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일단 우리 정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안심을 시켰습니다.
앞에 얘기한 것처럼 SK하이닉스는 HBM을 대부분 미국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중국에 수출하는 건 저사양의 HBM으로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고 비중도 낮기 때문에 당장 입을 피해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반도체 장비의 경우에도 통제 대상이 되는 기업은 극히 소수라고 합니다. 그 기업들과도 계속 소통하면서 대응책을 논의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반도체 전문가들에도 의견을 물어봤는데, 공통적으로 이번 조치가 당장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적다고 보고 있습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SK하이닉스 제품은 전부 대만으로 갔다가 미국으로 가는 것이고 삼성전자는 있긴 하지만 저사양이고 가격도 낮고, 마진도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혁중 연구위원도 "HBM 같은 경우는 우리가 주로 수출하는 지역이 중국이 아니다 보니까 반도체 업계 전체에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반도체 장비 같은 경우도 지금 반도체 장비 통제 품목들도 우리나라가 만드는 장비들은 대부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앵커]
이번 조치가 당장 국내 반도체업계에 미칠 영향은 적다고 해도, 앞으로 첨단산업에 대한 대중 제재는 계속 이어질 것이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 역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잖아요?
연합뉴스
[기자]
이번 조치는 임기 한달 반을 남겨둔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입니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정책은 더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트럼프 정부가 더 유리한 위치에서 대중국 압박을 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 연구위원은 "바이든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통제를 한 상황에서 지금 트럼프 정부가 이걸 발판으로 해서 더 심한 통제가 나올 수 있다"면서 "예를 들면 통제되는 HBM 성능 수준을 조정할 수도 있고 반도체 장비의 폭도 넓힐 수 있고 예외 대상 폭도 줄일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것수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에 있는 기업들한테는 불확실성이 많이 추가 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네, 진퇴양난의 한국 상황인듯한데요. 우리 정부의 대미 협상력이 절실해보입니다. 지금까지 산업부 조태임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