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한밤 중에 뜬금없이 계엄이라니, 대통령이 제정신에 그런 짓을 했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이웃들과 TV 보면서 밤새 그 얘기만 했습니다."
서해5도와 파주 등 접경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령 선포에 대해 매우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계엄사태 이후 국정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는 데에 깊은 우려를 보냈다.
특히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청원서도 제출한 지 하루 만에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한 서해5도 주민들은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서해5도 주민들 "생존권 보장 요구 청원서 제출 하루 만에 계엄이라니…"
백령도 주민 김필우(75) 씨는 "살면서 여러 차례 계엄령을 경험했지만 이번처럼 황당한 계엄령은 처음"이라며 "야당의 반복된 정부인사 탄핵, 예산안 삭감 등을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보이는데 명분없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김씨를 비롯한 연평·소연평·대청·소청·백령도 등 서해5도 주민 100여명은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어 서해5도 주민들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주민 1002명의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에는 △옹진군 행정구역 개편 및 안보특구 지정 △유엔군 주둔을 통한 주민 안전 보장 △생명권·자유권·행복추구권 보장 △교통 인프라 확충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는 당시 청원 대표로 나섰다. 김씨는 "만약 서해5도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청원서가 계엄사태 이후 전달됐다면 정부가 이를 제대로 읽기나 했겠느냐"며 "계엄 직전에 제출돼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을 흐렸다.
"북한 동태 걱정…軍, 특이 동향 없어"
연평도 주민 박모(62)씨는 "계엄 여부를 떠나 서해5도는 어선 출입항 등 군의 통제를 오랫동안 받았다"며 "어제 계엄령 선포 소식을 접한 뒤로 놀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동요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걱정"고도 했다.
서해5도에 주둔하는 해병대 6여단과 연평부대도 계엄령 선포에 따라 비상소집을 했다가 모두 해제했다. 이번 사태로 북측의 특이 동향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해5도 주민 대부분은 큰 동요 없이 차분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상인들은 평소처럼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고, 어민들은 정상적으로 조업에 나섰다.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대연평도 어선 28척과 소연평도 어선 5척 등 연평도에서는 33척이 조업에 나섰다. 그 밖에 대청도 42척, 소청도 5척, 백령도 20척도 해상으로 나갔다.
휴전선 인근 마을 주민들도 "민통선 출입금지 조치…계엄? 코미디인가"
휴전선 인근 지역 주민들도 전날 계엄사태에 대해 처음에 놀랐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휴전선 인근 마을도 서해5도와 마찬가지로 평소 경제활동에 있어 군의 통제를 받고 있다. 이에 군 통제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지만 계엄 소식 자체에 대해서는 많이 놀란 눈치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의 한 주민(65)은 "어제 뉴스를 접하는 와중에 문자로 민간인출입통제선 출임을 금지한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농장을 운영하는 마을 주민들은 가끔 민통선으로 들어가는 일이 있지만 기상악화 등으로도 금지될 때가 있어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주민은 "요즘 시대에 계엄이 내겨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처음에는 코미디인줄 알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