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우크라이나군. 연합뉴스야당이 우크라이나 같은 분쟁지역 내 살상무기 수출에 대한 국회 동의 규정을 신설하려는 가운데 사실상 이를 반대하는 국회 보고서가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 정민정 입법조사관은 지난달 29일 발간한 현안분석 보고서 '대한민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이행 평가와 과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법률에서 일률적으로 금지한다면 우리 정부의 살상용 무기 지원과 같은 단계적 대응 검토가 실효적인 외교‧군사적 압박 수단으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단계적 대응 검토가 실효성을 잃게 되어 우리에게 전쟁에 이르거나 적대적인 상대국의 뜻에 굴복하는 것 외에 다른 옵션이 남아있지 않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AECA)을 참고사례로 제시했다. 이 법은 의회의 '무기 거래 비승안 공동결의안' 규정으로 행정부를 견제하는 한편, 대통령의 '비상사태 면제 조항'을 통해 행정부에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서부 테르노필의 공습 피해 현장. 연합뉴스일례로 2019년 5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항을 근거로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80억 달러 규모의 정밀유도탄약을 판매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의회 승인 없이 이스라엘에 약 1.5억 달러의 155mm 포탄 관련 부품을 긴급 판매했다.
보고서는 "미 의회가 이러한 규정을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미 대통령의 무기 지원 위협을 적국이 신뢰하지 않아 그 위협이 실효적인 외교‧군사적 압박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을 생각해볼 때 국회는 우리 정부가 국가안보와 관련된 대외정책‧군사정책을 민첩하고 유연하게 결정할 재량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병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분쟁지역에 살상용 전투장비 및 탄약 무기를 수출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한 각각 방위사업법과 군수품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보고서는 다만 분쟁지역 내 무기 지원이나 외국과의 중요한 군사‧안보적 합의 체결시에는 국회와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현 정부가 채택한 핵심 대외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전략 실행을 위한 외교‧국방 정책에 대한 국회의 통제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세부적으로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 합의(2023년 8월)와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각서(2024년 7월)의 경우, 형식상 국회 동의가 의무인 조약이 아니지만 실질적 효력은 매우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는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불가역적' 표현을 사용할 만큼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3국 연합군사훈련 정례화를 명문화한 TSCF 협력각서 체결과 관련하여 최소한 국회 상임위원회 등에서의 의견수렴과 같은 사전적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추후 정부에 이와 같은 요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 패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