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0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장성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2024년 세밑 정국을 강타한 비상계엄 사태는 절차와 과정은 물론 포고령의 내용 면에서도 반헌법적 조치를 담고 있어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3일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 대장) 명의의 계엄사 포고령(1호)에서 첫 번째 조항으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밝혔다.
이는 45년 전인 1979년 10.26사태(박정희 대통령 서거) 때 선포된 계엄 포고령과 비교해도 수위가 상식 밖으로 높다.
당시 정승화 계엄사령관 명의의 포고령은 '정치활동'에 대한 규제나 언급 자체가 없었다. 단지 "일체의 옥내외 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시위 등 단체활동을 금한다"는 규정만 있었다.
이는 1972년 10월 유신 때 선포된 노재현 계엄사령관 명의의 포고령도 마찬가지다. 이 포고령은 "모든 정치 활동 목적의 옥내외 집회 및 시위를 일절 금한다"면서도 정치활동 자체는 금지하지 않았다.
10월 유신은 박정희 정권이 종신집권을 노리고 철권통치를 한층 더 강화한 사건이다. 당시 포고령의 '야간 통행금지'와 '대학 휴교 조치' 등이 폭압적 시대상을 말해준다.
그랬던 시절의 포고령마저 정치활동 자체는 인정했다는 점에서, 무려 반세기 만에 재현된 이번 비상계엄의 관련 조치는 심각성을 드러낸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저지하려는 시민 및 국회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헌법도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77조 3항)고 규정하고 있다. 입법부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이다.
이번 포고령이 규제한 '일체의 정치활동'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등이 포함된 것은 헌법 77조에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이 조항은 포고령의 두 번째 조항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후략)"과도 모순된다. 정치활동 금지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렇게 한 경우가 없다. 그리고 국회의 활동 자체를 정지시키겠다고 포고령에 규정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그 내용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말했다.
계엄사 포고령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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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2024.12.3.(화)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