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정권 퇴진 시민대회에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참석한 모습. 김혜경 기자12·3 계엄사태 이후 부산의 10~20대들이 정권 퇴진 집회에서 연단에 오르는가 하면 대학가에 대자보를 붙이는 등 적극적인 퇴진 촉구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지난 7~8일 주말 동안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비상부산행동' 주최로 진행된 정권 퇴진 시민대회에 주최 추산 1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특히 집회에는 아직 앳된 얼굴을 한 청소년 등 10~20대 집회 참여자들이 친구들이나 가족과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각기 다른 형형색색의 아이돌 응원봉에 '탄핵, 체포' 등 글귀를 적고 흔드는가 하면,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응원봉도 등장해 집회 열기를 더했다.
캐럴과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응원가를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개사해 함께 부르며 집회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청소년 등 10~20대들은 집회에 참석할 뿐만 아니라 직접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자유발언에도 잇따라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8일 자유발언에 나선 고등학교 여학생은 "교과서에서만 보던 비상계엄령이 책 밖으로 튀어나왔다.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다"며 "어머니에게 '이게 뭐야 저게 뭐야' 묻던 어린아이는 이제 없다. 그 아이는 이제 정부에게 당신들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16세 청소년은 "공부해야 할 학생, 장사를 해야 할 소상공인, 추위가 힘든 어르신들이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려 한자리에 모였다.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저조차 촛불을 들게 만든 것은 이 정권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며 "국민이 든 촛불은 횃불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도 침묵하지 말고 촛불을 들자"고 외쳤다.
부산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붙은 모습. 독자 제공
한편 부마민주항쟁이 발발한 부산대학교에서 곳곳에 비상계엄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나붙는 등 부산지역 대학가에서도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부산대 학내 게시판 등 곳곳에 이를 규탄하는 대자보가 잇따라 붙었다. 특히 학생회 등 학내 단체나 조직이 아닌 재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의견과 신념을 담은 게시글이 잇따라 내걸리는 모습이다.
사회복지학과 소속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대자보를 통해 "대통령은 계엄령을 발동해 국민을 협박하고 국가가 자신의 소유물인 양 행세하는 추태를 보였다"며 "침묵으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 불의에 맞서지 못한다면 더 끔찍한 독재에 신음하게 될지 모른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학생은 "학업과 일에 치이며 보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던 때에 너무 명확하고 많은 표지를 지나쳐왔을지도 모른다"며 "더 이상 부끄러운 인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자. 이번 사태에 부당함을 느낀다면 광장으로 나가자"고 썼다.
부산대 교수회는 지난 4일 시국선언 성명문을 내고 비상계엄을 강력하게 규탄한 바 있다. 재학생들이 모인 '윤석열 퇴진 부산대학교 시국선언 준비모임'도 시국선언을 위해 재학생들에 연서명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