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경제 재건 제안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김동연 경기지사가 19일 침체된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묘책으로 30조원 대 수퍼 추경과 빅컷(Big Cut·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낮추는 것) 등을 제안했다.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거란 예측이 나오자 이른바 '경제통'으로서 조언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안에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제 대반전, 새로운 길로 갑시다'라는 제목의 탄핵정국 경제재건을 위한 긴급브리핑을 열었다.
김 지사는 "우리나라는 현재 경기 침체 → 세수 감소 → 재정 악화 → 소비·투자 위축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며 확대 재정정책과 과감한 금융·통화정책을 동시 추진하는 정책조합(Policy Mix)으로 최적의 효과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책조합의 기조로 '지체없이 신속하고(Rapid), 필요 이상으로 충분하며(Enough),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을 정도의 과감함(Decisive)' 등 이른바 '레드(R.E.D) 원칙'을 꺼내들었다.
김 지사가 제안하는 정책조합은 30조원대 수퍼추경을 통한 확대 재정과 금리 대폭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등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김 지사는 확대 재정책으로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헬스·우주항공산업·양자산업 등 중요 산업정책 투자 10조원, 중소기업·소상공인·청년 일자리 등에 10조원, 민생회복지원금 10조원 등 30조원대 추경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30조원 추경이 무리한 확대 재정대책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30조원은 내년 GDP(국내총생산) 2646조원 대비 1.1% 규모이기 때문에 재정적자 비율이 –2% 미만에 머문다"며 "유럽연합(EU)의 재정 건전성 기준을 비롯해 여러 국제 기준에서 정하는 3%에는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또 한국은행이 조속한 시일 내에 '빅컷(Big cut)'을 시행하고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10조원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금리는 0.25%p 단위로 조정되는데, 빅컷은 이보다 두 배나 큰 0.5%p 인하를 의미한다.
이에 빅컷은 경제적 위기나 심각한 경기 둔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사용하는 극단적인 통화정책 도구로 이해된다. 금리를 낮춰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기업의 자금조달을 쉽게 만들어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빅컷이 사용된 대표적 사례는 1998년 IMF 사태, 2008년 세계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한 손에 꼽을 정도다.
김 지사는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다"며 "이는 산업화 이후 두 번의 경제 위기와 코로나 때 외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경제상황이 '역대급 경제 위기'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 출범 등으로 대외 여건이 크게 악화됐는데 윤석열은 불법 계엄으로 우리 경제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트렸다. 업친 데 덮친 격"이라며 "특단의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을, 2017년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을 지냈다. 조만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해야 하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입장에서는 김 지사가 '탄핵 이후 경제정책을 추진한 선배' 격인 셈이다.
김 지사는 "대통령 탄핵은 시간이 걸린다. 우리 경제와 민생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하루빨리 경제정책, 특히 재정정책을 탄핵해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경제 운용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길로 갈 수 있다. 이것은 국민의 명령이다. 함께 길을 헤치고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경제 재건 제안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다음은 김동연 경기지사의 경제재건 제안 위한 긴급브리핑 전문
김동연 경기지사 긴급브리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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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반전', 새로운 길로 갑시다.
저는 8년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새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로 경제를 책임졌습니다. 2%대 저성장의 고착화, 불평등 심화, 대북관계 악화로 경제 상황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새 정부는 출범 즉시 11조 원 추경을 편성하며 신속하게 재정을 투입했고, 대외 관계 안정을 위한 모든 노력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경제의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2%대에 멈춰있던 경제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렸고, 1인당 국민소득도 사상 최초로 3만 불을 돌파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경제 위기 극복의 최일선에 있었습니다. 당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우리 금융시장은 큰 타격을 받았고, 건설, 조선, 해운 등 실물 경제에까지 충격이 가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이미 국회에 제출했던 새해 예산안을 수정해 10조 원을 확대하는 수정예산안을 신속하게 냈고, 다음 해에도 28조 5천억 원의 추경을 편성했습니다. 그 결과 마이너스로 예상됐던 2009년 경제성장률을 0.8%로 방어하고 2010년에는 6.8%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년 반, 윤석열 정부는 모든 면에서 역주행했습니다. 경제, 외교, 기후 대응, 심지어 민주주의까지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렸습니다. 특히 경제는 내수, 투자, 수출 등 총체적 난국입니다. 민생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이후 두 번의 경제 위기와 코로나 때 외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출범 등 국제 정치와 경제의 판이 바뀌면서 대외 여건까지 크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은 불법 계엄으로 우리 경제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트렸습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지금은 과거 두 차례 탄핵 때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2004년에는 중국의 고성장, 2016년에는 반도체 경기 호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제경제 질서의 변화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등 그 어느 때보다 대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단의 비상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추락하는 우리 경제 그래프를 다시 'V자 그래프'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재정, 금융, 통화, 산업, 기후위기 대응 등 모든 면에서 완전한 대반전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돌아갈 과거는 없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돌아갈 정상(正常)은 없습니다. 새로운 길로 가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을 정주행으로 바꿔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경제 정책의 대반전입니다. 우선 재정·금융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합니다. 원칙은 세 가지, 'R.E.D'입니다. 지체없이 '신속'(Rapid)하게, 필요 이상으로 '충분'(Enough)하게, 시장의 기대를 깨는 정도로 '과감'(Decisive)하게 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 반드시 탄핵해야 합니다. 재정의 역할 확대를 통해 최소 30조 원 이상, 미래 먹거리와 민생 경제에 투자합시다.
첫째, 미래 먹거리에 최소 10조 원 이상 투자해야 합니다. AI 반도체 주권 확보, 바이오헬스 혁신, 우주항공산업과 양자산업 기반 구축 등에 적극 투자해야 합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산업 정책을 통해 각종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2.0 시대를 대비해 우리도 최소한 10조 원 이상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5년 내 글로벌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석박사급 일자리 2만 개 창출, 수출 100억 달러 증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근간을 새롭게 다지는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둘째, 민생 경제에 최소 10조 원 이상 투자해야 합다. 소상공인 사업장의 운영비와 인건비 지원, 청년 일자리 혁신에도 최소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50% 이상 대폭 삭감된 중소기업 모태펀드 출자액을 확대해야 합니다. 2020년 1조 원대까지 복원시켜 중소기업·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이와 별도로, '민생회복지원금'을 즉시 추진합시다. 소득에 따라 취약한 계층에 민생회복지원금을 더 두텁고 촘촘하게 지원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내수 진작과 경기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내년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비율은 –0.8%입니다. 30조 원은 내년 GDP(2,646조 원, '25년 예산안) 대비 1.1% 규모이기 때문에, '30조 원 슈퍼 추경'을 해도 재정적자 비율은 –2% 미만에 머물게 됩니다. EU의 재정 건전성 기준을 비롯해 여러 국제 기준에서 정하는 3%에 여전히 미치지 않는 수준입니다.
재정은 투자입니다. 지금 우리 경제의 현실은 경기 침체 → 세수 감소 → 재정 악화 → 소비·투자 위축의
악순환에 빠져있습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재정 투입 확대 → 경제 활력 회복 → 세수 확대 → 재정기능 정상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재정과 더불어 선제적인 금융 정책도 필요합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0.5%p '빅컷'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의 금리 변동 가능성이 있고, 환율과 가계 부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재고 따질 때가 아닙니다. 선제적인 빅컷으로 우리 경제를 살리는 것이 더 시급합니다.
동시에 '금융중개지원대출' 10조 원을 증액합시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국은행이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를 위해 시중은행에 저리로 융자해 주는 정책 금융입니다. 계엄과 탄핵으로 더욱 피폐해진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와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10조 원 확대할 것을 제안합니다. 현행 30조 원 한도를 코로나 때의 40조 원 수준으로 복원해야 합니다.
이러한 금융·통화 정책은 확대재정 선행 없이는 효과가 없습니다. 재정 정책과 금융 정책의 '폴리시 믹스(Policy Mix)'가 이루어져야 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재정과 금융 정책을 통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빨리 합시다. 이어서 산업, 부동산, 기후 정책 등도 이어서 고쳐 나갑시다.
대통령 탄핵은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 경제와 민생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하루빨리 경제정책, 특히 재정정책을 탄핵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경제 운용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길로 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의 명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