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부산시의회에서 부산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수정안이 가결됐다. 부산시의회 제공부산시가 산업폐기물 매립장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례 개정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거센 발발에 부딪혀 결국 무산되면서 지역에서는 이번 사태가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닥친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대안도 없어 후폭풍이 이어진다.
[관련기사 11.22 CBS 노컷뉴스=부산시 '폐기장 권한' 환수 시도 결국 무산…희비 교차]산폐장 인가권 환수 무산…부산시 주변 지자체 시설 활용 검토
20일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시는 산업폐기물을 인근 지자체에 있는 처리 시설에 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장군에 추진 중인 폐기물 매립장 건립 사업이 난항을 겪는 만큼 사업 무산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명례리 산폐물 매립장이 지역 반대로 무산될 수 있는 만큼 대안을 찾고 있다"며 "울산 울주군에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밟고 있는 산폐물 매립장이 있어 반입을 검토하는 등 다방면으로 대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부산시는 지역 산업폐기물 매립장 신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장군 명례리 일대에 민간사업자를 통한 대규모 처리 시설 조성을 추진했다. 지역 주민이 거세게 반발하며 속도를 내지 못하자 조례 개정을 통해 인허가권을 환수하려 했다. 하지만 지난달 부산시의회가 여기에 제동을 걸면서 이 계획마저 무산됐다.
부산시의회는 지난달 제325회 정례회에서 '부산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안 수정안'을 가결했다. 수정안에는 기피시설 가운데 궤도시설과 도축장에 대한 인가권을 부산시장에게 환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애초 개정안에는 폐기물처리시설과 묘지공원, 장사시설에 대한 인허가권도 부산시가 환수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수정안에서는 빠지면서 기초단체장 권한으로 유지됐다.
"포화 상태 눈앞인데…" 지역 내 폐기물 매립 시설 조성 난항
정종복 부산 기장군수가 부산시의회 앞에서 '부산광역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 제공현재 부산에서 산업폐기물 매립지 건립이 추진 중인 지역은 기장군 명례리와 명례산단, 강서구 미음산단과 국제산업물류 1단계 단지 등 모두 4곳이다. 산단 3곳의 경우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관련법에 따라 면적이나 폐기물 발생량에 따라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가 의무다.
강서구 미음산단은 사업계획서 적합 통보를 받아 도시계획입안절차 등을 앞두고 있고 국제산업물류1단계 산단은 부지 분양을 마치지 못하는 등 지지부진하다. 기장군 명례산단 내 산폐물 매립장은 내년 착공해 추진될 계획이다.
문제는 산업단지 내 매립장의 경우 규모가 작아 수용 용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부산의 유일한 처리시설인 강서구 '부산그린파워'의 전체 면적이 20만 ㎡에 달하는 반면 현재 추진 중인 산업단지 내 매립장 면적은 2~4만 ㎡에 불과하다.
민간사업자가 추진 중인 명례리 산업폐기물 매립장은 13만 ㎡로, 산단 내 시설에 비해 수용 능력이 월등하다. 부산시는 지난해 2월 업체가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오는 2028년까지 기장군으로부터 '도시계획시설 입안 승인' 등을 받아야 하지만 기장군이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역 주민 역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강서구 송정동에 있는 부산그린파워는 현재 70% 이상 폐기물이 매립돼 잔여 용량이 85만 ㎡에 불과하다. 내년 3월 운영이 종료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예상보다 적은 산업폐기물이 배출돼 운영 기간이 6년 연장된 상태다.
지역주민들 "대책없는 일방·불통 행정으로 갈등만 키웠다"
지난달 부산시청 광장 앞에서 기장군민 400명이 부산시 도시계획조례개정안 철회 촉구 집회를 연 모습. 송호재 기자
이번 사태에 대해 처리시설 후보지 주민들은 부산시가 산업폐기물 처리시설을 지으려고 권한 환수를 추진하는 등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결국 지역 갈등만 키웠다며 비판을 계속하고 있다.
기장군 장안읍발전회 김태연위원장은 "장안읍 명례리 산폐장 부지 주변에는 3개 마을에 주민이 살고 있다. 근처에 치유의숲과 파크골프장 등 주민을 위한 친환경·편의시설이 조성 중"이라며 "많은 주민이 사는 터전에 폐기물 처리 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은 주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차치하고라도, 부산시가 기피시설을 짓기 위해 조례까지 변경해 지역의 결정권을 앗아가려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지역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환경단체도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등 근본적인 대책에는 인색하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노현석 협동사무처장은 "산폐물 매립장 수명이 다할 때마다 새 시설을 건립하는 건 지역 갈등을 키우고 환경 부담도 늘리는 일"이라며 "보다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자재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하는 등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데는 비용을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