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제공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 즉, 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하게 된 대한항공이 항공 MRO에 주목하고 있다.
'통합 대한항공' 출범으로 우리나라 항공 산업이 경쟁력을 가장 크게 높일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로 항공 MRO가 꼽히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업계 최고 수준의 MRO 역량을 강화해 중장기적으로 국내 MRO 산업 발전과 신규 고용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비(Maintenance)와 수리(Repair), 오버홀(Overhaul)의 앞 글자를 딴 MRO는 항공기 '건강'과 승객 안전에 직결되는 분야다.
MRO는 엔진과 부품 정비가 핵심이다. 특히 항공기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엔진 정비는 전 세계 민간 항공 운송 MRO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엔진 기초 정비부터 중정비까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항공사다.
엔진을 완전히 분해해 세척한 뒤 다시 조립해 출고 당시 성능으로 구현하는 오버홀 기술도 우리나라 항공사 중 대한항공만 수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MRO 기술력은 이미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축구장 20개 크기 새 엔진 정비 공장 등 사업 확장 속도
델타항공과 남방항공 등 외국 항공사 엔진 정비를 일부 수행하고 있고, 자회사로 편입되기 전 아시아나항공도 엔진 정비를 대한항공에 맡겨 왔다.
아시아나항공은 2021년 자사가 보유한 PW4090기 엔진 22대 정비 계약을 대한항공과 체결했는데, 그 전까지 20여 년간은 외국 MRO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앞으로 약 2년 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완전히 통합되면 여객기만 70대에 육박하는 아시아나항공 보유 항공기 MRO를 대한항공이 도맡게 된다.
MRO 물량 외국 유출을 그만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항공 제공이에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를 대비해 MRO 시설 확충 등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인근 운북지구에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새 엔진 정비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연면적이 14만㎡로, 축구장 20개를 합친 규모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항공기 엔진 제조사 정비 권한도 추가로 획득하고 있다. 항공기 엔진을 정비하려면 각 엔진 제조사로부터 정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CFM인터내셔널(CFMI)과 제너럴일렉트릭(GE), 프랫앤휘트니(PW) 엔진을 정비 중인데 롤스로이스(RR) 엔진 운용과 정비 관련 권한을 얻기 위해 제작사와 협의를 이어 나가고 있다.
빅데이터·드론 활용 등 첨단 MRO 기술 개발에도 주력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첨단 MRO 정비 기법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결함 발생 우려 부품을 미리 감지해 손을 보는 '예지 정비(Predictive Maintenance)'가 대표적이다.
항공기 엔진과 부품 결함이 뒤늦게 발견되면 지연 운항이나 결항 및 회항으로 이어지기 쉽다.
예지 정비는 이 같은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는 가능성을 낮춰준다. 델타항공과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외국 주요 항공사들은 이미 예지 정비를 시행 중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세계 최초로 무인 드론 자율 군집 기술을 항공기 외관 점검에 적용한 '인스펙션 드론'을 개발해 수년 내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점검 정확도를 높이고 소요 시간도 60% 단축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통합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사는 물론 외국에서도 MRO 사업을 적극 수주해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분석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2034년까지 전 세계 민간 항공기 보유량이 3만 4천 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른 전 세계 항공기 MRO의 시장 규모 가치도 약 1240억 달러(17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